[9호]To. 성매매여성 지원단체

 

별별신문이 야심차게 준비한 휴가비를 쏜다! 쏜다! 쏜다! 에 접수 된 유일한 원고는 평소 성매매 여성을 지원하는 단체에 대해 의심과 기대를 갖고 계신 이레님의 편지글입니다. 업소 일을 하면서 느끼는 마음과 성매매여성지원단체가 어떤 태도로 여성들을 만나야 하는지 새겨들을 말들이 많네요

 


 


 

 

To. 성매매여성 지원단체


 


 


그냥 한번 발을 들이면 자의든 타의든 쉽게 빠져나올 수 없다는또는 나왔다 하더라도 다시금 되돌아가고 하는 반복적인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것과 같은 자연적 순리라 한번쯤.. 그리 여기지는 않으셨는지그런 솔직한 질문을 본인들에게 한번쯤은 해보셨는지도움 받는 입장에 놓인 이들에겐 도움 주는 이들의 진정성에 가장 크게 작동되기에 늘 의심스럽거든요. 저처럼.. 성매매 여성들은 각종 피해들을 많이 당하지요. 그래서 호의라는 단어와 멀어지게 될 수밖에 없어요.. 무조건적인 호의를 베푼 사람 중에 나를 이용하지 않은 이가 없었기에.. 저희가 사는 세상의 호의란 그런 것이거든요. 근데 여성단체나 반성매매 단체 언니들이던 유흥업소 종사자들이 최소한의 피해라도 줄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려 한다는 호의를 이해할 수가 없는 거예요.. 단체 언니들 여럿 만나봤지만 결국엔요 저희가 느낀 감정은 그런거였어요. 같은 여자로서 더 이상 남자들의 성적 유희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 쉼터에서 자활 훈련을 통해 탈성매매 여성으로서 당당히 살아가도록 돕겠다취지가 그거더라구요저희가 도와달란 것도 아닌데 콘돔이나 사탕들구 찾아와서 자발적 의사로 왔어도 피해자는 여성이다. 같이 손잡고 악순환을 끊어내자고 하는데. 그건 호의도 아니구요.. 저희가 원하는 것도 아니기에 업소에 찾아오는 단체언니들 말엔 그 누구도 귀 기울이려 하지 않는 거예요아가씨들 마음속에 뭐야같은 여자로서 우리가 몸 팔아 돈버는게 창피하다는 거잖아 결론은.. .. 재섭어..’ 이렇게들 얘기하게 된다구요


 


우리 언니들 참 사연들 가지각각이지요개중엔 명품이나 황새따라가려다 가랑이 찢어진 언니들두 물론 너무 많지요그래도 그 마음속은 다 비슷하답니다^0^


겉보기엔 걸걸하고 깡패처럼 싸늘한 시선으로 늘 공격 태세로 경계하잖아요자신을 감추고 최대한 웅크린 상태에서 늘 사방에 적을 살피는 사파리의 맹수들과 똑같이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생채기 받지 않기 위한 발버둥이라고 여겨주심 될 듯.. 나와 가장 가까운 옆사람과 늘 보이지 않는 경쟁 속에서 받는 스트레스와 남들 눈엔 절친, 내 마음엔 칼날보다도 날카로운 비수인 동료라는게.. 얼마나 슬픈 현실인지 그 삶 대신 살아보지 않는 한 절대 모를 거예요. 그런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다 보니 마음이 얼어붙은게 아니라 강철로 단단하게


굳어버린 거예요..


 


 


 


내가 베푼 건 친절이었으나 되돌아 오는 건 배신 뿐인 화류계그 울타리 안에 갇힌 언니들 마음속에는 매일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하며 가슴에 메아리가 울린다는 걸 그 되돌아 오는 메아리에 술이 술을 부르는 거지요일하면서 먹는 술.. 일 끝나고 내 한풀이 용 술..


집창촌에 어떤 언니들(저 포함) 포주 몰래 종이컵에 커피처럼 술을 마셔야 영업이 더 잘되요.. 이유는.. 아시리라우리는 평범하다는 기준을 잘 모르겠어요. 담배피고 여잔데 몸에 그림 있고 몸파니까 평범하지 않은 줄 알았는데 다 청산하고 살아보려는데도 글렀대요.


 


전혀 평범하지 않대요.. 그럼 좌절하고. 그냥 본래의 나로 되돌아 가고 싶을 뿐이예요이리사나 저리사나 알아주는 이 없고 욕도 똑같이 먹잖아요그래서 포기가 참 빠르기도 해요. 포기가 빠르다고 내일을 꿈꾸며 살지 않는다는 건 아니에요… ‘언젠가는.. 나도 언젠가는 빚 다 갚고 나가야지돈도 조금 벌어서 꼭 나가야지.. 나갈 거야.. 그런 날이 온다면.. 근데 정말 내게도 그런 날 올까…? 나 처음 이 일 시작할 때 딱 1년만 고생하고 돈 모아 손털고 작은 가게 하나 장만해 그리 살려 했는데.. 저 언니처럼 서른 넘어 이일 하는 일 없을 거야


했었는데나 지금 그때 그 언니보다 더 나이 들어 버렸네.. 그래도 꼭 나가고 싶다. 여기서 나가면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아야지언젠가는오겠지.. 올 거야..’ 이렇게 막연히 내일을 그려요.


 


정말 힘들때요 난 위로가 되고픈데 상대방은 혼자 있고 싶어이런 말 가끔 자주들 하잖아요.. 겪어보니까 알 것 같아요돌이킬 수 없는 상처는요 위로의 말 그런거 소용없더라고요.. 귀에 솔직히 안 들어오더라구요여튼요.. 사람 눈이요.. 사람 눈은 절대 거짓말을 못 하는 것 같아요.. 누군가를 꼭 도와주고 싶은데 상대방이 받아들이려 하지 않으려 한다면 그냥 눈으로 말하세요.. 스치듯 짧고 간결하게요. 그럼 언젠가는 그 쪽에서 사소한 말이라도 먼저 건넬지도 몰라요.. 속는 셈 치고 해보세요~


From. 이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