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칼럼]도망갈까, 머무를까_뿌리

도망갈까, 머무를까

 
본격적으로 반항을 하는 나이가 되면서부터 나는 번번이 갈림길의 기로에 서 있었다.
‘도망갈까, 머무를까’의 갈림길.
나는 어떤 길로 더 많이 갔을까? 의당 도망가는 길로 더 많이 갔던 것 같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었다고 기억하지만
사실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나를 사로잡고 있었기 때문에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도대체 무엇으로부터였을까?
부담스러운 가족, 하기 싫은 공부, 가기 싫은 직장. 이것이 나의 3대 요인으로 정리된다.
10대, 20대를 지나면서 때마다 닥치는 3대 요인을 요리조리 피하며 살아온 결과,
30대인 지금까지도 힘든 현실로부터 도망가고자 하는 의식이 99%에 이른다.
내 앞에 놓인 현실에 정면으로 맞서지 않고 비켜가는 것이 어느덧 삶의 태도가 되어버렸다.
 
힘든 현실을 회피하는 태도는 내 삶에서 반복되는 패턴이었던 것 같다.
넘어야 할 고비를 만나면 쉬운 길로 가려고 하는 것이 나에게는 도망가는 길이었다.
머무르기 위해서는 현실을 견디는 인내심과 지금의 내 역할을 감당하는 책임감이 필요한 것 같은데
그것이 어렵게 느껴지니 피하려고 했던 것 같다.
그 결과가 지금의 내 모습일 텐데 이제 와서 ‘사는 게… 그렇구나!’라는 회환과 아쉬운 점을 느낀다.
부담스럽게 느껴졌던 가족도 지금에서야 부담이 아닌 책임으로 느낀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뿌린 대로 거둔다는 옛말이 나의 경우에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릴 때는 콧방귀를 날리며 비웃었는데 지금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내가 선택해온 방식의 결과대로 딱 그만큼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이유라고 하는 것들에 대해 원망할 만큼 했고, 내 탓이 아니라는 생각도 충분히 했던 것 같다.
이제는 그것에 대해 변명할 것도 설명할 것도 없다.
인정할 것은 인정하게 되는 것 같다. 뼈아프게!
 

                                                                                                                                         _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