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호]입양특례법

 

세상은 요지경. 뭐가 옳고 무엇이 그른지 알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습니다. ‘황기자의 팔랑귀코너에서는 의견이 분분하여 명확한 입장을 정하기 힘든 사안들에 대해 서로 다른 관점을 가진 입장들을 모아 들어보려 합니다. 어허~ 이 말도 맞고, 저 말도 맞구나 ! 황희정승에  빙의 된 황기자는 두 개의 자아로 분열 중! 지금부터 만나보시죠.


(가락과 바닥은 황기자의 분열 된 두 자아로 실존 인물이 아닙니다.)


 



입양특례법 논란. 무엇이 문제인가?


정초부터 한국 사회를 시끌시끌하게 했던 입양특례법, 들어보셨나요? 개정 전의 <입양촉진 및 절차에 관한 특례법>에서는 개인 간의 합의로, 임신 중이거나 출산 직후 아이의 입양이 가능했습니다. 반면 201285일 개정 시행된 <입양특례법>은 아이를 낳은 가족이 우선적으로 아이를 키워야 한다는 기본 원칙하에 출산 후 7일까지 양육 후 입양 여부를 결정하며 가정법원의 허가에 따라 입양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개정된 <입양특례법>이 오히려 아동의 유기를 야기한다는 비난을 받으면서 최근 큰 논란을 낳았는데요. 별별 신문에서는 <입양특례법>에 대해 다른 의견과 감정을 갖고 있는 가락씨와 바닥씨의 글을 싣습니다. 별별신문 독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입양특례법>: 아이의 권리와 여성의 권리는 상충되는 것이 아니다.


 


 


“기존의 입양법은 결혼하지 않고 출산한 여성과 태어난 아이의 권리에 대한 충분한 논의도, 내용도 없었다. 나는 개정된 <입양특례법>이 이런 공백을 채워나가는 첫 단추라 생각한다. 지금까지 입양은 어떠한 공식적인 기록과 절차 없이 개인과 개인의 합의만 있으면 가능했다. 나중에 입양된 아이가 자신의 출생에 대한 정보를 찾고자 해도 남은 기록이 없기 때문에 이는 서울에서 김서방 찾기와 같았다. 특히 한국의 경우 아이의 해외 입양은 수출 사업과 동급으로 여겨졌고, 입양되는 아이의 권리는 전혀 다뤄지지 않은 채 입양이 진행되었다. 지금도 이는 크게 다르지 않다. 이렇게 입양특례법 개정운동은 이러한 한국의 입양 역사에 대한 반성으로 시작되었다. 그리고 개정된 <입양 특례법>이 입양을 결정하는 여성들의 가족관계기록부에 출산기록을 남긴다는 것은 잘못된 정보이다. 7일 뒤 입양을 결정할 경우, 출산기록은 친양자입양관계증명서에 옮겨져 친모가 허락하지 않는다면 그 누구도 기록을 열람할 수 없다.


또한 이 법은 여성의 가족 구성 권리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다. ‘미혼모는 자신의 아이를 키울 자격이 없다는 편견은 결혼하지 않은 여성의 가족구성권을 침해해왔다. 여성이 출산, 육아와 생계를 병행하기 힘든 현실은 국가가 사회적인 복지로 해결해야 할 일이지 개개인의 입양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입양특례법>에 적혀 있듯이 출산한 여성은 7일 간의 숙려기간동안 아이를 키우며 앞으로 활용할 수 있는 사회적 지원제도 등의 정보를 충분히 듣고, 아이와 같이 살 것인지 고민할 시간을 보장받아야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출산한 여성이 숙려기간을 가지는 것은 자신의 가족을 선택할 수 없는 어린 아이에 대해 친모가 가지는 최소한의 책임이자 의무라고 생각한다.


아이는 자신이 원할 때 스스로의 출생에 대한 정보를 알고 어떤 상황에서든 최선의 보호를 받으며 자라야 할 권리를 갖는다. 여성은 자신의 출산/가족구성권에 대한 정보를 알고 어떤 상황에서든 자신의 선택을 충분히 숙고할 권리를 갖는다. <입양특례법>은 이와 같은 권리를 함께 말하고 있음에도 이 두 권리가 서로 대치하는 양 적어내는 한국의 몇몇 언론에 개탄을 금치 못한다.


-가락


 


 

출산 여성의 현실을 반영한 법이 필요하다.


 


 


“아이를 양육할 조건과 환경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의 출산은 여성을 당혹스럽게 한다. 특히 미혼 가족에 대한 사회적 낙인이 심하고 경제생활과 육아를 병행하기 힘든 한국사회에서는 한 순간에 그 당혹감이 공포로 변한다. <입양특례법>은 그러한 한국사회의 현실을 외면한 채 국제적인 기준에만 맞춰진 허황된 이다.


<입양특례법>에 따르면 아이를 출산한 여성은 입양을 결정하기 전까지 7일간의 양육 의무를 갖는다. 나는 7일 동안 아이를 양육하는 것 자체가, 출생신고를 거쳐 가족관계증명서에 기록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운 여성의 현실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부모에게조차 알리지 못하는 여성들이 있다. 그렇게 혼자 끙끙거리며 임신과 출산을 견뎌 온 여성들에게 출산의 기록이 남는다는 것은 그 자체로 큰 부담일 것이다.


물론 <입양특례법>에 따르면 아이가 입양될 경우 출산 여성의 가족관계증명서에는 기록이 남지 않고 친양자입양관계증명서에만 기재되며 그렇게 기재된 정보는 본인의 동의 없이 열람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하지만 이미 우리는 개인정보가 얼마나 손쉽게 남에게 공개될 수 있는지 매일 직/간접적으로 경험하며 살고 있다. 이를 우려하는 것이 과도한 걱정은 아니라고 본다.


나 역시 입양을 원하지 않는 여성들에게 제공되는 복지적 혜택은 당연히 확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아이를 낳고도 자신의 생활을 꾸려나가며 살 수 있도록 사회적 지원을 보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바람일 뿐 지금의 한국은 결혼한 부부가 계획 하에 낳은 아이를 양육하는 것도 힘든 국가이다. 국제적인 법의 기준, 좋다. 그러나 한국은 그렇게 선진적인 국제법을 따를 만큼 선진적인 나라가 아니다.


요즘 <입양특례법>이 이슈가 되면서 벌써부터 또 다른 개정안이 나왔다고 하는데 이렇게 졸속으로 또 다른 개정안을 통과시키는 것은 더 많은 문제를 만들 것이다. 누가, 어떤 이유로 기록에 남지 않는 입양을 원하는지 더욱 풍부한 논의가 진행됐으면 한다. 출산한 여성도, 태어난 아이도 어떤 환경에서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걸음들을 다각도에서 시도하면서 천천히 실현 가능한 꿈을 꾸었으면 좋겠다.


-바닥


 



참고자료)


권희정, <고아로 만드는 것이 아동유기해법인가[입양다시보기]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입양특례법 논란>, [일다], 2013/02/25


권희정, <“베이비박스는 왜 생겨났는가?-[입양다시보기]혼외 출산에 대한 잔혹한 통제의 역사>, [일다], 2013/03/11


권희정, <‘입양을 미혼모의 관점에서 이야기하다[입양다시보기]입양특례법 재개정 공청회를 앞두고, [일다], 2013/03/25


김유나,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기 4, 무정한 법. 죄짓는 사회올해 들어서만 벌써 아기 34명 유기>, [국민일보], 2013/02/17


김도현, <아동 유기 급증이 입양특례법 때문? 사실 아니다[해외입양인, 말 걸기]<34>무엇이 아동유기인가>, [프레시안], 2013/03/06


 


[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