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호]노래방도우미가 봉인가

전국 첫 노래방도우미조합 결성

 

지난 26일 전남 여수지역에서 노래방 도우미조합이 결성돼 눈길을 끌고 있다. 노래방 도우미들의 봉사료 인상을 위한 파업은 종종 있었지만 도우미들의 조합은 전국 첫 결성이다. 여수시내 유흥주점에서 일하는 도우미 6명이 여천상가협동조합을 결성하였고, 전남도 설립필증, 법인등록 등 필요한 법적절차도 모두 마쳤다. 이들 6명은 도우미를 둘 수 있는 유흥주점에서 일하고 있어 법적 문제는 없는 상태이다. 1만원을 납부하고 조합원으로 가입하여 도우미 서비스비로 받은 시간당 3만 원중 12%3,600원을 조합에 예치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또한 조합은 유흥주점에 안주류 등을 공급하고 수익을 내 조합 재정에 보태고 조합운영비를 공제하고 남은 잉여금은 6개월마다 조합원들에게 배당된다.

 

 

>여천상가협동조합 여성도우미 일자리 안내 현수막(출처:노컷뉴스)

 

 

조합장을 맡은 박모씨는 여수시 학동의 유흥골목에서 10여 년간 유흥업소를 운영하며 도우미들의 어려운 처지를 보며 조합 설립을 결심했다.

박모씨에 따르면 상당수 도우미들이 이혼 등으로 가족 생계를 꾸려야 하는 처지인데도 비합리적이고 생존권을 박탈당하는 모습이 안타깝고 보도방 업주들의 착복도 심각한 상황 이였다고 한다. 조합 설립으로 많은 여성 도우미들이 합법적으로 일을 하고, 보도방 업주들에게 불법적인 빚독촉에 시달리는 도우미들을 구제하고, 착취와 비합리적인 노동환경을 개선할 것을 기대한다고 했다.

열악한 처우를 받던 노래방도우미들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노래방도우미조합이 결성된 것을 계기로 살펴볼 문제는 없는지 짚어보기로 하자.

 

노래방보도방의 힘겨루기

보도방은 전국적으로 동마다 20개 이상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전해진다.(아시아뉴스통신 2012.6.22.) 보도방은 보통 보도실장으로 불리는 사람들이 노래방과 노래빠 업주에게 연락을 받으면 차량으로 도우미를 이동시켜 주고 도우미들의 봉사료 중 시간당 5,000 ~ 7,000원이란 돈을 수수료로 뗀다. 보도실장 밑으로 도우미가 적게는 5, 많게는 100여명에 달하며 상당수가 대포차량을 이용하기 때문에 차량사고 시에도 보험처리가 안되고 보도실장들이 도우미에게 강제적인 성관계를 요구하거나 도우미와 손님간의 2차비를 갈취하기도 한다.

특히, 지역마다 연합 같은 것을 구성해 조직적으로 도우미를 볼모 삼아 도우미봉사료 인상이나 노래방업주들에게 협박 아닌 협박을 하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 보도방은 지역 상권 먹이사슬의 최상층에 자리 잡고 있다. 심지어 천안지역에서는 유흥업소 관계자들이 몰래카메라로 손님들에게 여성접대부를 합석시킨 단란주점, 노래방 등 100여 곳을 고발하자 이에 반발해 유흥업소에 도우미를 제공하지 않아 업소 영업을 마비시킨 일도 있었다.(유흥업소들 간 불법 영업에 대한 고소고발 과정에서 살인사건까지 일어났다.)

많은 수의 노래방에서 노래만이 아닌 도우미들의 접대와 풀싸롱 저리 갈 정도의 서비스가 이루어진다는 것이 보도방을 먹이사슬의 최상층에 놓이게 하는데, 보도방이 노래방업소와 힘겨루기를 하면서 자신들의 이익을 알뜰히 챙기게 하는 이유일 것이다. 보도방의 담합으로 도우미가 제공되지 않아 업소 영업을 마비시킬 정도라면 노래방에서 얼마나 노래방도우미의 수요가 많고, 도우미가 없으면 영업이 이루어지기 힘들 정도로 여성의 성서비스와 성매매에 대한 손님들의 욕구가 큰지 알 수 있다.

 

눈앞의 이익, 누가 여성들의 쌈짓돈을 뺏을 것인가

전국적으로 노래방도우미 봉사료 인상을 위한 파업은 꾸준히 있어왔다. 전남 광주, 천안, 보령, 용인과 수원 등 경기도 일대, 서울 강남 등 언론을 통해 보도된 횟수도 적지 않다. 이런 파업을 통해 실제적으로 수년간 시간당 2만원이었던 서비스비가 시간당 3만원에서 35천원으로 오르기도 했다. 앞서 얘기했던 것처럼 봉사료 인상에 대한 실질적 요구와 집단행동은 노래방도우미가 주도한 것이 아니라 보도방이 주도한 것으로 보도방 조직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힘겨루기의 결과이다.

 

보도방 업주들끼리 조직을 결성해 시간당 봉사료 인상을 요구 하고, 인상되지 않으면 도우미를 알선하지 않는 것은 과연 노래방도우미들의 처우개선을 위한 보도방의 눈물겨운 투쟁일까?

이유는 역시, 보도방의 돈벌이와 지속적인 이익 창출을 위한 것이다.

보도실장이 알선하는 5 ~ 100여명의 여성에게 수수료로 떼는 금액은 사람 관리만 하는 것치고는 무시 못할 금액이고 보도방으로서는 도우미 알선이라는 든든한 협박카드를 쥐고 있으니 업소눈치를 볼 일도 없다. 한국에서 여성이 아이를 키우거나 여러 이유로 시간조절이 가능한 일자리를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겨우 찾게 되는 일자리는 생계유지가 어려운 낮은 임금과 강도 높은 업무의 일자리가 태반이다. 이런 이유로 상대적으로 근무시간이 탄력적인 노래방도우미 일을 하고자 하는 여성들을 모으기만 한다면 언제라도 어디서라도 손쉽게 여성의 성서비스를 구매하고자 하는 구매층이 탄탄하니 보도방 사업은 그야말로 땅 짚고 헤엄치기처럼 쉽고 고수익을 보장한다.

단속이 있다 해도, 대포폰, 대포차량 등으로 추적이 어렵고 업소 현장단속시 단속반을 미행하여 단속망을 피하거나 여성들만 놔두고 꽁무니를 빼는 경우가 허다해서 실효성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더구나 성매매에 대한 거대한 사회적 침묵과 용인은 지역 유지나 경찰 고위 관계자가 보도방 운영 등에 직접 참여 하게 하는 등, 어떠한 제재도 이루어지지 않게 하기도 한다. 여성을 관리해 발생하는 짭짤한 수입을 포기하는게 어디 쉬운가 말이다.

 

유흥업소 여성들의 진짜 권리 찾기

앞서 소개했던 노래방도우미 조합이 조합 신청시 주요사업으로 내걸었던 것은 ‘식당자재 공동구매’이다. 유흥업소에 공급되는 안주류 납품을 통해 조합 수익을 기대는 것이 조합의 주요사업으로 노래방 도우미 등의 처우 개선과 권리 보호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또한, 언론보도와 달리 이 조합의 형태는 노래방도우미가 중심이기 보다는 주방, 카운터, 서빙업 종사자들을 위한 협동조합으로 노래방도우미의 조합원 가입을 열어 놓은 상태이고 ‘도우미’에 대한 해석도 식당이든 어디든 일을 도와주는 사람으로 본래의 조합설립 의도를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태이다.(위드인뉴스 2013.2.7.)

노래방도우미에게 자행되는 폭력, 살인사건은 수없이 많다. 강호순의 연쇄살인 피해자 7명중 3명이 노래방도우미였고 이들은 2차를 나간 모텔에서 살해당하거나 폭행에 노출되고, 성폭력, 위협, 폭력에 시달리고 있다. 적은 돈으로 쉽게 벗고 질펀하게 노는 밝히는 나이든 여자라고 입방아를 찧고 화류계 여자중 가장 급이 낮다고 품평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열악한 조건 속에서는 여성인권을 담지 못하는 한계도 많지만 노래방도우미들의 조직화와 권리 찾기의 의미를 사람들에게 인식시켜준 것 때문에 ‘전국 첫 노래방도우미 조합 결성’은 긍정적인 평가도 가능하다. 여성들을 핑계 삼아 자신들의 잇속을 챙기려는 담합행위 말고 유흥업소 여성들 스스로의 진짜 권리 찾기는 어려워 보이지만 조금씩 희망의 싹이 보인다.

올해 초 서울 청담동 룸싸롱 여성접객원들이 업주를 상대로 퇴직금을 요구하는 노동부 탄원서를 제출하여 “퇴직금 미지급이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에 위반된다”는 법원의 선고 유예 판결을 받았다. 일본에서는 일본 유흥업소의 하나인 갸바쿠라(술 시중을 들고 대화를 해주는 업소)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20101222일에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갸바쿠라 유니온이라 불리는 이 단체는 임금을 제때 받지 못하거나, 고액 벌금 등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며 처우개선을 요구하고 나섰고 프리터(아르바이트로 생활하는 사람들을 지칭)노동조합과 연계하여 집회를 여는 등 다양한 활동을 모색하고 있다.

 


>2011년 3월 26일 신주쿠에서 열린 갸바쿠라 유니온 집회. '강압적인 업장 반대', '업계 개선', '벌금금지' 등의 구호와 피켓으로 유흥업소 종사자의 노동 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집회 참가자들

이처럼 업계의 암묵적인 관행들을 끊임없이 문제 삼아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는 활동은 개인적으로 싸우며 맘 상하여 포기하거나, 더러워서 때려 치는 차원이 아니다. 위의 사례처럼 직접적인 단체행동은 노래방도우미나 유흥업소 종사자들이 힘을 가지고 부당함을 시정하고 더 나은 권리를 위해 협상 할 수 있게 한다. 프리터노동조합 활동의 중요한 가치인 산다는 것을 폄하하지 말라. 위협하지 말라는 문구는 조직화하고 스스로를 드러내고 목소리를 내야 할 유흥업소 여성들에게 꼭 알맞은 내용이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