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칼럼]상담은 실적순이 아니잖아요!_허허

상담은 실적순이 아니잖아요!

 

비영리민간단체인 반성매매인권행동[이룸]은 성매매법에 나와 있는 규격에 따른 공간과 자격을 갖춘 사람들이 모여서 성매매피해지원상담소[이룸]을 운영하고 있다. 또 그에 따라 상담소는 3년마다 한 번씩 시설평가를 받아야 한다. (물론 해마다 2회 이상은 구청이나 서울시로부터의 감사도 있지만, 여기서는 논외로 하자.)

 

3년 마다 돌아온다는 시설평가가 올해 8, 그것도 며칠 있으면 다가온다. 그래서 지금 이룸 사무실은 그간의 서류를 되짚고 지난 숫자들을 확인, 점검하기 위해 에어컨으로도 식혀지지 않는 열기로 무르익고 있다. 1등을 향한 벼락치기냐고?ㅎㅎㅎ 과연?

 

누군가에게 평가를 받는다는 것은, 그자체로 즐거운 일이 아니다. 그 결과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간에. 공부 잘하는 학생도 시험을 싫어하듯 말이다.(안그런 학생도 있나? 난 그랬는데!^^;;) 더군다나 국민의 세금을 쓰는 일이므로, 평가는 당연히, 공정하게 투명하게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두들처럼 기억을 못하는 것도 아니고, 기록이 없다고 발뺌할 것도 아니고, 조작하는 것도 아니어서 평가 앞에는 한 점 부끄럼은 없다. 다만, 한 두 점의 불만이 있다고나 할까나

 

이리 얘기하면 이룸의 다른 활동가들이 기분나빠할 수도 있겠으나, 여성주의 활동에 대한 열의가 더 앞서 있는, 불의를 보면 참기 힘들어 하는, 법에 나와 있든 아니든 간에 할 수 있는 지원을 다해보자는, 더 나아가 시키는대로만 하지 않고 하고 싶은 것을 더 많이 하려는 인간들로 구성된 이룸 활동가들은, 행정력이나 서류정리엔 솔직히…. 젬뱅이다. 그런 이룸이 3년 전 시설평가에는 행정, 서류에는 상위권! 그런데, 여성보호인권부분에선 하위권으로 평가받았다. 상담소로써 이 어찌 자존심이 아니 상할 수 있으료냐!!!!

 

그래서 더 자세히 살펴봤었다. 내용인즉, 상담건수와 상담인원, 돈을 얼마나 썼느냐로 점수 매겨지는 것으로, 결국 상담 실적이 부족하다는 얘기였었다. , 상담소니까 상담 실적이 부족하면 하위권, 당연한 걸까?

 

상담은 1명이 몇 년 동안을 걸쳐 지속적인 에너지를 쏟게 할 수도 있고, 10명이 1회성 상담으로 끝나버릴 수도 있다. 그래도 평가서의 숫자에는 지원 인원수 110의 차이가 있다. , 상담소의 지원가능범위가 아니면 다른 가능한 지원을 찾고자 밖에서 발로 뛰고 인터넷을 다 뒤져가며 이리 저리 전화를 돌려가며 진행하는 것이 상담이지만, 수치로는 정보제공 1회가 된다. 상담의 과정이 수치로 전환되는 과정은 그간의 여성을 위한 지원과정의 수많은 노력과 시도, 그로 인한 희노애락, 그 희노애락으로 인한 활동가의 에너지 소진은 생략된다. 뭐 이런 것을 평가에 담아야 한다는 말은 아닌데…. 숫자로만은 읽혀질 수 없어서 안타까운 거다.

 

또한, 아쉬운 점은, 지금의 시설평가는 이룸의 많은 활동을 평가받을 수 없다는 점. 평가는 전년도가 기준이 되는데, 12년 이룸의 몇 가지 사업을 보면, 상담의 무림고수를 찾아서절대강좌, 성매매여성의 안전, 사채 포럼, 조직점검을 위한 인터뷰, 후원주점 등은 체크란이 없다. 아 있긴 하다. 캠페인적인 성격으로 절대강좌와 포럼 2개가 숫자 3으로 기록될 수는 있겠다. 하나의 사업을 준비하기 위해서 대개 몇 개월의 준비기간을 거치는데, 저런 많은 사업을 오랜 기간 준비하고 시행하였어도 시설평가에는 ‘3’이 전부다. 캠페인 1번과 몇 달 걸쳐 준비한 포럼 한 번이 동일한 수치로 같은 평가를 받는다는 뜻.

 

또한, 아웃리치(현장방문상담)1년에 몇 번했는가를 작성하는 것인데, 우리는 ‘8’이라고 적었다. 현장을 방문하여 하는 상담, 즉 업소(, 근처, , 혹은 안)에 직접 찾아가는 것을 말하므로 우리가 직접 발로 걸어 다니며 여성들을 만난 것은 8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여성들에게, 업주와 삼촌, 구매자들이 사방에서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의 정보나 물품을 찰나직접전달이 얼마나 효율적일까. 웬지 오래된 냄새가 나지 않는가.

 

이룸은 이에 대해 진즉부터 온라인 아웃리치를 병행해왔다. 네이버 지식인 댓글달기를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고, 서울의 웬만한 맥양주집을 직접 가기도 하고 다음 위성지도 보기를 활용하여 주소를 수집을 하여, 그곳에 이룸 자체제작한 성판매여성을 위한 신문별별신문을 매 회 때 마다 우편발송하고 있다. 또 최근에는 블로그와 SNS을 이용하여 성매매여성의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근데 이건 이룸에게 자부심은 될 수 있을지라도 시설평가엔 반영될 수 없다.

 

그 외에도 나열할라치면 더 많은 얘기가 될 수 있겠다. 하지만, 반대로 이렇게 획일화되거나 숫자로 평가하지 않으면 어떤 평가방법이 있을까? 이룸의 다양한 활동과 그 방식, 고민들을 반영할 수 있는 평가가 되려면, 지금의 평가가 어떤 방식으로 바뀌어야 할까? 과연, 그러한 평가라는 것이 가능하기는 할까? 어떤 식으로 제기를 해야 이런 방식은 적용이 될 것인가? 정식적으로 제기하는 과정은 어떤게 있더라?……

 

! 후다닥 이 글을 마무리 해야겠다. 평가준비도 바쁜데 컬럼, 너무 나갔다.

 

<글을 쓰면서 남는 생각>

1. 이 글, 실적이 적은 곳이라서 징징거리는 이야기로 읽힐 수도 있을라나,는 걱정이 살짝 되네…..

2. 어라? 아직 평가도 안했고 더군다나 결과도 모르는데 너무 비관적으로 생각하는 거 아냐? 우리 1등 했으면 어쩌지? 1등이라도 할 말은 해야지! ^^;;

3. 숫자는 나이에 불과해?! 평가는 숫자에 불과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