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호]여성 대통령은 탄생했는가


 


이 기사는 18대 대통령 선거 이전에 작성되었음.


 


TV든 인터넷이든 틀기만 하면 켜기만 하면 대선이야기 뿐이다. 지난 총선에는 박근혜, 한명숙, 이정희 등 주요 당 대표가 모두 여성이더니 이번 대선에서는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집권 여당의 기호 1번 후보가 준비된 여성대통령이라는 슬로건을 들고 나왔다.


 


정말, 똑똑한 여자들이 많아진 거고 그래서 여자들은 살만해진 걸까?


여성대통령이 탄생하면, 여성들한테 좋은 걸까?


 



“대한민국 헌정사에 있어 여성대통령의 탄생보다 더 의미 있는 역사와 민주주의 진전은 없다. 여성대통령의 탄생 그 자체가 우리 역사의 가장 큰 변화와 쇄신이기 때문이다.” – 새누리당 논평 중에서


 


여성대통령의 탄생이 의미가 있고자 한다면 그 후보가 여성 유권자들의 지지에 힘입어 훌륭한 여성정책을 펴낼 때, 여성과 소수자,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할 때만이 그러할 것이다. 단지 생물학적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평화적이라든지 부드러운 리더십이 있을 것이라 추정하는 것, 혹은 그나마 여자가 하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하는 실낱같은 기대만으로 여성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우리에게 아무 이득이 없다. 더군다나 그녀는 민주화에 대한 열망을 무참히 짓밟았던 군부 독재의 딸이자 그 아버지의 후광으로 지금까지 정치적 생명을 이어온 자가 아닌가. 그녀가 아버지에 대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는 이미 몇 번의 역사인식 논란으로 밝혀진 바 있다.


 


재벌과 기업, 기득권의 이익을 대변하는 보수 정당의 여성 후보가 당선이 된다는 것은 여성인 나에게 무슨 의미일까. 때로는 높은 지위에 오른 여성들이 그렇지 않은 다른 여성들에게 더욱 가혹해진다. 성공하기 위해 남성보다 두 세배 쏟아 부어야 했던 본인의 노력이 있었기에 여성들에게 더욱 노력하라고 주문하는 것이다. 자신의 노력이 성공할 수 있었던 토양까지는 본인의 노력이 아님을 잊은 채 말이다. 젊은이들에게 여성들이 육아 때문에 일을 못한다고들 하는데, 나는 애 젖 먹이면서 주방에 앉아 웰빙 진생쿠키를 만들었다는 김성주 대표가 대표적이겠다. 그녀가 새누리당의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인 것은 우연이 아니리라. 우리는 나처럼 노력하라고 말하는 생물학적 여성 지도자가 아니라 여성으로서의 나의 처지를 이해하고 이익을 대변해 줄 지도자가 필요하다.


 


일전에 박근혜 후보 핵심 측근 중 누군가가 2030 여성 세대가 박 후보를 안 좋아하는 걸 보면, 잘난 여성을 질투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해서 사람들의 비웃음을 샀다. 20-30대 여성들이 그녀를 지지하지 않는 것은 잘난 여성을 질투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 아버지를 두었기에 구질한 일상을 겪어 내본 일이 없는 박 후보와 비정규직으로 카드빚에 월세 걱정에 허덕이는 내가 같은 여성이 아님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에겐 6억 원을 건네는 오빠가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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