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호]노래방도우미는 안전할 권리가 없는가?


유흥업소여성 폭행, 감금한 자의 취업걱정하는 재판부


 



지난 114일 서울동부지법은 평소 알고 지내던 노래방도우미 여성에게 성매매를 강요하고 이를 거부하자 폭행해 기절시킨 후 밤새 차에 태워 끌고 다닌 혐의(상해·감금)로 기소된 최 모씨에게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최씨는 도망치는 여성의 머리채를 잡고 폭행하여 바닥에 넘어뜨린 후, 머리채를 잡은 상태로 건물 계단으로 던져 피해자를 실신시킨 것으로 밝혀졌다.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수위의 폭행이었다. 재판부 또한 피해자가 중대한 상해를 입었고 피고인을 엄벌에 처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그러나 초범이며, 순간적으로 흥분해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고, 감금은 추가 범행을 위한 게 아니라 사태 수습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을 들어 벌금형에 그쳤다.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 받는 경우, 취업에 있어 심대한 불이익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왜 가해자를 두둔하는 것일까


성범죄는 신고율이 낮고 기소율은 더더욱 낮기 때문에, 지속적인 범행을 한 가해자라도 초범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성폭력이라는 범죄의 중대성에 비추어볼 때 초범이라는 사실이 양형에 어느 정도까지 영향을 미쳐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


어처구니없는 판결을 접하며 1년 전 사건이 떠올랐다. 2011년 성폭행을 당한 한 여성이 노래방도우미였다는 이유로, 재판과정에서 판사가 가해자를 두둔한 일이다. 피해여성은 억울함과 수치심을 이기지 못하고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유서를 남긴 채 삶을 마감하고 말았다.


성 산업에 종사하는 여성의 경우에 이러한 일은 너무 많다. 설사 성적 서비스에 대한 거래를 목적으로 형성된 관계일지라도, 언제 어느 때나 구매자의 욕구에 맞출 수는 없다. 상대방이 성관계를 거부한다고 해서 폭력을 휘두른다면, 여성의 직업과 상관없이 성폭력일 뿐이다.


작년과 올해 두 사건에서 가해자를 두둔하고 가해자의 처지와 피해자와의 합의 사실을 참작해 준 재판부의 판단에는, 노래방도우미인 피해자에 대한 편견과 낙인이 작동했다고 볼 수 있다.


 




성범죄자 처벌에 대한 결정, 공정하게 하라


특히 아는 사이에서 일어난 성폭력의 경우엔 가해자가 합의를 종용하는 일이 많다. 그런데 피해자의 입장에서 합의는 2차 피해에 대한 두려움때문에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범죄가 사실로 인정된다면 합의를 했다는 이유가 양형에 영향을 크게 미쳐서는 안 된다. 이는 성범죄에 대한 친고죄 조항을 폐지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흉악한 성폭력 사건에 공분하는 많은 사람들의 기대와는 달리, 성폭력 범죄에 대한 법정 형이 높다는 것이 실질적으로 강력한 처벌을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잇따르는 노래방도우미 대상 폭력에 주목해야


다른 유흥업소 종사여성들도 마찬가지 상황이겠지만, 최근 들어 노래방도우미의 폭력피해와 관련한 판결이 언론 보도에서 자주 눈에 띈다


올해 9월에는 4년 전 노래방도우미 여성들을 성폭행하고 달아난 범인이 검거되었고, 8월에는 1년 전 창원 노래방도우미 살해범이 감형을 받았으며, 7월에는 노래방도우미를 살해한 범인이 자살한 채로 발견되었고, 6월에는 노래방도우미를 성폭행한 소개소 업주가 구속되었다.


유흥업소에 종사하면서 성매매를 하는 여성들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성범죄와 폭력, 갈취와 감금 등의 범죄 피해를 호소하는 일이 많다. 이렇게 많은 피해사례들에도 불구하고, 노래방도우미라는 이들의 인권침해에 대한 사회적 공분은 찾아볼 수가 없다니 이상한 일 아닌가?


이번 재판부의 판결에서도 볼 수 있듯이, 우리 사회는 성산업 종사여성들이 그 고통을 감수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 아닌가 싶다. 노래방에서 여성도우미 없이 유흥을 즐기지 못하는 남성들의 문화는, 여성들로 하여금 유흥업소에 종사하기를 부추기고 유인하면서, 동시에 모든 책임을 여성들에게 전가하고 있다.


 


누가 그녀들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가


이번 판결에서 가해자에 대한 법원의 양형 판결은 폭행·납치·감금을 저지른 범인의 취업이 피해자의 인권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이러한 법원의 태도는 사실상 성매매를 구매자의 당연한 권리로 여기고, 성 산업에 종사하거나 2차를 거부하는 여성에 대한 범죄가 손쉽도록 하는 위험천만한 상황을 부채질하고 있다.


최근 창원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의 피해자는 노래방도우미라는 직업 때문에 사망보험금 청구소송에서 패하기까지 했다. 노래방도우미는 생명이 위태로운 직업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번 판결은 역설적으로 유흥업소 종사여성들의 안전할 권리가 박탈당한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기본적인 생존의 안전망을 빼앗긴 여성들의 인권보호를 위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 이 글은 필자의 동의 아래 <여성주의 저널 일다>의 기사를 정리해서 실었습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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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범죄 친고죄 조항 폐지!!


 


 친고죄 : 범죄의 피해자나 고소권자의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죄


 


국회 아동ㆍ여성대상 성폭력 대책 특별위원회(이하 성폭력 특위)’2012126, 20년 만에 성폭력범죄에 대한 친고죄를 폐지하는 등 성폭력 방지를 위한 입법 성과를 냈다.  피해자의 명예와 사생활 보호를 위해 유지되던 친고죄를 1992년 성폭력 행위 처벌 관련 특례 법안이 발의된 지 20년 만에 폐지했다.  친고죄는 처벌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떠넘겨 합의를 강요하고 고통을 유발하는 독소조항으로 오래 지적돼왔기 때문에 이번 개정은 큰 환영을 받고 있다.  성폭력 특위는 강간의 객체를 부녀에서 사람으로 확대해 피해자가 남성인 경우도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하고 유사 강간죄를 신설해 일반 성인의 유사강간에 대해서도 보다 강력한 처벌이 가능토록 했다. 


 


▲음주ㆍ약물로 인한 심신장애 감경배제 확대


▲공소시효 배제 범위 확대


▲범죄자 처벌 무기징역까지 상향 등 처벌 규정을 강화


 피해자 보호를 위해


법률조력인 제도 확대


▲진술조력인 제도 도입


▲피해자 및 신고인 등에 대한 보호조치 신설


▲증인지원관제도의 법적 도입


 예방 및 재범 방지를 위해


▲성폭력 예방교육 확대


▲신상정보 공개 내용 확대 및 접근성 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