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호]좋은 쉼터는 없다.







 


언니들의 이야기를 더 가까이서,  다양하게 듣기 위해 네이버 지식인  살피다가 당장 갈 곳이 없어 며 칠째 모텔에 투숙하고 있다는 글을  발견했다. 마음이 싸했다.  날도 점점 추워지는데. 도움이 필요할 때 바로 찾을 수 있는 공간은 없을까? 언니들이 쉴 수 있는 안전한 곳이 필요하다. 기존에 지원해 오던 쉼터는 정말 답답하고 불편하기만 한 곳 인걸까?  오해도 많고 말도 많은, 그래서 더 궁금해지는 쉼터에 대해 알아보자.


 


 


 


 

부산 서구의 한 탈성매매 청소년 쉼터에서 A(15)양이 4m 높이의 건물 창문 밖으로 뛰어내렸다.


A양은 쉼터에서 지내는 13개월 동안 단 한 번 밖에 외출하지 못해, 답답함을 참지 못하고 창문을 통해 탈출하려다 추락한 것이다.


A양은 성매매에서 벗어나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 센터를 찾았지만, 범죄자 취급하듯 24시간 내내 출입문에 철제 셔터가 내려져서 있어 바깥에 한 번도 나갈 수 없었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입구는 24시간 공익요원의 보초아래 출입이 통제되고, 휴대전화는 성매매에 이용될 수 있다며 아예 소지하지 못하게 한다.


, 전화는 하루에 2, 인터넷 사용도 하루 15분만 허용돼 청소년기에 있는 학생들은 답답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창살없는 감옥청소년 탈성매매 센터 탈출사고 잇따라 [부산CBS]20111025


 


 


 


쉼터는  [        ] .


 


쉼터를 생각할 때 어떤 단어와 이미지들이 떠오르는지 생각해 보자. 같이 일하는 동료나 업주, 삼촌에게 건너들은 이야기, 가게를 그만둔 후 상담소나 쉼터를 이용했다는 친구에게 들은 쉼터는 어쩔 수 없이 겨우 들어가서 외부와 단절되어 지내야 하는 곳인 것 같다. ‘감금, ‘통제같은 단어가 연상되기도 한다. 실제로 아래와 같은 이야기가 종종 기사로 나오면서 쉼터는 여간해서는 들어가지 말아야 할 곳처럼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성매매 피해여성을 위한 쉼터는 전국적으로 40개소(일반 25개소, 청소년 14개소, 외국인 1개소)가 있다. 이렇게 많다면 많은 수의 쉼터를 사람이 살고 있지만 정작 살기 싫은 곳으로 만든 것은 무엇일까 사람이 살 곳이 못 된다면 없애는 것이 낫고, 그 지원비용을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이 나을 텐데, 쉼터는 지속되는 것일까


 


 


경험을 공유하며 함께 살아간다는 것, 경험이 만든 약속들


 


성매매피해지원상담소는 언니들이 당면한 법률문제와 의료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문제해결을 위한 진행과 심리적으로 안정을 취할 수 있는 지지들이 이루어진다면, 쉼터에서의 생활은 일상생활이다. 같이 자고 밥 먹고, 부대끼면서 서로의 현재와 과거경험을 나누면서 자연스레 생생한 경험으로 이루어진 지지들이 오고 간다.


쉼터 관계자는 이것을 가장 큰 쉼터의 기능으로 판단하고 있다. 일할 때가 아니면 누구에게도 드러내 보이기 어려운 속내와 사정들이 나만의 아픔이나 역사가 아니라 같이 생활하는 저 사람도 겪었구나 하는 동일함이 주는 안도감이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적게는 4~5, 많게는 20여명 가까이 한 공간에서 살아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업소생활로 인해 불규칙적 이였던 생활패턴을 조정하기 위해 아침에 다같이 밥상에 모여 밥을 먹고, 정해진 시간에는 꼭 쉼터로 들어와야 하고, 외출이나 외박을 허락을 맡고, 소등시간을 지켜 잠을 자야 하는 하루 일과를 당장 수행해야 하는 것이다.


각각의 쉼터가 내부규정으로 정하고 있는 입소지침서는 소소한 차이가 있겠지만, 대체적으로 행동반경이나 시간, 공간을 제약하면서 여성을 통제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입소지침서나 쉼터의 암묵적인 규칙들이 단순히 여성들을 통제하는 수단이라고만 하기에는 좀 더 들어야 할 이야기들이 있다.


쉼터는 외부에 전혀 주소나 전화번호를 노출하지 않는다. 이것은 가정폭력, 성폭력쉼터도 마찬가지인데 폭력가해자가 주소지나 생활자의 행동반경을 파악하여 위협과 폭력을 행한 사례가 있고, 함께 생활하는 다른 생활자들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업주가 쉼터 유선전화로 택시기사를 사칭하여 전화를 걸어 여성이 택시에 휴대폰을 두고 갔다면서 찾으러 간 여성을 납치했던 일이 있었고, 쉼터에는 기소중지와 벌금미납 등의 해결되지 못한 법률문제를 가진 생활자가 있기 때문에 경찰이나 외부인의 관심이 쏠리지 않도록 미리 조심하는 규칙들을 세우기도 한다.  이렇게 여성을 통제하고 답답하게 하는 규칙들이지만 쉼터의 생활경험과 사례를 통해, 안전을 지키기 위한 약속들이 하


나 둘씩 만들어져 갔고, 세월이 흐르면서 내부규정인 입소지침이 된 것이다. 더불어 이러한 지침들도 세월과 사람이 변해가면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가며 변경되어 가고 있다. 쉼터는 늘 새로운 약속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쉼터 안팎의 사연


 


쉼터는 시급하게 거주지가 필요한 상황에서 안전을 보장받으면서 직업훈련 등의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아르바이트 등을 하면서 독립계획을 하나하나 이룰 수도 있는데 폭력피해여성들에게 주어진 최소한의 안정장치로의 쉼터도 아쉬운 한계들을 가지고 있다. 폭력에 노출된 트렌스젠더는 긴급하게 거주지가 필요한 상황에서도 쉼터에 들어가기가 어렵다. 여자들끼리 공동생활을 하는데 외형이 남성인 사람이 같이 화장실과 욕실, 일상생활을 하기에는 다른 사람이 불편해한다는 이유와 법적으로 지원금을 받아 운영을 해야 할 쉼터에 이들에 대한 정부 정책은 하나도 없기 때문에 지원금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자신을 레즈비언으로 드러내면 쉼터에서 꺼려하기 때문에 자신의 성적지향을 숨기거나, 커밍아웃(성정체성을 스스로 밝히는 것)후에 미묘한 차별을 감수하며 지내는 것을 선택한다.


쉼터에서 거주하면서 지원받을 수 있는 시간은 최장 16개월밖에 되지 않는다. 누구라도 삶의 경로를 전환하여 다시 계획하고 진행하기에는 짧은 시간이다.


 


 




오는 사람 안 막고, 가는 사람 안 붙잡는다.


 


시대도, 사람들의 인식도 점점 변화하고 있고 언제나 해오던 대로만 하는 것이 해답이 아니라는 생각을 쉼터에서도 하고 있다. 개인의 성향도 너무나 다양하고 그것이 또 존중되는 방식을 찾는 것으로 고민을 하고 있다.


 


 


독립된 공간을 제공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서. 어떠한 위험상황이 닥쳤을 때 바로 대처할 수도 없고. 여러 가지 고민이 있다.” –ㄱ쉼터


 


 


막연히 떠오르는 이미지처럼 쉼터에 강제적으로 들어가게 되거나, 들어가면 나오기 힘들다는 것은 쉼터에 대한 오해이다. 물론 집단적으로 거주하는 공동생활에서 감내해야 할 규율들도 있고 답답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규율 또한 함께 살아가면서 돌발적이고 위험한 상황을 경험하고 만들어진 서로의 약속이라는 것을, 이 약속이 의미하는 것이 효율적인 쉼터운영과 통제방식에 머무르는 것이 아님을 발견해야 한다. 앞서 기사처럼 생활자를 통제대상으로만 취급하거나 통제방식의 손쉬움을 위해 생활자의 인권을 무시하는 쉼터 같은 곳에 대한 날선 감시도 지속되어야 한다.


최소한의 주거와 보호망이 필요한 여성이 지원서비스를 받으면서 삶의 다른 계획을 세워볼 공간으로 쉼터는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품고 있지만, 공통적인 가치는 여성의 안전과 권리 확보, 주체적인 삶의 계획이 실행되는 것에 일조하는 것이 분명할 것이다.


 


 


난 언니들이 잘 살았으면 좋겠어. 그 것 뿐이야. 정말 그랬으면 좋겠어.” –ㄱ쉼터


 


 


좋은 쉼터는 없다. 생면부지 모르는 사람들과 생활하는 공간에서의 불편함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글을 통해 언니들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고, 또 그들의 응원 속에서 언니들이 얼마나 많은 가능성을 발현해내고 있는지를 볼 수 있었다. 언니들이, 그들을 지지하고 신뢰하는 공간 안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을 충분히 녹여내어 훨훨 날아오르기를 바란다.


[바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