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호]‘안전하게 살아갈 권리’를 탐하다!

 







 


2012년 별별신문에서는 ‘성매매여성 인권을 생각해보기 위한 기획기사’로서, 유흥업소 종사 여성들이 일하면서 어떤 문제에 직면하고 있는지에 주목하고자 합니다. 그 첫 번째로 ①유흥업소 종사 여성들의 안전의 문제를 제기하고자 하며, 이후에 ②선불금 사채시장의 본질 ③유흥업소 종사 여성들에게 불리한 노동계약조건에 대한 문제를 조명하고자 합니다.   [별별신문] 싸리 


 


 



성매매여성, 범죄의 가장 쉬운 표적 


2009.8 제주시 연동 원룸에서 성구매자에 의해 40대 성매매 여성이 살해됨


2009.12.4 태백시 황지동 한 여관에서 성구매자에 의해 50대 성매매 여성이 살해된 채 발견


2009.12 대전 유천동 원룸에서 업주와 마담의 감금 및 구타에 의해 20대 성매매 여성이 살해된 채 발견


2010.4 전남여수에서 성구매자에 의해 여성이 살해된 채 암매장


2010.7.30 서울 청량리 한 업소에서 성구매자에 의해 30대 성매매 여성이 살해된 채 발견


2010.12.11 전주 덕진구 한 모텔에서 성구매자에 의해 30대 성매매 여성이 살해된 채 발견


2011.10 경남 창원시 한 모텔에서 성구매자에 의해 성매매 여성이 살해됨


 




호주 빅토리아주 성노동자를 위한 단체 RhED에서는 진상고객(Ugly Mug)을 신고하는 사이트를  두고 여성을 괴롭힌 성구매자의 인상착의, 차량번호, 행동 등에 대해서 자세하게 기록할 수 있게 해 놨다. 출처: http://sexworker.org.au


 


 


위의 내용은 2011년 하반기에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서 발간한 「여성과 인권」에서 ‘최근 3년간 성매매 여성의 죽음’이라는 제목으로, 기사 자료를 정리한 것이다.  살인범죄 뿐만이 아니다. 최근 4년간의 기사를 검색해보면, 노래방 도우미가 살해당한 사건(2011,울산/ 2010,김천/ 2010, 마산/ 2009,서울), 여성안마사가 집단성폭행을 당한 사건(2008, 부산), 출장안마사가 특수강도 피해를 입은 사건(2011, 전주), 티켓다방 여종업원이 성폭행 피해를 당하거나 절도를 당한 사건(2008, 광주, 목포, 남원/ 2010, 경남 산청, 광주, 천안, 포항, 목포/ 2011, 통영/ 2012, 김제), 업주가 다방 여종업원을 성폭행한 사건(2010, 부산) 등 각종 범죄의 사각지대에 성매매 여성으로 추정되는 피해자가 늘 있었다.


 


?! 


살인, 절도, 강간, 폭행 사건에서 밝히고 있는 가해 동기는 ‘뚜렷한 동기 없이’, ‘만취한 상태에서 목졸라 살해’, ‘만남을 거절했다는 이유로’, ‘봉사료로 시비가 붙자 자신을 무시한다는 이유’ 등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티켓다방, 출장 안마사, 노래방도우미 등 유인해내기 가장 쉬운 여성들이라는 점, 특히 손님과 1:1로 마주하며 밀폐된 공간에서 일하는 특수성 때문에, 여성들은 범죄의 가장 쉬운 표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손님이라는 우월적인 위치, 아무도 도움을 줄 수 없는 1:1의 공간, 성매매라는 불법적 위치 때문에 신고하기 어려운 상황 등 범죄 위험에 노출될 수 밖에 없는 환경이다.


 


일상의 폭력,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는 이들



보도된 사건들은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성매매여성들이 경험하는 일상의 폭력은 성구매자나 업주가 욕하거나 소리지르는 것, 적대적이거나 공격적인 행위, 괴롭힘과 집단따돌림, 신체적 공격들, 성폭력, 절도 등이다.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도 문제이지만, 사건이 벌어진 후 제대로 된 보호를 받을 수 없는 것도 문제다. 성매매피해지원상담소 [이룸]에 접수된 몇가지 사례를 살펴보면, 대부분의 여성들은 범죄피해가 있어도 자신의 안전을 보장받기 힘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성구매자로부터 심한 폭행을 당하고, 형사고소와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까지 진행했지만, 가해자가 경미한 처벌만 받고 사건이 종결되어 버리거나, 티켓다방 여성종업원이 성구매자로부터 폭행을 당해 경찰에 신고했지만, 오히려 신고한 여성이 성매매방지법과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피의자 조사를 받게 되는 처지에 몰리기도 한다. 가장 첨예한 사안인 성매매 여성들의 성폭력 피해는 어떨까? 특히 ‘성매매를 하다가 성폭력을 당했다’는 여성의 진술을 한국사회가 의심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과거 노래방 도우미로 일했다는 사실 때문에 성폭력 피해를 의심하는 지금 한국법정의 수준에서 말이다.


 


안전을 도모하는, 호주의 가이드라인



성매매가 합법화된 호주에는 출장서비스를 하는 여성들의 안전을 위한 가이드라인이 있다. 가이드라인(‘Safety Tips for Escort workers’)은 호주 빅토리아 주의 성노동자(sex worker)들의 건강과 복지를 위해 활동하는 단체 RhED에서 만든 것으로, 다음과 같은 수칙이 포함된다. 일하러 갈 때 핸드폰을 꼭 가져갈 것, 성구매자가 있는 장소 주위를 체크할 것, 뭔가 이상하다고 느끼면 예약을 취소할 것, 성구매자와 마주할 때 처음 10분 동안은 권리를 행사할 것, 즉 단둘이 있게 되자마자 통제권을 가지고 올 것, 갑작스럽게 성구매자가 돌변할 때도 정중하고 친근하게 대하는 것이 통제하는 데 좋은 방법이라는 것, 밖에 자신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하는 것, 싫다고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 것, , 호루라기, 스프레이를 무기로 사용할 것, 문 근처에 소지품을 두고 도망칠 때 그것을 잡을 수 있게 할 것 등과 같은 것들이다.


 


 


특히 위협, 폭력, 학대 등의 가능성을 제거할 책임을 업주에게 두고 있는데, 성구매자가 여성을 위협할 경우에 안전하게 성구매자로부터 탈출하는 방법, 위험한 상황을 다른 사람에게 알릴 수 있는 방법과 도구, 업소의 다른 직원들이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조언, 경찰을 불러야 하는 상황에 대한 조언, 진상손님이 다시 업소에 나타나거나 예약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 성노동자 단체에 진상리스트를 신고할 것 등을 포함하고 있다.


물론 이 가이드라인을 살펴보면, 역설적으로 성매매 자체가 매우 위험한 일이라는 것을 입증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어떤 직업에서 ‘도망갈 준비’를 늘 염두에 두고, 자신이 무기로 사용할 것들을 가지고 다니면서 일해야 하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상적으로 폭력의 위험과 마주해야 하는 이들, 폭력을 당해도 제대로 신고조차 할 수 없는 여성들에게 있어 위와 같은 안전수칙이라도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아닌가.


 


안전에 무방비 상태, 진상리스트라도…



살인사건이 아닌 이상, 유흥업소 주변에서 일어나는 폭력, 범죄 사건은 ‘쉬쉬하면서’ 넘어가기 마련이다. 시끄러워질수록 업소의 업주나 여성들에게 불리할 뿐이라는 걸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침묵하면 할수록 희생되는 여성들만 늘어날 뿐이다. 일차적으로 여성들을 고용하고 있는 업주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폭력과 성폭력 피해로 신고한 여성들을 성매매방지법 위반이라는 불법행위자로 취급함으로서 신고를 어렵게 하는 경찰과 사법부도 개선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주된 가해자인 성구매자를 견제할 시스템이 없다는 게 문제다. 호주 성노동자 단체에서는 진상리스트를 만들어 이들의 인상착의, 신상명세를 성노동자들끼리 공유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자율적인 견제시스템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가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