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4월 이태원 아웃리치 후기

4월 이태원 아웃리치 후기 _ 조안창혜

 

* 이번 이태원 아웃리치에서 타로카드를 가지고 언니들을 뵙는 첫번 째 날이었어요. 이날은 특별히 조안창혜님도 함께 해주셨고, 후기도 정성스레 써주셨어요.

이날 타로리더로 함께 해준 이루머 달래, 물뱀님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자원활동가 강유가람 감독님, 함께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이따금 이태원에 놀러오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중반입니다. 과거와 현재, 억압과 다양성이 묘하게 얽혀 있는 이 동네에 처음 발을 디뎠을 때 느꼈던 복잡한 감정을 언어화하기란 아직도 벅차지만, 그 덕에 이태원은 제게 배우고 싶은 동네로 남아 있습니다.

 

이태원에서 처음으로 성매매 업소의 존재를 생각하게 된 것은 약 십 년 전, 업소들이 늘어선 길을 걷다가 옆을 지나가던 외국인에게 ‘한 번에 얼마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였습니다. 당시에는 성매매 문제에 관심이 없을 때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소가 늘어선 길을 걸으면서 집결지의 존재를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는 점에 스스로 적잖이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그 날 이후로 외국인 남성들이 말하는 이태원의 놀이문화에서 성매매가 얼마나 깊이 뿌리 내리고 있는지 조금씩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돈 없을 땐 저기 업소에서 얼마’, ‘술이 잔뜩 취했을 때에는 저 쪽 횡단보도에서 호객하는 아줌마랑 얼마’ 같은 말을 남자들끼리 ‘한국생활의 팁’이라며 던지고는 껄껄대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으니까요.

이태원 지역의 성매매 문화가 주민과 방문자들 사이에서 일상적으로 공유되고 있음에도, 저는 이태원 집결지가 그저 과거의 명맥을 겨우 이어가고 있을 뿐이라고 막연히 짐작했습니다. 특히 최근 수년간 젊은 내국인들 사이에 ‘놀기 좋은 동네’가 되면서 이태원의 인기가 크게 높아지고 부근 상가 임대료가 치솟는 과정을 보면서, 곳곳에 남아 있는 업소들도 조만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단정했지요. 하지만 제 예상과는 달리, 동네에서 오랫동안 명성을 떨쳐 오던 수많은 가게들이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사라져가는 와중에도 집결지는 큰 영향을 받지 않는 듯해보였습니다. 오히려 성매매 업소만큼 그 자리를 굳건히 지키는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에요. 심지어는 임대료가 매우 높을 것으로 보이는 대로변에 몇 개의 업소가 더 생긴 것을 발견하기까지 했습니다. 결국 이런 궁금증을 풀기 위해 이룸 선생님들을 따라 지난 4월에 이태원 아웃리치를 다녀오게 되었어요.

 

아웃리치가 시작되자마자 이 동네에서 성매매가 사양길에 접어들었으리라는 저의 예상이 너무나도 순진하고 어이없는 것이었음을 단박에 알 수 있었습니다. 상담소에서 만든 집결지 주변의 지도에 나와 있는 업소만 해도 수십개였고, 실제 아웃리치를 나가서 보니 휴업 중인 몇몇 업소를 제외한 대부분의 업소가 성업 중이었거든요. 각 업소의 규모 역시 제 생각보다 훨씬 컸습니다. 업소의 문을 열고 들어갈 때마다 밖에서 보던 것보다 업소 내부가 훨씬 넓다는 점에 당황하기도 했어요. 유리방이나 업소 전면이 선팅되어 있어 어느 정도 내부 규모가 예측 가능한 다른 업소들과는 달리, 이태원 지역 내 업소 대부분은 입구가 매우 좁은 대신 내부의 공간은 꽤 넓은 구조를 갖고 있었습니다. 겉에서 보기에는 여성을 두 명 이상 두기가 어려워 보이지만, 막상 들어가면 적어도 다섯 명, 많게는 열 명이나 되는 여성이 일하고 있기도 했어요. 특히 클럽 형태로 운영되는 업소들은 작은 간판을 보고 상상했던 것과는 달리 거대한 내부 규모에 놀라곤 했습니다. ‘다른 가게들이 아무리 휘청거려도 변함없는 게 성매매’라는 여느 활동가의 말은 이태원의 경우도 마찬가지였고, ‘사라져가는 집결지’는 제 상상 속에나 있는 것이었음을 알 수 있었어요.

 

여성들 숫자도 생각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이룸의 설명에 따르면 현재 이태원 부근의 업소는 약 40여 곳, 그리고 여성은 약 80여 명으로 추산된답니다. 지금까지 저는 막연히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는 업소는 스무 곳이 채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대로변이나 사람이 많이 다니는골목길을 지나가며 본 업소만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평소에 자주 다녀보지 못한 뒷골목에도 독장사를 하는 작은 업소부터 다섯 명 이상의 여성을 둔 업소까지 다양하다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되었습니다. 현재 이룸의 방문 자체를 거부하는 업소 역시 여럿 있다는 점, 그리고 아웃리치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몇몇 휘파리 형태까지 감안해보면, 이태원의 집결지 규모가 현재 추산보다도 훨씬 클 수 있겠다는 생각 역시 들었습니다. 구석구석 다녀도 이십 분이 채 걸리지 않는 이 곳에서 업소 운영을 통한 성매매 알선이야말로 가장 흔히 발견할 수 있는 업태라는 사실을 소화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이 동네로 놀러 다닌 지가 십 년이 넘었고 주소지를 두고 살게 된 지도 이미 삼 년이지만, 또 어디 나가면 성매매를 공부하고 싶다고 말하곤 했지만, 실은 제가 사는 동네의 상황조차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 특히 창피했어요.

업소, 그리고 집결지만큼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으면서 동시에 수많은 사람의 관심에서 배제되는 공간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해준, 그리고 그 무관심에 저 역시 일조하고 있었음을 반성하게 해준 경험이었습니다. 혼자 마음 편하겠다고 얼마나 많은 것들에 대해 눈감아 왔는지 다시 한 번 뒤돌아보게 되었어요. 어느 동네를 가든 형태만 달리 할 뿐 업소 밀집지역이 있게 마련이니 이태원만의 얘기는 아니겠다 싶기도 합니다. 앞으로 두 눈을 좀 더 크게 뜨고 이룸 선생님들을 쫓아다니며 배워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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