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이태원 아웃리치 후기

 

2023년이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시간은 무심하게 흘러 벌써 봄이 되었네요. 예년보다 이른 벚꽃이 만개한 3월의 끝자락에 이룸은 이태원 아웃리치를 다녀왔습니다.

군사주의 영향 아래 기지촌이 형성된 이태원, 이태원은 기지촌이 축소되면서 지대가 저렴해졌고, 퀴어와 예술인의 성지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이러한 역사성을 갖고 있는 이태원은 계속되는 ‘재개발’ 이슈로 인해 다시 또 한 번 변화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 이태원에 언니들의 삶이 흐르고 있기에 저희 이룸은 언니들을 만나기 위해 이태원에 나섭니다.

 

 

“언니들은 무엇을 좋아하실까?”라는 이루머들의 치열한 논의 끝에 이번 달 물품은 화장솜을 준비했습니다. 별별신문에는 지난 2월 15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트랜스젠더의 성전환 수술이 필수 요소가 아니라는 판결이 담긴 소식을 실었어요. 견고한 이분법적 젠더 구조 속에서 끊임없이 나 자신이 누구인지 증명할 것을 강요받고, 규범에 맞지 않는 존재들은 미끄러지는 사회 속에서 햇살 같은 소식이었죠. TG 바에서 만난 언니들 중에는 이미 이 소식을 알고 있던 분도 있고, 모르고 있던 분도 계셨어요. 하지만 반가운 소식을 나누며, 서로의 달뜬 마음이 전해지던 순간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돈과 권력에 편승한 재개발은 흘러가는 시간성을 통과하여 늙고 약한 몸이 되어버린 존재들을 위태롭게 만듭니다. 20-30년 전 상권의 중심이었을 ‘양키바’는 ‘수요’의 변화로 인해 쇠퇴하고 있고, 그 공간의 분위기와 언니들의 표정은 상권의 흐름에 맞춰 ‘번성’하고 있는 업소의 느낌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그동안 이룸이 만나왔던 ‘양키바’ 언니들도 많이들 다른 공간으로 이주하신 듯해요. 어디로 가셨을까, 언니들의 안부가 궁금했지만, 언니들이 어디에 계시던 무탈하고 안녕하시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이제 이태원은 확장되어야 함이 마땅한 퀴어의 공간으로 자리 매김했습니다. 그러나 이성애, 백인, 남성 중심적으로 구축되어 온 성산업에서 퀴어 성산업으로의 형태만 변화된 것은 아닐까, 성산업의 큰 테두리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기존 성산업이 지금의 이태원을 만드는 데에 어떤 동력으로 작동했을까, 그렇다면 기존의 성산업과 퀴어의 성산업을 같은 연장선상에서 사유할 수 있을까, 같다면 무엇이 같고, 다르다면 무엇이 다를까 라는 질문이 올라오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은 성급하게 내릴 수 있는 것들이 아니겠지요. 이태원이라는 지역성, 지역성을 반영한 성산업, 그리고 퀴어 성산업의 맥락 등 다층적인 고민이 필요할 거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 이태원이지만, 참 신기한 건 ‘업소’라는 공간, 그리고 그 공간 안에서 배치되는 권력관계는 비슷할지도 모르겠어요. 왜 어느 업소에나 ‘삼촌’, ‘웨이터’, ‘마담’의 범주에 있는 사람들이 짓고 있는 표정과 말투, 분위기는 동질하게(?) 느껴지는 걸까요. 그리고 이태원을 방문하는 ‘구매자’들은 소위 말해서 유흥주점의 ‘구매자’와의 분위기가 다르다고 느끼기도 했는데요. 그럼 무엇이 같고, 다른 건 무엇일까, 시대에 따라서 성산업의 형태와 그것을 유지·번성하게 하는 동력은 달라지지만, 왜 업소 내에서의 권력관계의 양상은 균질해 보이는 걸까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앞으로도 ‘낯선’ 이태원이라는 공간에 자주 접촉하며, 고민해야 할 일이 많아질 것 같아요. 모쪼록 그 공간에 계시는 언니들의 안전과 안녕을 바라며, 다음 달 아웃리치 후기로 또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