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 이태원 아웃리치(아랫동네) 후기_소윤
가게 문 열고 ‘이룸이에요’ 인사하자마자 빨간 고무장갑을 끼시길래 설거지 하시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저한테 건낼 복숭아를 뽀독뽀독 씻으려고 장갑 끼신 거였더라구요. 이거 가져가라고.
복숭아 한 입을 베어 무니 여름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붉은 조명 아래에서는 잘 몰랐는데 복숭아 색깔이 아직 노랑, 연초록이 섞여 있었어요. 신 맛일까 했는데 달고 아삭한 여름 맛. 겉만 보고는 역시 모르는 거더군요.
다음 가게로 이동하는 길에 서서 멍하니 예전 ‘킹클럽’자리(였다는), 새로 생긴 공간 입구에서 줄지어 선 사람들 사이로 꽝꽝 새어나오는 음악소리 들으며 박자에 맞춰 아그작 아그작 복숭아를 맛보았습니다.
길 건너 윗동네 가게들 간판 불빛도 눈에 담고, 언덕 위쪽 익숙한 가게들 간판 글자도 눈에 담고 그 앞을 지나는 얇고 짧아진 옷차림의 사람들도 ‘구경’했습니다.
날이 더워지니 입구를 열어둔 곳도 있고 냉장고처럼 에어컨을 세게 켜둔 곳도 많고 건너의 해밀턴 호텔엔 ‘야외수영장 개장’ 현수막이 걸렸네요. 각자의 방법으로 여름 나기가 시작된 것 같았습니다.
저는 에어컨 바람을 막으려 목에 스카프를 둘둘 감았는데 오늘 출근 마친 분들 드레스의 두께는 얇고 면적은 좁고 색깔은 반짝거렸어요.
서로의 착장에 대해 한 마디씩 얹으며 안 더워(안 추워)? 감기야(아픈 덴 없고)? 안부를 주고 받게 되더라구요.
다음 날 열릴 서울퀴어문화축제 소식을 담은 소식지를 흔들 때나 종이에 남은 비누향(이번 물품은 불량언니작업장의 수제비누였어요)을 맡으며 ‘좋다’ 는 말을 들으면 저도 모르게 기분이가 좋아지더라고요.
소식지 내용 담느라, 예쁘게 접어 비누랑 포장하느라 고생했을 이루머들도 직접 봤으면 피로로 무거운 몸과 마음도 조금 가벼워졌을까 싶었습니다. 몇 개 더 놓고 가라는 요청도 마다하지 않고 더 두고 가게를 나오며 이루머들 몫까지(?) 기분 좋게 인사하고 나왔더랬습니다.
얼마나 더우려고 벌써부터 이러는지 또 비는 얼마나 오련지 걱정과 기대 속 미래형 안부가 오고 가는 동안 그렇게 다를 거 없이, 계절이 오고 가는 이태원이었습니다.


6월 이태원 아웃리치(윗동네) 후기_나나
이번 달도 어김없이 이태원을 가는 날이 다가왔다. 한 달에 한 번 언니들을 방문할 때마다 ‘어머~ 벌써 한 달이 지났어?’라며 반겨주시는 B 언니 말처럼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도 모를 만큼 쏜살같다고 생각했다.
6월 아웃리치 물품은 불량언니작업장 언니들의 작품, 색이 어여쁜 벚꽃색 비누였다. 그래서인지 물품이 다른 때보다 무거웠지만 향도 좋고 성분도 좋아서 ‘언니들이 좋아하시겠지?’라는 생각으로 기분이 조금은 들떴다.
무거운 짐을 이고 지고 이태원역에 내렸는데 오늘따라 유달리 사람들에 의해 거리가 북적였다. 삼삼오오 즐거운 표정으로 몰려있는 사람들을 지나쳐 우리의 최종 종착지인 후커힐 거리로 향하는 순간, 사람들 속에서도 눈에 띄는 N 언니를 만나게 되었다.
반가운 마음에 언니를 부르자 언니는 나를 게슴츠레한 눈으로 쳐다봤다. 모자를 써서 못 알아봤다고 한다. (서운해 언니..!)
언니는 본인은 운동해야 하니까 이루머들의 목적지까지 우리를 데려다주겠다고 했다. 이슬비가 내리는 이태원 거리를 N 언니와 우산을 쓰고 함께 걸었다. 이런저런 대화를 하던 도중 언니는 “언제 너네랑 이렇게 걸어보겠니? 기분 좋다”고 하셨다. 나 역시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언니.. 우리 햇살 좋은 날 남산타워로 소풍 갔었어..)
N 언니와 작별 인사를 한 후 본격적으로 아웃리치를 시작했다. 한 달에 한 번이지만 매번 올 때마다 언니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우리를 맞아주신다. 가게 한 켠에 자리를 내어주시며 자신의 삶을 하염없이 들려주시는 언니가 있고, “왜 왔냐”며 쌀쌀맞게 말해놓고는 슬며시 ‘이거나 가져가’라며 빵을 건네주시는 언니가 존재한다. 표현의 방식은 모두 다르면서도 환대의 마음은 닮아있다. 언니들의 색깔은 호방하며 찬란하다.
언니들은 언제나처럼 ‘손님이 너무 없다’는 볼멘소리를 들려준다. 후커힐 거리는 언니들이 존재했던 가게가 통째로 헐렸다. 한남뉴타운 재개발은 한창이고, 젊은 소비자층을 타겟한 술집, 카페 등이 들어섰다. 삼 년 후, 오 년 후 이 공간은 또 어떤 변화를 맞이하게 될까. 어떤 모습이든 언니들의 일상이 건강하고 무탈했으면 하는 마음을 전해본다.
두어 시간의 아웃리치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 기용의 오토바이 손잡이에는 N 언니가 두고간 식혜 두 캔이 걸려있었다. 비닐에 꽁꽁 쌓인 식혜에는 음료수가 비에 젖지 않기를 하는 마음과 우리가 무사히 마시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었다. 우리는 그 마음이 담겨있는 식혜를 나눠 들고 오늘의 아웃리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