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성자: 나나
지난 상담 소식에서 올해 이룸은 분기별 사례회의와 동료 수퍼비전 및 지지모임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해드렸는데요. 이번 회의에는 전보다 더 서로의 상담 진행 과정과 애씀에 집중하고 격려하며 지지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특히 스스로가 잘 한 점을 한 가지씩 꼭 적어야 한다는 담당자의 요청(이라고 쓰고 강요라고 적는다)으로 인해 스스로의 애씀을 다시 한 번 돌아볼 수 있었어요. 우리가 통과하는 시간은 찰나이기에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복기해보는 요런 자리가 정말 중요한 것 같습니다.
최근 성매매 여성 처벌이 강해지고 있는 걸 느낍니다. 성매매 광고 전단지 및 입간판, 여성의 몸을 광고하여 성매매 업소의 이윤을 창출하는 업주, 광고업자가 처벌 대상이었던 ‘성매매 광고죄’로, 최근에는 성매매 여성이 처벌받고 있습니다. 더불어 성매매 업소나 성구매자가 경찰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애진작 ‘탈업소’ 및 ‘탈업’한 여성을 소환하여 처벌하는 일을 심심치 않게 마주하곤 합니다. 반성매매 현장단체는 성매매 산업구조의 원인 중 하나인 성차별과 빈곤의 여성화 등을 이유로 성매매 여성의 법적 대응을 합니다. 하지만 성매매처벌법에서 성매매 여성의 ‘성매매 행위자’ 조항에 의해 여성 처벌을 마주해야 하는 순간도 생깁니다. 개인 ‘선택’에 따른 ‘책임’이 강조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자발적’으로 성을 자원화 한 여성들에 대한 사회적, 법적 처벌은 강력합니다. 여성의 ‘자발성’을 심판하기보다 여성이 처한 사회구조적 조건에 집중하여, 조건을 변화시키는 사회는 어떻게 이룩 가능할지, 이를 위해 어떤 실천과 행동이 필요한지 지금보다 더 많은 상상이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성매매 과정에서 구매자에 의한 폭행과 강제추행, 불법촬영 등은 언제나 대응하는 사례입니다. 증거가 불충분하여 사건이 무화 되거나, 심지어 여성이 경험한 ‘피해’는 사라지고 성매매행위자로 처벌받을 위기에 놓인다거나, 더 나아가 ‘무고죄’ 대응이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여성을 사회적·법적으로 처벌하고자 하는 아이디어는 강력합니다. 무조건 여성을 처벌하려고 하거나, 믿어주지 않는 수사·사법기관, 변호인에 의해 여성들은 고립감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어쩌면 반성매매 단체와 관계맺음은 여성이 경험한 일이 ‘거짓’이 아니고 ‘잘못’이 아니라는 사회적 신뢰감을 주고받는 과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성매매 일을 하며 발생한 채무에 대한 개인회생 절차, 채무부존재와 청구이의소송도 진행하였습니다.
트랜스 여성에 대한 의료지원도 있었습니다. 다행히 강동성심병원 LGBTQ센터와 연계를 통해 트랜지션 시술 이후 발생한 언니들의 신체적 불편감을 지원할 수 있었습니다. 한편으로 여성들을 만나며 우리 사회에서 트랜스젠더에 대한 지원제도가 마련되어있지 않다는 사실을 절감하기도 합니다. 쉼터에 가고 싶거나, 젠더 디스포리아를 해결하고자 의학적 트랜지션을 시도하려해도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정책과 제도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제도적 공백 속에서 현장단체와 언니들은 어떻게 접점을 만들며 활동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됩니다.
정신과 지원은 꾸준하게 높은 지원율을 보입니다. 여성 청소년의 경우 ‘청소년’이기에 치료를 받아주는 병원을 찾기 어려워서, 찾기위해 한참동안 애를 써야 했습니다.
저희가 만나는 언니들은 일을 쉬지 않습니다. 성매매 일을 하고 있거나, 일을 그만두었더라도 언제나 생계를 위해 쉴틈없이 바쁘게 살아갑니다. 이력서를 넣고, 실패하면 아르바이트를 구하고, 그마저도 어렵다면 사회적 자원을 샅샅이 물색합니다. 언니들의 애씀이 더 이상 혼자만 감당해야 할 애씀이 아니었으면 합니다.
중노년 언니들을 만나면서 여성들의 급작스러운 건강 이상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나이든 여성들과 지원관계와 혈연관계에 국한하지 않는 관계맺음에 대한 고민과 상상이 필요한 때입니다.
상담을 하며 언니들을 마주할수록 쉽고 간명한 답을 내리기 어려운 고민은 깊어만 갑니다. 세상은 바뀔 기미가 보이지 않고, 우리의 삶은 고단하기만 할 때 그럼에도 지금 이 순간 언니들과 동료들과의 관계 속에서 웃음과 재미, 희망을 발견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럼 다음 상담 소식에서 다시 또 뵙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