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불량언니작업장 인생쏭- 청춘 씹고 저마다 반짝” 협업예술인 공연 후기!

2020년 올해 “불량언니작업장 인생쏭- 청춘 씹고 저마다 반짝” 공연이 있기까지 예술로 파견예술인으로 협업해주신 그룹 더튠의 농담(고현경) 님의 후기입니다!

이번 프로젝트의 시작부터 연습, 공연까지의 과정들을 따뜻하고 섬세한 시선으로 글에 담아주신 농담 님께 감사드립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고현경

 

인생의 모순과 맞짱 뜬 언니들, 니들이 인생을 알어?

 

“우리 노래를 만들러 왔다구? 우리가 뭐라구. 무대 위 주인공이 돼서 내 노래를 한다니 좋긴 한데…. 그게 되겠어? 선생님들, 감당이 되겠냐구. 우리가 과연 잘 할 수 있을까도 모르겠구…….”

기쎈 불량언니들은 시작부터 태산만 한 걱정을 이고 있었다. 내 노래도 만들고 가수들처럼 녹음해서 음반도 만들고 공연도 한다니 말도 안 되는 제안이라고 생각하셨나 보다. 첫 단추 끼기가 어렵지, 언니들은 점점 변해갔고 스스로 자신감을 장착하기 시작했다. 이 언니들, 그럴 줄 알았다.

 

프로젝트 내내 언니들은 자기 얘기하는 걸 그닥 좋아하지 않았다. 우리도 굳이 언니들의 과거를 끄집어내지 않았다. 우린 언니들이 지금껏 살아온 인생을, 그녀들의 지금을 응원하러 왔을 뿐이니까. 인생의 반 이상을 살아온 언니들은 수다를 떨 때도 주옥같은 가사를 막 뿜어내시더라. 살면서 피해갈 수 없었던 인생의 지독한 모순들이 가르쳐 준 지혜같은 거, 철학같은 거… 그런 것들이 줄줄 나왔다. 그 만큼을 살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말들, 그만큼을 살아낸 사람들이라서 힘이 생기는 말들이었다. 자유로운 글쓰기 숙제도 내드리고 평상시 말씀하시는 것을 쓱~ 받아 적기도 하면서 노랫말이 제법 제 모습을 찾아 갔다.

누구나 심장 가까이에 멜로디 박스를 갖고 있다는 말을 나는 믿는다. 언니들도 마찬가지다. 그녀들이 풀어낸 멜로디 박스는 열렸다 닫혔다 하는데 잘 모으면 참 좋은 멜로디가 많았다. 아마도 살아온 시간이 쌓여 만들어 낸 멜로디일 거다. 서로의 소리를 들어야만 하모니를 만들 수 있다는 걸 경험하고 노래 만드는 과정에 참여하면서 조금씩 ‘내 노래라는 게 정말로 만들어 지겠구나.’ 실감했던 것 같다. 그때부터 언니들은 세상에 하나뿐인 자기 노래를 향한 집념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정말이지 개성 넘치는 캐릭터의 그녀들이다. 코로나로 인해 서로를 만날 수 없을 때조차 참여뮤지션들은 개성만렙 그녀들이 뿌려놓은 달달한 소스들을 모아 본격적인 곡 만들기에 돌입했다. 까짓 코로나 따위가 우리를 막을 순 없었다. 언니들의 이야기는 드디어 소박한 곡, 웅장한 곡, 한 서린 곡, 신나는 곡, 모던한 곡, 개성 있는 곡으로 탄생되었다. 마침내 완성된 그녀들의 인생쏭을 선보였을 때, 언니들은 모두 자기 노래를 퍽 좋아했다. 진심으로.

 

 

연습, 연습, 연습! 연습만이 나를 즐기게 하리!

 

자, 이제 만들어진 곡을 정말 내 노래로 만들어야 한다. 언니들과의 1:1 노래연습의 목표는 뚜렷했다. 그녀들이 무대에서 자기노래를 즐길 수 있게 돕는 것이다. 노래할 때 숨길이 짧은지 긴지, 음정과 박자를 잘 운용하는지 등의 아주 기본적인 것을 확인하는 건 무대를 100%  즐기기 위한 작은 부분들이다. 사실 언니들이 ‘공연’을 하지 않을 거라면 노래기본기가 있고 없고는 그리 대수로운 일이 아니다. 노래방에서 2~3시간은 너끈히 부를 수 있는 열정을 탑재한 그녀들이기에 노래하는 기술 따위는 우선순위가 아니다. 노래를 부르는 마음과 정서, 에너지가 진짜배기고 나머지는 거들 뿐. 그래도 언니들은 TV 보는 시간과 잠자는 시간을 줄여 기본기를 연습했고, 산책을 하면서도 음악을 들었고, 공공장소에 가서 크게 연습하며 긴장감을 조절했다. 노래를 좋아하고 부르기를 즐겨하는 그 찐한 마음에 기술이라는 MSG를 살짝 첨가해 공연날 만큼은 세상 누구보다도 멋진 주인공이 되길 바랬다. 음정을 맞춰요, 박자가 어긋났어요, 템포가 빨라요…. 언니들에겐 이 모든 지적을 초월하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그들이라서 가능한 것들이 있다. 믿어요 언니들!

 

 

내 생애 첫 녹음 그리고 음반

 

녹음실에 들어서자 언니들은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숨소리 하나까지 잡아주는 마이크, 오퍼석에서 언니들을 바라보는 낯선 감독님의 시선, 뭔가 복잡해 보이는 기계들이 주는 압박감……. 그 한 가운데서 오롯이 홀로 녹음을 감내해야 하는 어마어마한 미션에 봉착한 것이다.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녹음은 많은 것이 드러나는 적나라한 작업이다. 그 모든 것에 무방비로 노출된 언니들의 호위무사를 자처한 참여뮤지션들과 이루머들은 녹음 부스 안에 들어가 언니들과 최대한 호흡을 맞췄다. 가사를 보기 쉽게 붙이고 박자에 맞게 들어가도록 수신호를 주고 받고, 최대한 부분부분 끊어서 여러 번 녹음하고, 당 떨어지면 잠시 쉬며 수다를 떨었다. 난생 처음인 녹음에 마냥 경직되었을 법도 한데 언니들은 점점 여유를 찾았고 녹음실의 분위기를 즐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녹음 시간도 점점 줄어들었다. 역시 위풍당당 언니들이다. 녹음 후 인터뷰에선 ‘내가 살면서 녹음실에 언제 또 와보겠냐’며 그날의 경험을 신기하고 재미있어 하셨다. 연속 3일 계속된 녹음대장정이 막을 내렸다. 우리 모두에게 참 진한 3일이었다.

 

 

공연 임박해서 언니들의 첫 음반이 나왔다. 그들의 이름이 새겨진 노란색 음반 <불량언니 인생쏭_청춘 씹고 저마다 반짝>!! 노란색은 마치 금색인 냥 눈부시게 반짝거렸다. 언니들은 생애 첫 음반에 사뭇 들떠있는 듯 했다. 이제 1집 가수들이 된 언니들, 내년엔 2집 내자고 넌지시 말씀하신다 ^_____^ !

 

 

에필로그

 

2020년 12월 11일 그날이 오고야 말았다.

모두가 기대했고 모두가 긴장했던 대망의 공연날!

언니들은 그야말로 개성 있는 비주얼로 타인의 시선을 강타했고 기꺼이 그날의 주인공이 되었다.

 

  1. 지금부터다 by 미희 언니
  2. 내 맘대로 by 내 맘대로 언니
  3. 어여 가 훨훨 by 갱상도 언니
  4. 공주아리랑 by 공주 언니
  5. GO GO GO by 이호 언니
  6. 흐르고 흘러 by 멍퉁이 언니

 

 

돌이켜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불려진 곡은 단 한 곡도 없었다. 그러나 그건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우리가 상상하고 그리던 모습은 바로 이런 자연스러움이었으니 그걸로 충분했다. 완벽하게 제대로 불려진 곡은 없는데 우리에겐 이거야말로 ‘제대로’였던 거다. 각기 다른 사람들 한 자리에 모여 서로 살아가는 얘기하며 다 같이 노래했던 그 날의 자연스러움… 생각만 해도 아름답지 않은가!

언니들의 눈을 기억한다. 빛깔도 세기도 모두 다르게 반짝였다. 행복한 사람들의 눈은 순정만화 주인공의 눈처럼 그 깊이를 알 수 없이 반짝인다. 자체발광의 마력이란 이런 건가? 무대 위 언니들은 스스로 보석처럼 빛났다. 결국 언니들은 무대를 멋지게 부셔버렸다 캬~!

 

불량한 그녀들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Bravo 언니들 life~!

 

p.s_ 이 모든 일들의 배후가 되어 준 든든한 후원자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