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불량언니작업장 인생쏭- 청춘 씹고 저마다 반짝” 공연 관객 후기!

2020 “불량언니작업장 인생쏭-청춘 씹고 저마다 반짝” 공연이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비대면으로 진행됐음에도, 랜선에서 열화와 같은 반응을 보여주시고 응원 댓글을 보내주셨던 관객분들 덕분에 더욱 힘을 받아 공연을 잘 치뤄낼 수 있었습니다.

그 랜선 관객 중 한 분이셨던 이가현 님의 후기입니다. 공연 관람 전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공연 시작 후에는 언니들의 무대를 함께 즐기고 마음을 나눈 그때의 이야기를 글에 담아주셨습니다. 정성스러운 후기에 감사드립니다.

 

 

언니들, 날 가져요

:불량언니작업장콘서트 훅이

 

이가현

 

나는 불량언니작업장의 사업파트너다. 바로 강남구를 지키는 페미니스트 협동조합 ‘두잉 사회적협동조합’에서 불량언니작업장의 물품을 판매하고 있기 때문! 페미니스트 활동가로서, 그리고 카페 두잉에서 불량언니작업장 물품 입고와 관리를 담당하는 담당자로서 올해 나는 이룸을 자주 방문했다. 이룸 사무실은 바로 우리집 근처라 수월하게 들릴 수 있는 곳이었다. 많이는 아니지만 조금씩 작업장의 물품을 떼어 팔면서 과연 이게 언니들한테 도움이 되는걸까 고민했던 적도 있다. 뭔가 더 큰 후원금, 더 멋진 연대를 해야 할 것 같다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치만 일단은 코로나 시대에 카페를 운영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버티기 한판이기 때문에 일단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에 만족하며 이룸의 VIP 사업파트너가 되어가던 와중, 불량언니들의 콘서트가 열린다는 너무나 반가운 소식을 듣게 되었다. 나에게 이런 소중한 제안을 해 주시다니! 눈을 반짝이며 감동한 나는 혹시라도 콘서트 날에 다른 일정이 겹치려고 하면 철!벽!방!어!를 하면서 불량언니들과의 소중한 약속을 지켜냈다. 그러다 점점 코로나가 확산되어서 결국 콘서트가 비대면으로 전환되는 너무나 슬픈 소식을 접하게 되긴 했지만,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더 큰 화면과 더 좋은 음향으로 이 콘서트에 함께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그래서 나는 마침 12월 3일부터 임시휴업에 들어간 북카페 두잉에서 혼자 콘서트를 즐기기로 했다. 아침부터 간식을 바리바리 싸들고 두잉에 온 나는 만반의 준비를 갖춰놓고 콘서트 30분 전부터 음향과 화면을 점검하면서 대기에 들어갔다. 초조한 시간이 흐르고 드디어 무대의 조명이 켜졌다.

 

 

미희언니 / 지금부터다

 

지금부터다 다시 시작해

소리쳐 외쳐봐

난 해낼 거라고

너도 해낼 거라고

 

미희언니의 노래를 시작으로 공연이 시작되었다. 공연을 시작하기 전에 언니들이 노래를 직접 만드는 과정이 나왔는데, 완성된 곡을 들어버리고 나니 믿을 수가 없었다. 첫 곡만 듣고도 당장 ‘음원 내주세요.’라고 마음속으로 외쳐버리고 있는 나였다.

 

 

내맘대로언니 / 내맘대로

어둠 속에서 내맘대로언니가 등장했을 때 난 눈이 휘둥그레졌다. 빨간 모자에 흰 의상에서 느껴지는 카리스마. 흡사 거미와 빅마마의 음색을 떠올리게 하는 허스키한 보이스…. 내 맘을 나도 모르지만 어쨌든 내 맘대로 살고 싶다는 내맘대로 언니. 노래가 끝나고 언니는 내 맘대로 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한 마디를 날렸다. “맘 편하게 사세요”

 

 

갱상도언니 / 어여 가 훨훨

갱상도언니의 ‘어여 가 훨훨’은 보고 싶은 사람을 마음에 담아두고 그리워하는 노래였다. 나는 물어보고 싶었다. “누가 그렇게 보고 싶어요?” 가사를 손에 든 걸까? 사실 가사를 든 그 모습이 졸업장을 들고 졸업식에 선 소녀 같았다. 감성적인 피아노 선율이 흐르고

 

고요한 마음. 쓸쓸히 나 혼자 있다

처량한 빗소리가 내 마음을 적시고

죽지 못해 사는 게지

산 사람은 살아야지

가슴에 묻는 게지

훨훨 날아가면 너를 만날까

텅빈 내 가슴에 널 묻어두고

나 살아갈 수 있을 때까지

어여 가 훨훨

(나레이션) 통곡이라도 하고 싶은데 할 수 없는 이 마음

하늘은 알겠지

그저 훨훨 날고 싶다

 

이만치 쓸쓸한 노래를 듣고 나니 갱상도언니가 무대 저 편을 바라보는데 그 시선 끝에 그렇게 그리워하는 그 사람이 있는 걸까 궁금해졌다. 그 누구도 위로해 줄 수 없는, 단 한 사람만이 채워줄 수 있는 마음이 있는가 보다.

 

 

공주언니 / 공주아리랑

공주언니의 무대 오프닝은 마치 당장 소주 한 병을 까서 한 잔 기울이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오프닝 영상에는 공주언니와 고봉밥, 김치, 소주가 등장했다. 나는 갑자기 허기가 지는 것 같았다. 공주언니의 서글서글한 눈빛에 마음이 찡해지고, 한 번도 본 적 없지만 괜시리 그리운 마음이 들었다. 나에게는 ‘공주언니 수세미’로만 만났었던 분인데 오프닝을 보니 마치 술상을 사이에 두고 가까워진 것 같달까?

 

그 날이 그날이라면 사는 게 재미가 없을 거야

한 번 사는 인생이라면 웃으며 살아가보자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

 

워낙 노래 자체에 완성도가 있다 보니까,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만 계속되는데도 감동적이었다. 특히 후렴에서 반음 올라가는 부분에서 내 맘은 울렁울렁거렸다. 무대가 끝나고 달래활동가가 공주언니에게 “언니는 무대체질인 거 같아요”라고 하자 공주언니는 “아, 그래요?”라며 천연덕스럽게 답했다. 나는 그 모습에 또 웃음이 나왔다.

 

 

이호언니 / Go Go Go

 ‘뭐지? 테크노? 디스코?’

Go Go Go를 처음 들었을 때 든 생각이다. 오프닝 영상에서는 이호언니가 등장해서 “공연 재밌습니까? 계속 보실랍니까? 고! 고! 고! 헤이~ 헤이~ 헤이~”라고 했다. 조금 무안하고 부끄러운 기분이 들었다. 그치만 귀여워요!!

노래방 조명이 켜지고 꽹과리 소리가 흥겹게 울려 퍼졌다. 게다가 랩까지 등장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댄스팀 뭐죠? 저도 백댄서로 취직시켜주세요. 사실 나도 공연을 보면서 어깨가 내 멋대로 흔들어지고 통제가 안 되었다. 꽹과리 소리와 함께 차오르는 국뽕… 월드컵 응원가로 써도 될 것 같았다.

 

발길 닿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생각하는 대로

같이 가면 어때요

 

노래가 끝나고 달래활동가가 이호언니에게 “너무 사람을 들썩들썩하게 했다”고 하니 이호 언니가 대뜸 “죄송합니다”라고 해 우리는 모두 폭소했다. 그리고 이어진 너무나 기쁜 소식! 첫 노래가 시작하자마자 음원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달래활동가가 노란 CD케이스를 꺼내더니 중대발표를 했다. 그 때 내 심정은 이랬다.

‘헉!!! CD!!! 따끈따끈한 CD 천장??!!!’

CD에는 언니들이 부른 노래와, 언니들이 손수 적은 글과 주옥 같은 가사들과 과정들이 담겨있는 글이 있다고 했다. 도대체 어딜 가면 구할 수 있는지, 벼르고 벼르는 중이다. 기대하세요, 이루머들! 돈쭐을 내줘야겠어!

 

 

멍퉁이언니 / 흐르고 흘러

 

똑같은 삶을 살아온 사람들끼리 마주 앉아서 소담도 나누고 수다도 떨고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있겠느냐

각기 다른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웃고 떠들고 얼마나 행복한가

 

다음 노래는 드라마 <도깨비> 배경음악으로 나올 것 같았다. 신비롭고 사연있는 느낌. 노래를 들으며, 정말 노래 가사처럼 힘들었던 기억도 고통스러웠던 인연도 모두 흘러갈 수 있을지,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고 조금은 씁쓸하게 바라게 되었다..

혼자 넓은 두잉 카페에서 공연을 틀어놓고 보다 보니 마지막 공연은 함께하는 것이 얼마나 좋았었는지 떠올리게 해주었다. 코로나 시대로 우리 몸은 가까이 있지 못하지만, 함께하는 나날들이 참 행복하다는 것은 잊지 말아야겠다. 꼭 다시 만나요 우리!

공연이 끝났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던 시청자들은 채팅창을 떠나지 못했다. 혹시나 내가 나가면 앵콜 공연이 시작될까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앵콜 정말 없나요?’ ‘앵콜!’을 외치는 시청자들 사이로 이루머가 30분에 링크를 비공개로 돌린다는 철벽 멘트를 하고…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시청자들은 여운을 가지고 일상으로 돌아가야 했다. 그치만 불량언니들과 이루머들과 함께한 연말파티였으니, 혼자 카페를 마감하고 집에 돌아가는 길이 전혀 외롭지 않았다. 어서 CD가 세상에 나오길 기대하며 우리가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에 또 공연을 해 주셨으면 너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함께 해주신 분들 너무 너무 고생많으셨어요. 꼭! 건강하게 다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