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이룸의 시대한탄 ⑥]일간베스트 “32살 일게이 용돈 아껴서 74살 바카스 할매 먹고왓다” 게시글에 부쳐

[2018 이룸의 시대한탄 ⑥]일간베스트 “32살 일게이 용돈 아껴서 74살 바카스 할매 먹고왓다” 게시글에 부쳐

유나

 

어제 ‘박카스 할머니’라고 불리는 종로지역 성매매에 대한 불법 촬영물을 게시한 일간베스트의 글이 문제가 되었다. 불법촬영임이 확실시되고 게시글의 내용이 여성을 비하, 폄하하는 폭력적 내용이었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이를 조속히 수사하고 엄격히 처벌할 것을 요구하는 중이다.

 

일간베스트 성매매 불법촬영 사건은 성매수를 했음이 명확히 드러나는 게시글이었고 사진에 성기가 드러났으며 촬영물을 게시 즉 유포하였으므로 경찰에서 수사 의지를 갖고 임할 시 성매매처벌법 상의 성구매, 성폭력 처벌법 상의 불법촬영 및 유포, 형법 상의 모욕죄 및 명예훼손죄, 정보통신망법 상 불법정보의 유통금지 등에 해당하는 사건으로 충분히 처벌할 수 있는 건이다.

 

나는 일간베스트 게시글에 대한 문제제기에 공감하며 동시에 온라인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업소 후기 사이트의 후기게시글과 일간베스트 게시글의 차이는 무엇일지 자문해보았다. 예를 들어 성매수를 했음이 명확히 드러나되, ‘성기’가 드러난 촬영물은 없지만, 동의(했다고 여겨지는)한 여성의 신체 사진을 첨부했고, 해당 사진에 찍힌 여성(이라 여겨지는)의 신체를 평가하는 글은 어떠한가? 널리 알려져 있는 후기사이트의 한 인기게시글을 보자. 100% 올탈의 인증샷을 게시하였고 후기게시글에는 해당 업소의 연락처가 적시되어 있으며 인증샷은 동의받은 나체이다. 여성의 신체는 점수와 각종 비유로 평가되고 활어라 칭찬받는다. 댓글에는 업소 관리자를 포함한 이들이 감사를 표한다.

 

이와 같은 업소 후기 사이트의 게시글 역시 문제시 될 수 있다면, 성구매를 하는 업종임이 명확하니 업소 연락처를 통해 업소를 검거할 수 있겠다. 구매 후기를 올린 자 역시 성구매자임이 분명하므로 성매매처벌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다. 여성의 신체를 평가하며 게시 된 사진들은 업소 홍보를 위해 합의된 사진이므로 불법촬영은 아닐테다. 그러면 이는 정보통신망법 제 44조의 7항 ‘불법정보의 유통금지’에 해당될 수 있을까? 성구매 후기 게시글의 내용 중 정보통신망법상 유통이 금지되어 있는 ‘불법정보’에는 ‘ 1. 음란한 부호, 문언, 음향, 화상 또는 영상을 배포, 판매, 임대하거나 공공연하게 전시하는 내용의 정보 2.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공공연하게 사실이나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의 정보’가 있다. 이 중 ‘음란’함의 기준은 성기 노출 혹은 음모노출이라고 한다. 하지만 업소 후기 게시글의 ‘문제’는 음란함, 야함, 문란함, 성기노출 등 현 사회의 ‘성기중심적’이고 풍기를 단속하고자 하는 기준과는 다른 것이다.

 

즉 후기 게시글이 문제가 되는 건, 혹은 일간베스트 글이 문제가 되는 건 이 게시물이 ‘음란’하기 때문이 아니다. 단순히 야한 사진을 게시했기 때문이 아니라 여성의 신체를 성적으로 대상화하고 물건처럼 품평하는 태도,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한 불평등한 권력구조 때문이다. 성기나 음모가 노출되어 있지 않은 게시글 일지라도 이러한 품평, 사진 게시, 유통이 가능한 권력관계, 이를 강화하고 활용하는 성산업, 그리고 이를 운영하는 방식은 그 자체로 문제적이다.

 

후기 사이트의 구매자들은 아마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를 게시”한 게 아니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실제로 후기사이트는 성매매업장과의 공조 속에서 운영되며 상당수의 후기 게시글이 업장 홍보를 위해 작성된다는 의혹이 있다. 여성들은 구매자들의 좋은 평가가 있을 때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에 후기 게시글 작성에 협조한다. 후기에 구매자가 ‘내상'(만족스럽지 않아 상처를 입었다)을 입었다는 평이 올라올 경우 여성의 수익은 급감하고 이러한 후기에 기반을 둔 관리자의 통제 역시 심해진다. 키스방이나 안마 등 특히 후기 사이트를 통한 홍보가 활발한 업종을 경험한 여성들은 ‘자발’적으로 협조한 후기 게시글에 달리는 댓글의 대상화와 폭력적, 반인권적인 언행에 의한 스트레스 및 사진촬영물이 계속 유포되거나 온라인 공간에 남아있을 가능성으로 인한 사후적인 스트레스를 호소하곤 한다. (참고로 동의한 촬영물일지라도 동의하지 않은 유포는 문제적이며 처벌가능하다.)

 

사이버 성폭력이 젠더를 기반으로 한 폭력이자 사회문화적 시선으로 구성된 성폭력이라면 후기사이트는 그 자체로 사이버 성폭력의 장이다. 지금까지 후기 사이트는 크게 문제되지 않아 왔다. 그나마 사이버 수사대에서 음란물 유포 등을 이유로 사이트를 차단하곤 하는데 운영자들은 트위터 등을 통해 주소를 바꿔가며 활발히 운영한다. 수사기관이 음란물 차단을 넘어 후기 사이트에 후기를 게시하는 이들을 성구매로, 후기 사이트에 게시 된 수많은 업소 실장들을 성매매 알선으로 수사하는 방향을 택한다면 이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함정수사보다 덜 반인권적이며 또한 성산업 축소에 효과적일 것이다. 후기 사이트에 게시되는 촬영물과 게시 글의 수준은 공론화 된 일간베스트 게시글과 별반 다르지 않다. 게시된 사진이 불법촬영물이 아닐(아닌 것으로 보일) 뿐 후기에 사용되는 언어와 단어는 성적 폭력에 가깝고 촬영 대상의 동의를 얻었기 때문에 사진을 게시하고 후기에서 여성을 품평하는 행위에 전혀 문제가 없는 양 교묘해졌을 뿐이다.

 

성폭력적인 온라인 공간의 글은 일간베스트에만 있지 않다. 한 예로 일간베스트에 유포된 여성의 얼굴을 이모티콘으로 제작하여 ‘재미’로 활용한 곳은 디시인사이드이다. 후기사이트에는 일간베스트 게시글과 유사한 성폭력적인 글들이 지금도 활발하게 공유되는 중이다. 일간베스트 게시글에 대한 분노는 일간베스트 뿐 아니라 언제 어느순간이라도 성폭력적으로 구성되기 쉬운 온라인 공간을 향한 분노이기도 하다. 일간베스트 게시글 작성자의 엄중한 처벌이 ‘일베’로 대표되는 몇몇 이상한 남성에 대한 처벌로 그치지 않고 온갖 온라인 공간을 사이버 성폭력의 장으로 구성해내는 현 사회의 권력구조에 대한 일침으로 작동해야 한다.

 

온라인 공간의 사이버 성폭력은 동의와 비동의의 문제가 아니고, 불법과 합법의 문제도 아니다. 불평등한 성별권력관계의 문제이며 사회적 약자를 폄하하고 비하하는 행동이 ‘재미’이고 자랑할 만한 일로 둔갑하는 공간 구성방식의 문제이다. 어떻게 하면 사후 처벌이 아니라 사전 예방이 가능할까? 성차별적이고 소수자 배제적인 온라인 공간문화가 이렇게 만개할 수 있는 데에는 그러한 문화를 바탕으로 수익을 얻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에서는 온라인 플랫폼 자체에 책임을 지우는 방식을 사이버성폭력 대응의 중요한 지점으로 꼽는다. 온라인 공간은 현 사회의 거울이다. 온라인 공간의 놀라운 폭력성은 현 사회 폭력성의 반영이기도 하다. 노년 여성에 대한 성적 착취, 비하, 모욕적인 행동들에 문제제기하는 우리의 저항이 온라인_오프라인 공간의 일상적인 성폭력/성차별적 구조에 대한 문제제기로 이어지길 바란다.

 

*참고글:

‘성구매’ 누가하나 봤더니… 그도 있었다

[새로고침 F5 : 성매매 다시 생각하기④] 온라인 속의 ‘숨은 성구매자’ 찾기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8550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