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아웃리치 후기

이태원 아웃리치 후기

이번 아웃리치에서는 미리 준비한 설문지와 별별신문을 들고 가게마다 방문했습니다. 이번에도 다큐 감독인 강유가람님이 자원활동 해주셨어요. 설문지의 목적은 트랜스젠더 언니들의 욕구를 파악하는 것! 어떤 정보와 지원을 원하시는지, 우리가 떠올릴 수 있는 최대한을 다 적어놓고 언니들이 선택하실 수 있게 했습니다. 우리들의 기대 외로 언니들이 열심히 체크해 주시고 많은 욕구들을 표현해 주셨습니다. 의료지원과 심리상담 욕구가 많았고 주거지원을 원하시는 분도 있었습니다. 언니들이 원하는 모든 지원을 우리가 해드릴 수 있는 자원을 갖고 있진 않지만, 클럽에서 일하는 트랜스젠더 종사자들의 삶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습니다. 실제 지원으로 이어지기도 하구요.

청량리 아웃리치 

 

   다시, 돌아오다                                                  

 

2년 네팔의 생활을 정리하면서 어떻게하면 네팔에서 배운 삶의 원칙을 고수하면서 살수 있을까를 생각했다. 네팔은 실제 내 삶의 방향을 전환시켜주었다. 그 바뀐 생활원칙과 우선순위를 지켜가면서 그 바쁜 한국에서 살아갈수 있을까, 나 자신을 실험을 해보고 싶었다. 그렇기에 내가 돌아갈 조직은 원칙과 방향을 지키면서 활동가의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는 것이 기본이였기에 이룸으로 복귀는 나에게 당연한 선택이였다.

 

그리고 청량리 집결지에 돌아가고 싶었다. 가서 무엇을 할지 어떻게 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었지만 처음 이룸을 그만두고 8년이 지나서도 난 그곳에 있는 여성들을 만나고 싶었다. 대체 청량리 집결지, 그 공간은 내게 어떤 의미이길래  이 마음은 이리도 절발했는지는 여전히 잘은 모르겠다.

 

10년 전, 성매매 집결지에 들어가 그 곳 여성들을 만난다는 목표 하나로 두려움 반 설렘 반으로 시작한 일이였다. 아웃리치를 하다보면 누군가 뒤쫓아오며 욕을 하기도 하지만 그 때는 그 욕들이 나를 쫄게 하지는 못했다. 배짱 두둑했다. 창문 하나 사이로 여성들과 눈짓 할수 있다거나 서로 짧게나마 안부를 물을 수있거나, 전화 번호 하나 딸수 있게 되면 그녀들앞에 한걸음 다가섰다는 것이 그리 짜릿할 수가 없었다. 실제 우린 만나기도 했다. 그리고 삶을 펼쳐보이기도 했다. 위로가 되기도 했다. 울기도 했고 웃기도 함께 했다. 위안을 주고 받기도 했지만 때론 토라지기도 했고 서운해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정이 들었다. 차곡차곡….

 

그런 공간과 그 곳에 있는 여성들과의 이별을 하고, 나는 한동안 성매매 현장을 떠나 있었다. 다른 업을 갖기도 했고, 네팔이란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일을 하면서 멀어져있었다.

낯설지만 전혀 낯설지 않은 청량리 집결지 그곳에, 그녀들은 여전히 있었다

 

다시 난 포장된 물품과 별별신문이 담긴 가방을 어깨에 매고 긴장감 가득하니 길을 나섰다. 많이 변했을까, 아는 그녀들은 있을까, 우린 서로를 알아볼까, 날 모른 척하면 어떡할까..

여전히 여성들은 유리방 안에 있었다. 여전히 여성들은 쪽방에 있었다.

변함이 있는듯 보이지만, 여전히 그녀들이 서 있는 집결지는 슬프고 처연했다.

 

8년만에 다시 들어간 청량리 집결지,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우리는 첫눈에 알아봤다.

‘저 여기 다시 들어왔어요, 새롭게 살고 싶었는데 다시 들어왔어요’하면서 울음을 터뜨린 그녀가 있었고, 거친 욕으로 구수함을 전하던 그녀는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하고,  딸을 양육하기 위해 이곳저곳 전전하던 그녀는, 벌써 딸이 대학을 다니고 있다고 하고.. 많은 이야기들이  다시 피어나기 시작했다.

 

다시 만날수 있는 인연인 것이 신기하기도 했지만, 우리가 만난 공간이 왜 다시 청량리여야했는지 처연함이 몰려와 돌아오는 길이 참으로 쓸쓸했다.

 

그리고 다시 시작이다. 우리 앞에 어떤 일이 펼쳐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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