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일하고 살던 곳, 청량리 동네가 사라지고 있다!

청량리 개발?


청량리 도시개발에 대한 이야기는 때론 언론에서, 때론 뜬소문으로 나돌았다. 2010년 8월 청량리 민자역사가 준공되면서 개발의 속도가 붙은 것처럼 보이지만, 이미 그 전부터 도로개설공사니 균형발전촉진개발 지역이니 하며 청량리 개발에 대한 논란이 본격화된
지 오래다. 각종 신문이나 뉴스에 보도되는 청량리 개발에 대한 이야기는 대체적으로 “서울의 대표적 성매매 거리였던‘청량리588’이 역사속으로 사라진다”거나“민자역사를 중심으로 백화점, 주상복합, 중심적 상권으로서 탈바꿈한다”는 식이다. 마치 여성들이 일하며 살아가고 있는 공간이었다는 점을 싹 잊은 채 오로지 개발을 통한 상권 조성으로 이익을 얻는 자들에 의해 개발이 부채질되는 느낌이다. 그러나 청량리 민자역사계획부터 준공까지 2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고, 2007년에 도로확장 공사로 청량리 거리일부 업소들이 철거되면서도 일부 업소들은 리모델링으로 가게를 단장하는 모습에서, 개발흐름은 생각했던 것처럼 하루아침에 우리가 살던 공간을 확 바꾸는 것이 아니라 이미 청량리에서 살거나 일하고 있는 이들에게 불안과 초조, 변화의 긴장감을 끊임없이 불러 일으키고 있다.


 


그들만의 도시개발 잔치는 우리를 떠돌게 만든다!


‘청량리 588’거리는 대표적인 성매매 거리인만큼 성매매방지법에 반대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인 곳으로 알려져 있는데, 성매매방지법 시행과 더불어 도시재개발로 인해 급격하게 변화되고 있는 곳이다. 2007년“청량리균형발전촉진지구”개발계획에 답십리-롯데백화점 도로 주변에 몇몇 가게 건물이 철거되기 시작해서 그 열에 가게 건물이 모두 철거된 상태이다. “청량리 588 이미지 벗겨 랜드마크를 세운다”는 도시 기획자들의 계획은 2011년 현재에는 더 구체화되어 고층빌딩 6개동을 세우며, 지상 50층 건물이 들어서고 공원 2개와 광장 1곳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계획도 발표된 바 있다. 재정비 기간이 2012년에서 2016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어, 기존에 철거된 구역 외의 구역도 2012년까지 철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청량리에서 살았던 언니들, 또는 일했던 언니들은 이러한 철거상황에서 어떤 변화를 겪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이미 청량리에 있는 언니들도 과거에 마장동 등지가 개발되면서 청량리로 모여든 분들도 있다고 전해지고있다. 도시개발은 언니들의 영업이익에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오고, 급기야 삶의 둥지를 송두리째 옮겨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안겨주기도 한다. 이 곳에서 일하는 여성들도 개발과 관련한 소식과 소문들 때문에 영업이익이 줄어들면 장안동과 같은 근처 업소 밀집지역에서 돈을 벌기도 하고, 개발로 인해 거처를 옮길 장소를 물색하기도 한다. 또 기존에 업주와 여성들이 6:4 또는 5:5로 나누던 수익분배는 성매매방지법 시행과 청량리 재개발로 인해 장사가 안 되면서 월200-300만원의 월세를 받는 형식으로 바뀌
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 여성들의 생활은 더 궁핍해졌고, 이젠 개발까지 본격화되면서 이주 고민과 재취업의 고민까지 떠안게 된 것
이다. 더구나 청량리와 비슷한 성매매 집결지역이면서 더 빠르게 개발이 진행 중인 용산과 영등포에서 일했던 여성들이, 단속과
재개발로 인해 살길이 막막해져 청량리로 몰려들고 있다. 3월, 4월 청량리 몇 구역에 건축심의안이 통과되면서 개발분위기는 한껏 고조되고 있는데, 특히 내년까지 많은 가게건물이 헐릴 것이라는 예측이 나돌면서 언니들의 우려와 걱정, 두려움이 교차되고 있다. 00아파트가 곧 철거될 거라는 예측 한 가운데 보상계획을 논의하려는 건물주와 업주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는데, 그나마 주소등록이라도 되어 있는 세입자들은 이전비 보상이라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이 미등록으로 고용된 상태로 일하고 있는 여성들은 그저 막막한 미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성매매방지법보다 강력한 도시 재개발
-“ 그래… 국가를 위해서는 여기가 없어져야겠지. 그런데 난 어디로 가야 하나”


 


2004년 성매매방지법이 시행되면서 청량리에서도‘성노동자’중심의 집회가 있었다. 생존권을 보장하라는 성노동자들의 요구는 집결지 자활지원사업을 이끌어 내었고, 이에 2006년부터 2009년 3월까지‘이룸’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다. 오롯이 청량리에서 일하는 여성들만을 위한 공간과 시간, 비용이 만들어졌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청량리에 있던 언니들간의“관계”, 그리고‘이룸’과 언니들의“관계”가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언니들은 이“관계”를 통해 많은 이야기들을 쏟아냈다. 가족 병원비와 생계 때문에 성판매를 해야 했던 언니부터, 20대에 인신매매되어 이 일을 시작했지만, 독한 마음으로 돈을 벌어 재산을 마련한 언니, 너무 많은 빚 때문에 고생하다 파산으로 빚을 정리한 언니, 그날 그날에 만난 진상 손님에 대한 하소연까지… 그“관계”에서 하나둘 발산되는 이야기들은 그 동안 사회로 터져나오지 못했던 여성들의 ‘목소리’였다. 성매매방지법은 분명 청량리 성매매집결지에 대한 잦은 단속과 언론의 노출로 여성들에게 불편과 분노를 가져다 주었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사회적으로 성매매라는 특수한 상황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보게 만드는 계기이기도 했다. 도시 재개발은 오랫동안 그곳에서 살아 온 사람들의 미래를 전혀 돌보지 않는다. 또 언론에서는 청량리 588 성매매
집결지를 마치 한시라도 빨리“없어져야 할 공간”으로 그래서 그곳의 사람들을“쫓아내야 할 사람”으로만 묘사한다. 최근 청량리에서 만난 한 여성은 “최근 청량리의 개발과 집창촌에 대한 기사가 크게 실리면서 혹여나 단속이 심해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국가를 위해서는 여기가 없어져야겠지. 그런데 난 어디로 가야 하나.”라고 말한다. 그 많은 여성들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사회의 자원으로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는지, 모두가 개발이라는 핑크빛 전망에 사로잡혀 이들에 대한 대답을 외면하고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