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이태원 아웃리치 후기_강유가람/노랑조아

 

 

 

 

 

 

 

 

 

 

 

 

 

 

 

5월 이태원 아웃리치 후기_강유가람

이번 아웃리치는 이룸 활동가 기용님 나나님과 함께 했다. 만나기로 한 시간보다 조금 늦어서 헐레벌떡 R 트렌스젠더 바 앞에 도착했다. 가게 앞에는 기용님의 오토바이가 세워져 있었는데, 오랜 신뢰 관계 덕분에 오토바이를 세워 두어도 되는 듯 보였다. 보광초 근처에서 나나님을 기다리면서 휴교 중인 보광초 사진을 찍었다. 이 학교는 재개발을 앞두고 2028년까지 휴교한다. 기존에 다니던 학생들은 어디로 전학을 갔을까? 갑자기 학교를 이동해야 해서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재개발이 끝나도 저학년들이 다시 돌아오긴 쉽지 않을 것 같다. 학교가 다시 열리고 재개발이 끝나면 R바는 계속 그 자리에 있을 수 있을까? 갑자기 아현동에서 재개발 끝나고 역 앞에 있던 포장마차들에 민원을 넣었다던 주민들이 생각났다. 장소의 분 위기가 바뀌고 거주민이 바뀌면 기존의 업소들이 주민들의 민원 대상이 되는 역사가 이태원도 곧 도래할 것 같다. 윗동네 이곳저곳에서도 변화가 심상치 않게 느껴졌다. 오래된 업소 세 곳이 모여 있던 건물이 아예 철거되었다. 이빨 빠진 것 같은 철거 장소에 어떤 일이 일어날까. 철거 작업 중인 듯한 트럭에서 주인이 잠시 임시 보호하는 듯이 보였던 아기 고양이가 반갑게 인사를 해주었다. 오랜만에 왔다며 반겨주시던 바언니는 이제 장사를 접고 완전히 다른 일을 하시기로 했다고 한다. 아기 고양이와 언니들이 늘 건강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리고 언니들이 새롭게 하시는 일에 행운이 함께하기를 기원한다. 후커힐 끄트머리에는 오랫동안 장사를 하지 않는 미군 대상 클럽 몇 개가 문을 닫은 채 시간을 유예하고 있다. 아마도 부지 자체가 작아서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추측된다. 이날따라 이 클럽 앞에서 설정 샷을 찍으려고 여러 포즈를 취하던 젊은 여성들이 낯설게 보였던 아웃리치였다.


5월 이태원 아웃리치 후기_노랑조아

 

화요일 밤, 부슬부슬 비가 내렸다. 지난주에 비가 많이 내려서 아웃리치 날짜를 조정했는데 오늘도 비가 내리니 5월은 어쩔 수 없구나 생각했다. 그래도 퍼붓지 않는 게 어디인지. 업소에 들렀다가 나올 때마다 우산을 펴고 접는 게 불편해서 아예 맞고 다녔다. 오늘 물품은 클렌징 티슈와 이클립스. 무게가 무거워 고생스럽기는 해도 언니들이 반기는 눈치라 기분이 좋았다. 

보통 업소 문을 두드려 열거나 안에 들어가면, “안녕하세요! 저희 이룸이에요. 오늘 언니들 몇 분 나오세요?” 하고 물어본다. ‘이룸’이라고 할 때 우리가 누구인지 알아채는 분도 있고 ‘그게 뭔데’하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우리를 끝까지 응시하시는 분도 있다. 어쨌거나 우리는 천연덕스럽게 할 일을 하는데, 인원을 묻는 일은 오늘 출근하는 명수에 맞춰 홍보물을 꺼내놓는 동시에 여성들의 규모를 파악할 수 있어 중요하다. 

어느 트랜스젠더바에 들어갔을 때 한 언니가 오늘 근무할 인원을 헤아리면서 어쩐지 남성스러운 이름을 대는 것 같길래, 재빠르게 “언니, 여자들만! 여자들만~!” 하고 외쳤다. 남자 실장이 보고 있어서 조금 민망했지만. 그러자 언니가 웃으며 “젠더 여섯 명~”하고 답했다. 아마도 남자인 줄 았았던 사람이 트랜스젠더인 모양이었다. 아.. 나의 이 젠더 이분법적 사고…!! 사실 트랜스젠더바에 들어가서 “여자들만~!”을 외치는 게 영 어색하고 부적절한 일이었던 것 같다. 왜 그랬지-.-;; 어쨌든 물품을 손에 쥐어드리며, 동봉한 이 별별 신문도 잘 읽어봐주시라고, 저희 이룸이라고, 애교 섞인 부침성을 마구 발휘하고 나왔다. 

사실 언니들과 자연스럽게 오래 대화하기 대왕은 혜진인데, 오늘 혜진이 없어 나와 현빈 둘이 아웃리치를 하면서 쑥맥(?) 둘이 힘 내보자 화이팅을 하던 차였다. 비가 내려 어쩐지 정다운 분위기가 만들어졌는지, 예전보다 언니들과 한 두마디라도 더 오래 나눌 수가 있었다. 특히 현빈이 “오늘은 말을 좀 많이 걸었어요”하며 뿌듯해했다. 나도 덩달아 기뻤다. 이태원은 이룸의 시간이 오래 쌓인 공간이지만 그렇다고 여성들에게 섣불리 깊게 다가갈 수는 없는데, 언제나 아슬아슬한 거리를 지키며 어색함을 지우는 게 일이었다. 아웃리치에서 한 마디 두 마디 더 건네고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게 얼마나 의미있는 진척인지..! 이렇게라도 우리의 소소한 성장을 기뻐하고 싶다. 

폐업한 업소와 마치 폐업한 듯 몇 달 째 문을 열지 않는 업소, 손님이 영 없어보이더니 지난 달부터 문이 닫힌 곳들이 있어 아웃리치는 빨리 끝났다. 점점 가게도 인원도 줄어가는 느낌인데, 이 곳이 없어지면 언니들은 어디로 가려나, 또는 어떻게 여기에 남으려나 생각하게 된다. 비는 그쳤지만 짐을 들고 이동하느라 땀에 흠뻑 젖은 몸을 이끌고 이태원 역사에 들어가서, 오늘의 아웃리치를 정리하고 소감을 나눈 뒤 현빈과 헤어졌다. 언니들, 6월에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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