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이태원 아웃리치 후기

12월 이태원 아웃리치 후기

작성 : 이산

 

12월 21일 수요일, 이루머 유나님, 윤달님과 함께 이태원 아웃리치를 다녀왔다. 불량언니작업장의 촉촉한 핸드밤이랑 트랜스젠더 성별정정 기준에 대한 최근 대법원 판결과 국가인권위원회 청문회 내용을 담은 소식지를 나눠드리며 이태원TG바, 양키바를 방문했다. 주로 아웃리치를 가는 목요일이나 금요일에 비해 문을 닫은 가게가 많아 평소보다는 계획보다는 조금 적은 22개 업소를 방문할 수 있었다.

 

눈이 내리고 며칠 전보다 기온이 뚝 떨어진 이태원 거리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고, 아웃리치를 다닐 시간은 영업준비 중이거나 영업을 막 시작하는 시간이어서 업소도 한산했다. 언니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이룸을 맞이했다. 이루머의 방문을 익숙하게 맞이하며 날이 추운데 수고한다, 고생한다 격려해주기도 하고, 낯선 느낌에 최소한으로 응대하거나 말없이 지켜보기도 하고, 눈길을 주지 않고 영업 준비를 하기도 하고, 모금이나 상담지원 등 이룸의 활동에 대해 이루머와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처음 오는 자원활동가가 있다는 걸 알아보는 언니도 있었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마주친 언니와 이룸이 맺어가는 관계, 때로는 언니와 업소가 맺고 있는 관계를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언니가 핸드밤이 담긴 은색 틴케이스를 보며 이게 뭐냐고 물을 때마다, 이게 정말 쫀쫀하니 유분기가 많다, 잘 때 발에 바르고 수면양말 신고자면 발이 뽀송해진다, 겨울이라 날도 건조하고 난방틀면 더 건조하지 않냐 얼굴에도 바세린처럼 바를 수 있다, 이런 말을 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렸지만 처음 만난 사이에 너무 주책맞아 보일 것 같기도 하고 영업준비 시간을 방해할 수 있으니 ‘핸드밤이에요’라고만 답하며 꼬리를 무는 말을 꿀꺽 삼켰다. 혹시 인터넷으로 이 후기를 보시는 언니가 있다면 불량언니작업장 핸드밤의 효능을 널리 입소문 내주셨으면 좋겠다. 

 

아웃리치를 하는 동안 가장 많이 나눈 인사는 크리스마스 인사였다. 여러 가게에서 트리와 전구, 화려한 장식이 크리스마스 시즌을 빛내고 있었다. 처음 보는 사이에도 기꺼이 나누는 크리스마스 인사는 즐거웠고, 어느 업소에서 모르는 사람 온다고 캉캉 짖으며 뛰어나왔다가 언니들의 반응이 평화롭다는 걸 깨닫고 순해진 강아지는 정말 귀여웠다. 계절과 명절을 챙기다보면 어느새 또 지나갈 새해가 부디 모두에게 무탈했으면, 하고 바라게 되는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