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칼럼]아무래도 싫은 사람_숨


요즘 친구들과 만화책(마스다 미리 작품)을 돌려보고 있는데, 보통 보던 만화들과는 다른 신선함이 있다. 간결한 그림체, 복사하기 해서 붙여 놓은 듯이 같은 포즈를 가진 주인공, 대화보다는 혼잣말이 더 많은 대사들. 일터(카페 점장) 갔다가 가끔 누구 만나는 날 아니면 집에서 혼자 저녁 먹고 하루를 마무리 하는 수-짱♡
 
수짱은 간소한 생활 패턴에서 순간순간 자신의 감정에 직면한다. 퇴근하는 길, 마트에서 장을 볼 때, 친구와 밥을 먹고 돌아오는 길에서 마음에 걸리는 것들을 떠올린다. 결혼 하지 않는 삶에 대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늙는 것에 대해, 일터에서 내 기분을 상하게 하는 사람에 대해 요리조리 속으로 말하곤 하는데, 그게 꼭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다들 친근함을 느끼는 것 같다.
 
<아무래도 싫은 사람>에서 수짱이 싫은 사람은 늘 곁에 와서 다른 사람 흉을 보는 사람이다. 그러다가 죽이 잘 안 맞으니까 수짱을 험담하거나 빽(인맥)을 이용해 월권을 하기도 한다. 내가 재미있었던 건 좋아하는 사람보다 싫은 사람을 더 많이 떠올린다는 걸 알았을 때 수짱이 마주한 착잡함이다. 그 사람에 대해 생각하다가 장점도 찾아보다가, 싫은 감정에 대해 사전도 찾아보지만, 싫은 건 어떤 논리적인 걸 들이대기 힘든 거라고 결론짓는다. 수짱이 선택한 관계 해결 방식은 나와는 많이 다르지만 그 순간의 수짱에게는 가장 건강하고 어울리는 방법이었을지도 모른다.
 
어찌 보면 서로의 극단적인 특성들은 누군가에게는 강점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약점이 되기도 한다. 혹은 내가 가지지 못해서 시기하는 것이거나, 내 안에 묵은 오래된 상처일 수도 있다. 설령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못하거나 부끄러운 감정이라 할지라도 그런 감정이 생긴 이유가 있을 텐데 마냥 스스로의 감정을 모른 체하는 건 나를 더 어렵게 할지도 모른다.
누군가를 싫어하는 감정을 알아차리는 건 내가 불편한 지점을 찾아가는 것, 내가 발달시키지 않은 남은 그림자를 찾는 일인지도 모른다. 우선은 그 감정이 무엇인지 알아차리는 게 제일 중요한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보통의 경우 내가 싫은 감정이 있는지도 모른 채 짜증을 내기도 하고, 특히 활동가들의 경우에는 개인적인 불편한 감정들(꼭 사람에 대한 게 아니더라도)을 정치적 올바름으로 검열하느라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하고 소진되기도 한다.
 
그래서 다른 건 몰라도 아무래도 싫은 감정을 가진 자신을 부끄러워하지 않아서, 수짱이 좋당!!

– 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