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0일자 한겨레 신문 기사(송경화 기자)와 경향신문 기사(오동근, 김향미 기자)에 대한 항의서

11월 10일자 한겨레 신문 기사(송경화 기자)와 경향신문 기사(오동근, 김향미 기자)에 대한 항의서

2008년 11월 10일자 한겨레 신문과 경향신문에서는 장안동 성매매 여성 자활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제목의 기사를 실었습니다.

“장안동 성매매 여성 ‘처벌 113명, 자활지원은 0명’
(중략) 경찰이 불법 성매매 단속을 강화하면서 처벌에만 급급할 뿐 성매매 여성의 자활, 치료, 자립 대책은 안중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단속 성과에 견줘 성매매 여성에 대한 ‘지원성과’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불구속 입건된 성매매 여성 가운에 동대문구청에서 운영중인 자활지원센터를 찾은 이는 단 한명도 없다. 동대문구청은 성매매 여성들의 자활을 위한 비공개 입소시설 2곳과 상담소, 현장지원센터 등 네 종류의 지원센터를 운영 중이다. 연간 예산도 8억원에 이른다. (중략) “
「한겨레신문, 2008.11.10 송경화 기자」

“장안동 성전 3개월… 입건여성 113명, 재활입소 0명
음성적 풍선효과 우려,, 실질 지원책 필요“
「경향신문, 2008.11.10 오동근, 김향미 기자」

본 단체에서는 위와 같은 기사가 성매매 여성의 현실과 지원체계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현실을 왜곡하고 있는 것이라 판단하며 이와 같은 단편적인 기사보도에 대해 항의하고자 합니다.

1. 성매매 지원체계에 대한 기자의 잘못된 이해

송경화 기자님이 말하는 ‘지원성과’의 척도가 장안동 성매매 여성이 관할구청 내에 있는 시설을 몇 명이 이용했는지로 측정가능한 것입니까? 기자님은 전혀 성매매 지원체계와 그곳을 이용하는 여성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않습니다. 만일 송경화 기자가 단속 이후에 장안동 성매매 여성들 중 몇 명이 지원시설을 이용하고 있는지를 파악하려면 전국에 있는 상담소와 쉼터에 장안동을 거쳐 간 여성이 몇 명이 있는지를 모두 수합해야 합니다. 또 설령 전국의 상담소, 쉼터에서 그것을 다 수합했다 해도 그것이 자활 지원성과를 가름하는 척도가 될 수는 없습니다. 여성들은 장안동 한 곳에만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니며 다른 지역에 있는 여성들 또한 결코 한 곳에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단속을 기회로 당장 자신이 있는 곳에서 전업을 모색하는 여성들이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여성들도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또 전업을 위해서 지원체계에 도움을 요청하는 여성이 있는 반면 꼭 지원을 받지 않아도 스스로의 의지에 따라서 전업을 결심하고 실천하는 여성들이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여성들의 현실을 간과한 채 단속 후 지역 관할 내에 몇 명이 자활하러 상담소나 쉼터에 갔느냐의 단순한 수치로 ‘자활지원성과’를 따지는 것은 이런 연관성을 전혀 생각하지 않은, 정말 어이없는 계산이라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이런 식의 단순한 수치계산은 여성들의 다양하고 복잡한 현재의 상황을 전혀 반영하지 못합니다.

덧붙여 송경화 기자가 말한 비공개 입소시설 2곳, 그리고 상담소는 전국에 있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지원서비스를 하고 있으며 현장지원센터의 경우 동대문구 전농동(속칭 ‘청량리 588’) 성매매 집결지에 있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지원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또 본 상담소에는 장안동에서 지속적으로 상담의뢰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이것은 다른 상담소들 또한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어느 지역에 지원시설을 선택할 것이냐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성매매 여성들이니까요.

송경화 기자님, 이들 예산이 연간 8억원에 이른다는 문장은 도대체 무슨 의도를 가지고 쓰신 겁니까? ‘예산 이 정도나 되는데 장안동 여성에 대한 자활성과는 없다’라는 식의 보도를 하고 싶으셨던 것입니까? 이것은 아예 사실에 기반한 기사조차 아니라는 점에서, 그리고 이런 식으로 현실을 왜곡 보도하는 것은 성매매 현장에서 일하는 실무자들을 무기력하게 하고 모멸감을 느끼게 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 보도를 바라보는 성매매 여성들로 하여금 다시 여성단체에 대한 불신을 심어준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한 보도 태도라고 판단되어 집니다.

2. 풍선효과라는 게 과연 무엇입니까?

성매매 기사를 다룰 때마다 빠짐없이 나오는 것이 바로 ‘풍선효과’입니다. 경향신문 기사 부제목에도 역시나 그 단어가 붙어 있더군요. 대체 그 풍선효과의 실체는 무엇입니까? 여성들이 어떻게, 어디로, 얼마나 이동했는지, 또 그것이 늘어난 수치인지, 줄어든 수치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도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기자들의 통념과 편견에 기반한 어떤 것을 사실인 것처럼 기사를 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묻고 싶습니다. 또 그 풍선효과라는 것이 왜 늘 성매매 여성을 타겟으로 이야기되고 있는 것입니까? 그리고 이 기사에는 나오지 않지만 풍선효과로 인한 신,변종 성매매가 늘어났다는 보도는 왜 그렇게 습관처럼 따라다니는 것인가요? 예전부터 존재해왔던 성매매 형태를 왜 굳이 풍선효과라 부르고 신, 변종 성매매로 분류하고 있는지요.

3. 성매매 여성과 지원체계(쉼터, 상담소)의 관계

장안동에서 두 명의 여성이 안타깝게 자살로 생을 마감한 후 송경화 기자님과 같은 의도를 가지고 저희에게 인터뷰 요청을 하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성매매 여성을 위한 자활지원체계는 앞으로도 개선되어야 할 점들이 있고 보완책을 마련해 가야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현재 장안동 여성이 이용하기에 턱없이 부적절한 것처럼 보도되는 관행은 저희도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성매매 업소 안팎에서 여성을 계속 그곳에 머무르게 하는 것에는 사회적 낙인과 차별, 여성빈곤이라는 보다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는 것을 간과한 채, 몇 명이 지원시설에 입소했느냐를 가지고 지원성과를 운운하면서 마치 이런 지원체계도 성매매 문제를 해결하는 데 별 도움이 안된다는 식으로 몰고 가는 것은 심각한 왜곡입니다.

업소 안에서 사회적 지원에 대한 정보나 내용은 업주나 사채업자, 성구매자들에 의해 심각하게 차단, 왜곡되어 있습니다. ‘그곳을 이용하면 여성 명단이 올라간다’거나 ‘아무리 도망쳐도 끝까지 널 찾아내겠다’, ‘가족에게 성매매 사실을 알려 돈을 받아내겠다’는 그들의 협박과 위협만 존재할 뿐이지 사회적 지원, 즉 누구를 위해 무엇이 마련되어 있는가에 대한 정보는 쉽게 접할 수 없습니다. 또 설령 그런 정보들을 다 알고 있다 하더라도 여성에게 그동안 쌓여온 공권력(경찰, 공무원)에 대한 불신이 깊은 상태에서 외부자원을 믿고 자신의 삶을 계획하기 어려운 현실도 존재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 성매매 여성이 아니라 어느 누구라도 그렇게 불시에 전업을 계획할 수는 없습니다. 경찰단속은 성매매 여성의 삶에 늘 있어 왔던 것이지, 그것이 너무 갑작스러워 빨리 다른 일을 해야 한다는 계기로 작동되지 않습니다. 하여 여성들이 처한 이런 다양한 현실 속에서 사회가 할 수 있는 일은 꾸준히 성매매 여성을 위한 지원체계를 개발하고 여성의 선택에 의한 자활을 최선을 다해 돕는 것입니다. 또 그 지원체계가 여성들 가까이에서 더 숨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4. 이런 종류의 기사가 성매매 여성을 지원하는 현장에 미치는 영향

오늘 저희는 동대문구청으로부터 홍보실적을 보고하라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똑같은 제목의 두 개의 기사(한겨레신문, 경향신문)로 인해 상담소가 얼마나 외부에 나가서 열심히 홍보했느냐라는 단편적인 수치를 가지고 또 옥신각신 하겠지요. 그리고 저희는 또 그 수치를 따지는 것이 얼마나 부당한지를 열심히 설명해야 합니다. 진보적이라고 알려져 있는 두 신문사에서 같은 날 똑같은 제목의 기사로 이렇게 현장단체를 곤란하게 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심한 무력감과 모멸감을 느낍니다. 기자의 성매매에 대한 지독한 편견과 선입견, 그리고 현실을 왜곡하는 단편적인 계산방식에 기반한 기사 보도 관행이 더 이상 존속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2008년 11월 10일

성매매피해지원상담소[이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