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0705 피아노학원 1차 모임 후기_by 선우

피아노학원 모임을 위한 자문회의 후 한 달. 우리 정말 피아노 학원으로 모였어요^0^ 7월 5일을 이루머들도 손꼽아 기다렸다는 것, 알랑가 몰라~~

맛난 간식을 준비해뒀건만 다들 맛난 먹거리와 보기만해도 마음이 고와지는 꽃 등을 들고 오셔서 더욱 더 피아노학원이 풍성했습니다.

자문회의부터 함께 한, 모임의 이름을 짓고 모임의 부흥을 추진하는!!  선우님의 후기를 공유합니다.

 

피아노학원 1차 모임 후기_선우

2018.07.05

날씨가 참 좋았다.

오늘은 집순이인 내게 먼 길이 귀찮지 않을 정도로 날씨처럼 참 설레는 마음이었다.

저번 만남으로 채워졌던 마음의 위안과 기쁨이 사그라들고 불안이 찾아와 ” 문 열어주세요 ! ” 하는 때였던 나는 가쁜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좀처럼 탈 일이 없는 버스를 타고 창밖을 구경하며 ‘ 귀여운 S의 연애는 잘 되어 가나? 오늘 처음 온다는 Y양은 어떤 사람일까. ’ 정든 이룸 선생님들의 얼굴이 하나하나를 떠올렸다.

6층 같은 5층을 올라 반가운 이룸 나무를 지나 들어서니 여전한 선생님들의 하이톤 환영인사가 나를 반겼다.

 

마치 1년 만에 보는 것 마냥 선생님들과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담배를 피우며 온몸을 폭 감싸오는 여유로움과 안락함을 즐겼다.

 

흡연실 창밖으로 소란스러운 소리와 함께 청순한 요정 같은 여자분이 보였다.

Y언니와 어수룩하게 첫인사를 나누고 자기가 제일 마지막에 도착해서인지 미안해하는 귀여운 표정을 지으며 헐레벌떡 들어오는 S까지 도착하자 우리는 제 자리에 앉아 드디어 대화를 시작했다.

 

안 뵌 사이 볕에 예쁘게 구워져 까맣고 몽실한 별이 된 선생님이 이번 모임의 주제인 “출근하러 가는 길의 마음”과 “퇴근 후 나의 일상”을 설명할 때 사실 우울한 이야기가 주가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우리의 얘기는 생각보다 우울하지 않았다.

 

물론 전혀 없었다. 라고는 할 수 없지만 !

 

열심히 달리자고 힘내자고 끝내자고 마음먹은 힘찬 날도 있었지만 회복되지 않은 너덜거리는 마음으로 걱정과 불안으로 출근하는 발걸음도 있었다. 때로는 자신의 다짐과 계획에 한걸음 다가갔다고 기뻐하는 날도 있었지만 마음도 몸도 도대체 누가 때렸을까 ? 온통 멍투성이로 퇴근하는 날도 있었다.

 

하지만 역시 주제는 수다를 떨기 위해 던져주는 첫 떡밥일 뿐. 껄껄

 

상처를 꺼내놓고 우리 마음속 많은 누구들에게 하는 마냥 허공에 묵직한 얼음 통을 날리는 모양새를 취하며 웃어대기도 했지만 또 샛길로 빠져 자기들의 취미와 좋아하는 음식, 사랑하는 사람의 얘기를 하며 얼굴을 붉히고 눈을 빤짝이며 엄청난 수다를 떨었다.

 

숨기 위해 상처받지 않기 위해 매일 끌고 다니던 거짓된 나를 집에 놓고 온 나는 너무 가벼웠다. 이곳에서 비로소 참인 내가 보였다. 가족에게도 믿음직한 친구에게도 말할 수 없던 나를 말했다. 3번째 보는 S는 물론이고 오늘 처음 본 Y언니마저도 소꿉친구처럼 가깝고 따뜻하고 벽 없이 느껴졌다. 맛있는 간식과 음료를 마시며 둥근 테이블에 둘러앉은 이들이 모두 어린아이들 같았다.

 

선생님, 일했던 사람, 일하는 사람.

 

이 순간 내게는 더 이상 그런 구분이 없이 모두 내 친구였다.

제대로 된 소통을 할 일이 별로 없는 나는 제각각 가지고 있는 이들의 가치관을 들으며 존경했고 많은 것을 내 마음속에 담았다.

 

더 많은 사람들이 모임에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지금 함께하는 사람이 적어서 아쉬움에 내비치는 마음이 아닌 나와 같은 사람들이 여기 모여 위로받고 위로하고 웃고 떠들며 힘을 얻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뭐, 가끔 선생님이 숙제를 내주시긴 하지만 웃고 떠들고 먹는 것이 90프로니까 !

 

우리는 함께 하고 싶은 것이 참 많았다.

그 수많은 것들 중 다음 발걸음을 정해 모임을 약속하고 자리를 옮겨 맛있는 식사와 지극히 사적인 취향에 대한 수다 2차전을 시작했다.

나는 쉽사리 이 자리를 파하고 싶지 않아 식사를 다 끝내고도 엉덩이 딱 붙이고 개겼다.

항상 헤어짐은 아쉽더라.

하지만 다음이 있음을 알기에 울상을 지으면서도 손을 흔들었다.

 

안녕, 다음 달에 꼭 다시 보아요.

 

뒤돌아 걸으면서도 끝까지 손을 흔드는 Y언니와 S를 보며 웃음이 나왔다.

우리 아픈 일 없이 행복하게 지내다 만나요 ! 멀어지는 뒷모습 뒷모습마다 마음속으로 인사를 했다.

 

우리.

 

나에게 우리를 만들어 주셔서 참 감사합니다.

 

가늘고 짧더라도 꼭 오래도록 보았으면.

 

나에겐 너무나 큰 치료이자 행복인 이 시간이 함께하는 이들에게도 어떠한 형태로든 꼭 마음이 남는 시간이 되기를.

 

*p.s. 나는 사실 이룸에 첫 발을 디딜 때부터 이곳에서 느껴지는 익숙함이 있었다.

아기 손수건 같은 포근한 실내, 창밖으로 들어오는 살랑이는 바람.

슬리퍼를 신고 친절한 미소를 띠며 수첩과 펜을 들고 오시는 정갈한 선생님.

어렸을 적 너무나 배우고 싶었던 피아노 학원에 처음 등록을 하러 갔을 때 느껴지는 옅은 긴장과 기대에 벅찼던 그때가 느껴졌다.

 

지루하고 재미없는 학교 수업을 버티고 손꼽아 기다리던 레슨 있는 날 신나는 마음으로 달려가던 그곳.

키가 한참이나 큰 언니들과 또래들을 만나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로 웃어대던 그곳.

내 피아노 실력을 자랑하며 다른 이의 연주를 듣고 감탄하던 그곳.

내 손가락을 잡아 함께 건반을 오가던 선생님의 손.

숙제라는 것은 항상 싫을 나이였지만 기쁜 마음으로 어눌하게 음표를 그려갔던 그때.

 

지금의 나에게는 이룸이 이 어릴 적 피아노 학원 같다.

 

지루하고 때로는 괴로운 50분이 지나고, 아침이 오고, 하루가 지나 한 달을 보내고 달려오는 이곳.

다른 이들을 만나 때로는 내 눈까지 축축해져 위로의 손을 건네고, 강인한 모습에 박수를 치며 온전히 내 모습으로 웃을 수 있는 곳.

건반 위 길을 잃은 어렸을 적 내 손가락처럼 헤맬 때 내 마음에 얹어주시는 선생님의 손.

 

오롯이 똑같지는 않겠지만 모임에 함께하는 이들도 비슷한 감정일 것이다 감히 추측한다.

 

내 감정을 내비치어 우리 모임의 이름은 결국 피아노 학원이 되었다. 껄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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