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월 30일,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에서 ‘2026 성매매/성산업 활동가 세미나’를 진행했다. 두 번째 세미나는 김주희의 <레이디 크레딧>을 읽고 모였다(첫번째 후기는 https://e-loom.org/활동가-세미나-첫번째-후기-불처벌-현빈/ 참조).
<레이디 크레딧>은 반성매매인권운동과 금융자본주의의 역동 속에서 변화하는 성산업의 정치경제적 구조를 분석하는 책이었다. 종전에는 악덕 업주가 성매매 여성에게 직접 ‘선불금’을 줌으로써 부채 관계를 만들고 착취하는 구조가 일반적이었다. 반성매매인권운동으로 성매매처벌법이 제정되었으나, 성매매 여성을 ‘피해자’와 ‘행위자’로 구분하며 전자는 보호하고 후자는 처벌하는 아쉬운 입법에 머물렀다. 이후 성산업은 성매매 여성을 ‘피해자’로서 보호받지 못하게끔 만들고 ‘행위자’로서 책임을 떠안도록 옭아매기 위해 교묘하게 진화해왔다. 가부장적 금융자본주의는 여성의 몸과 성을 담보화했고, 금융권은 여성 또는 업주를 대상으로 특화 대출상품을 쏟아냄으로써 성산업에 투자했다. 성매매 여성을 착취하여 고수익을 얻기 위해, 부채 관계를 복잡하게 만들고 마치 성매매 여성의 ‘자발적인 선택’으로 ‘부채 상환 의무’가 발생한 것처럼 보이기 위해, 성산업을 둘러싼 권력 차이를 은폐하고 착취를 입증하기 어렵게 만들기 위해.
활동가로서 주로 성폭력 피해자를 상담·지원해 온 나에게는 연구자의 관점으로 성매매 여성 당사자 뿐 아니라 업주, 사채업자, 구매자 등도 인터뷰하는 이 책이 흥미롭고 유익했다. 반성매매인권운동이 제도화되면서 피해자 지원이 법·제도의 한계에 갇혔으며 운동보다는 사회복지로서 실천되어 왔다는 비판은 반성폭력운동과도 맞닿는 부분이 있어서 뼈 아프게 읽었다. 또한, 피해서 지원 단체는 ‘탈성매매’를 강조하며 성매매 여성을 ‘돈/폭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착취당한 사람’으로 ‘피해자화’하는 반면, 성산업과 금융권은 성매매 여성의 욕망을 조성하고 부추김으로써 그들을 ‘자유로운 파산 불가능한 주체’로 만들고 있다는 지적도 많은 고민을 남겼다. 인터뷰에 참여한 어느 성매매 여성 당사자는 연 365%에 달하는 터무니 없는 이자를 감당했다고 나오는데, 이와 같이 부당해 보이는 부채 관계를 그가 받아들이는 이유에는 단순히 돈이나 폭력뿐 아니라 (업주 또는 대부업자와의) 관계, (돈을 빌렸으면 갚아야 한다는) 도덕 등도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였다. 더 나아가서는 성매매가 ‘합리적’ 대안으로 여겨지는 성별임금격차 및 저임금 노동 시장, 부채/이자에 관한 교육 부재 및 대출 광고 남발 등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반성매매인권운동이 성매매처벌법 개정(성매매 여성 불처벌) 이후 다뤄야 할 주요 의제를 헤아려볼 수 있었다.
매회 세미나는 먼저 발제자들이 핵심 내용을 짚어주고, 참여자들이 자유롭게 소감을 나누며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참여자들이 각자 활동하는 영역에서 마주하고 있는 관련 고민들을 나눠 주어서 이해가 깊어지고 시야도 넓어졌다. 예를 들어 부당 계약을 통해 여성 bj를 ‘벗방’으로 유입시키는 엔터사, 이주여성을 상품화하는 동시에 그들이 한국으로 이주할 수 있도록 돕는 국제 결혼중개업 등도 그 구조가 성산업과 유사하다는 이야기가 기억에 남았다.
사실 처음 세미나 참여 제안을 받았을 때는 6명 정도의 소박한 규모를 예상했는데, 단톡방에 22명이나 초대되어 깜짝 놀랐다. 열심히 공부하는 활동가가 이렇게나 많다니! 참 든든하다. 앞으로도 똑똑한 동지들에게 답 없는 질문 폭탄을 던지며 양질의 인사이트를 날로 먹고 싶다. 퇴근하자마자 저녁도 못 먹고 달려온 참여자들을 위해 맛있는 김밥과 다과를 준비해 주신 것도 감동이었다. 재미있고 유의미한 세미나를 주최해 준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과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에 감사하다.
3회차 세미나의 주제는 <남자들의 방>이다. 다음 세미나 후기에서 투비컨티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