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파적인 앰네스티 정책안에 대한 주관적인 논평

편파적인 앰네스티 정책안에 대한 주관적인 논평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활동가 박혜정

 

지난 8월 11일, 국제앰네스티는 국제대의원총회에서 성노동에 대한 정책안 통과를 의결했다. 기사를 통해서 접한 앰네스티의 결정은, 성노동을 비범죄화하는 것이 성노동자의 권익을 향상시킬 것이라는 기존의 성노동론자들의 논리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그러나 성노동의 비범죄화를 성노동자의 권리 증진을 위한 제일 시급한 (그리고 아마도 유일한?) 해결책으로 제시하는 앰네스티의 결정이 어딘지 석연치 않아 보였고, 그래서 7월에 앰네스티에서 발표한 구체적인 정책안을 읽어보게 되었다. 영어로 된 15장의 긴 문서라 읽는 데 시간이 꽤 걸렸다. 정신건강의 유지를 위하여, 업무 시간 외에는 성매매에 대해 읽는 것을 몹시 싫어하고 열심히 피하는 나로서는 출퇴근 길 지하철에서 앰네스티 문서를 읽는다는 것이 엄청난 개인적 결의와 희생을 요하는 일이었다. 사실, 끝까지 읽게 될 줄 몰랐다. 그런데 한 두 장 읽다보니 이들의 무지와 편파성이 생각보다 심각했다. “어머어머!”를 연발하며, 볼펜으로 좍좍 분노의 밑줄칠을 해가며 읽은 이 문서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기로 결정한 것은, 한국사회에서도 요즘 한창 논의되고 있는 성노동의 합법화/비범죄화 문제에 대한 논의가 보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이야기들로 채워졌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보다 솔직하게는, 앰네스티같이 큰 국제인권단체도 자기네 편파적인 생각을 당당히 발표하는데, 성매매를 매일 접하는 내가 성매매에 대한 내 주관적인 생각을 드러내지 못할 건 뭐 있겠냐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글은 성매매 현장에서 성판매자들을 만나 지원해 온 활동가로서의 내가 내 경험과 지식에 국한하여 앰네스티의 이번 정책안을 논평한 글이다. 앞으로 3-4회 분량에 걸쳐 앰네스티 정책안을 내 마음대로 부분 인용하며 나의 생각을 이야기해볼 참이다. 앰네스티의 정책안이 왜 편파적인지도 차근차근 풀어갈 생각이다.

 


해로움 완화의 원칙
 

이 정책안의 도입부(introduction)에서 앰네스티는 이 정책이 ‘해로움 완화(harm reduction)’의 원칙과 신체적 통합과 자율성이라는 인권의 원칙에 기반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구글로 조사해보니, ‘해로움 완화’는 본래 약물 중독 문제를 다루기 위해 고안된 공공 건강 전략이다. 이 원칙에 따라, 사회에서 약물 남용 문제가 항상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불법적인 약물 소비를 없애는 데 집중하기보다는 그로 인한 부정적인 결과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러한 관점은 십대 임신 문제나 성병 관리 문제에도 도입되어, 십대들에게 섹스를 하지 말라고 하기보다는 임신을 방지할 수 있도록, 성병 감염으로부터 안전한 성관계를 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홍보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했다. 앰네스티가 ‘해로움 완화’ 원칙을 어떻게 성매매 문제에 적용하는지는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지 않다. ‘해로움 완화’의 본래 의미와 앰네스티 정책안의 전체적인 골자를 고려해서 추측하면, 성매매가 없어질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여 성매매를 근절하는 데 집중하기보다는 성매매로 인한 많은 해로움을 줄이는 쪽으로 정책의 방향을 잡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그렇다면 성매매로 인한 해로움 중 무엇을 해결이 시급한, 보다 중한 해로움으로 볼 것인지는 주관적인 판단이 들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성병 확산을, 다른 누구는 성판매자들의 높은 자살율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앰네스티는 성매매에서 어떤 해로움이 중요한 해로움이라고 볼까? 이 정책안을 다 읽고 나서의 나의 결론은, 앰네스티에서 중하게 여기는 성매매의 해로움은 ‘성판매자들에 대한 단속과 처벌’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성매매 문제에 있어서 모든 악의 근원이다. 성판매자들이 단속과 처벌을 당하니까 성구매자로부터 폭력을 당하게 되고, 성판매자들이 단속과 처벌을 당하니까 알선자들로부터 착취당하며, 성판매자들이 단속과 처벌을 당하니까 성판매자들에 대한 낙인도 생기며, 심지어는 사회의 인종차별주의까지 강화시킨다. 음. 꽤 단순한 논리이다. 세상 만사가 이렇게 단순하면 참 좋겠다.

 

성판매자의 연령에 따른 인권 침해 여부
 

‘용어 정의’에서, 앰네스티는 성적 서비스와 돈, 또는 재화를 교환하는 18세 이상의 성인을 성 노동자라고 정의하고 있다. 각주를 보면, 18세 미만의 모든 사람은 ‘아동(child)’이다. 도입 부분에서도 이 문제를 정확히 짚고 있는데, 앰네스티는 “상업적인 성행위에 관여된 아동들은 심각한 인권 침해의 피해자”로 본다고 한다. 앰네스티의 논리에 따르면 17세 여성이 성을 판매하면 심각한 인권 침해의 피해자이지만, 18세 생일날부터는 성을 팔아도 인권이 침해되지 않는다. 누가 강요하지 않고 본인이 ‘자발적으로’ 한 것이라면. 그렇다면 18세 생일 이전에는 ‘자발적으로’ 성을 팔아도 인권 침해의 피해자인데, 똑같은 사람이 18세 생일만 지나면 성을 팔아도 인권이 침해되지 않는 천하 무적 로봇으로 갑자기 돌변한다는 것인가. 참 이해하기 어려운 지점이다. 우리나라에서 청소년의 성을 구매하는 사람은 더욱 억울해해야 마땅하다. 우리나라 형법에 의하면 13세가 넘는 아동과는 동의하에 성관계를 하면 불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14살 청소년과 합법적으로 섹스를 할 수 있는데, 그 청소년에게 돈을 주면 갑자기 인권이 유린되나? 앰네스티가 이해하는 성노동이란 도대체 어떤 노동이기에 18세 미만이 하면 인권 침해이고, 18세 이상이 하면 정상적인 노동이란 말인가?

 

 앞으로 2편에서 이어집니다…

논평성명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