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파적인 앰네스티 정책안에 대한 주관적인 논평 두 번째

  • 편파적인 앰네스티 정책안에 대한 주관적인 논평 두 번째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활동가 박혜정
     

     

    앰네스티에게서 성판매자의 인권을 위한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 이유
     
    성매매에 관련한 앰네스티의 정책안을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는 ‘이 사람들 너무 순진하네’라고 생각했다. 성판매의 비범죄화를 성매매 문제 해결의 무슨 만병통치약처럼 제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성판매자를 처벌하지 않으면 성판매자의 인권이 높아지고 이들에 대한 낙인은 줄어들며 이들에 대한 성구매자들의 폭력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성매매 문제가 이렇게 간단하면 정말 좋겠구만. 그러나 정책안을 다 읽고 나서는, 이번 정책안이 앰네스티가 순진해서 생긴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성매매의 완전 비범죄화를 주장하기 위해 성판매자의 인권 보호를 앞에 내세우고 있음이 분명히 보였다. 
     
     
    이번 정책안에 드러난, 성매매에 관한 앰네스티의 입장을 요약하면 이렇다.
     
    ① 18세 이상의 개인이 자신의 선택에 의해 성판매를 한다면 인신매매가 아니며, 어떤 사회적 억압 하에서도 개인에게는 여전히 선택 능력이 남아 있다. 성판매자가 성을 팔겠다고 결정했을 경우 사회는 이를 존중하여야 하며 처벌하지 말아야 한다.
    ② 성매매의 비범죄화와 합법화는 다르다. 합법화할 경우 그에 따라 각종 규제들이 생겨나는데, 이러한 규제들은 결국 상황에 따라 성판매자들을 처벌 가능하게 만든다. 그래서 합법화가 아닌 비범죄화를 해야 한다. 
    ③ 성판매자를 처벌하면 성판매자에 대한 사회적 낙인이 강화된다. 그러므로 낙인의 제거를 위해 성판매를 처벌하지 말아야 한다.
    ④ 성구매도 처벌하지 말아야 한다. 성구매자를 처벌하면 성구매자들이 처벌을 피해 개인 영역에서 성구매를 하려하고, 그러면 성판매자가 위험에 처할 확률이 높아진다. 
    ⑤ 성매매 알선도 처벌하지 말아야 한다. 성판매자가 직접 알선의 역할까지 하는 경우도 있고 성매매 업소를 운영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⑥ 각 국가는 누구도 성매매를 강요당하지 않도록, 성판매자가 성매매를 떠나고 싶을 때는 언제든지 떠날 수 있도록, 성판매자들이 건강과 주거, 교육, 사회보장 등의 서비스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각종 정책을 만들어 시행하여야 한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을 만들 것인지는 각 국가가 알아서 해라.)
     
    많은 사람들이 앰네스티의 ‘의도’는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앰네스티가 성매매의 완전 비범죄화를 주장하며 제일 앞에 내세우는 것이 성판매자의 인권이기 때문이다. 그럼 이 사람들은 성판매자의 인권을 위한다는 진심이 있고 의도도 좋은데 잘 몰라서, 또는 성노동론 진영의 자료만 접하게 되어 성매매의 전면 비범죄화를 주장하게 된 것일까? 난 그렇게 믿어줄 정도로 순진하거나 무지하지 않다. 이들은 성매매의 전면 비범죄화를 주장하기 위해 자료들을 편향적으로 선택했고, 인용했다. 
     
    예를 들면 7쪽의 용어 설명 부분에서, 성노동(sex work)의 정의에 대해 설명하면서 “성노동이란 상업적 성행위에 연루된 성노동자가 그렇게 하는 데 동의한 경우(즉, 자발적으로 선택한 경우)를 의미하며, 이 점이 인신매매와 다른 점이다.”라고 하고 있다. 그리고는 이 정의를 유엔의 HIV/에이즈 프로그램에 관한 가이드북에서 가져왔다고 하고 있다(각주 9). 유엔은 이미 2000년에 만든 의정서에서 인신매매의 정의에서 인신매매적 수단이 사용된 경우 ‘피해자의 동의는 무관하다’라고 하였다. 게다가 이 의정서의 이름은 「인신매매, 특히 여성과 아동에 관한 인신매매의 방지와 억제, 처벌에 관한 유엔 의정서」이다. 인신매매에 관한 유엔의 대표적인 문서임에도 불구하고, 앰네스티는 이 의정서를 인용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 문서에서는 인신매매의 정의를 넓혀 놓았고, 피해자의 동의가 인신매매 여부 판단에서 그다지 중요하지 않음을 언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앰네스티는 유엔의 에이즈 관련 프로그램에서 성노동 개념을 가져왔다고 하는데, 유엔의 에이즈 관련 프로그램의 가이드북 어디에서도 당사자의 동의가 있으면 인신매매가 아니라는 언급은 없다. 이 정책안의 각주에 언급된 참고 자료들을 보면 대부분 성매매 문제를 ‘성노동’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연구물들이며, 성착취의 관점으로 접근하는 연구물은 거의 없다. 
     
    또한 앰네스티가 성판매자의 인권과 안전을 그렇게도 염려한다면, 성판매자의 인권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들을 제시해야 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 앰네스티가 제시하는 정책은 구체적인 것이 하나도 없다. 예를 들어, 8쪽에서 성노동에의 유입에 관해 앰네스티가 각 국에 제안하는 것들을 보자.
     
    성노동으로의 유입에 관해, 각 국가는 다음과 같이 해야 한다.
    ․ 국제적인 인권법 상의 의무와 연동하여, 누구도 강제로 성노동에 유입되지 않도록 하며 강제로 유입된 자에 대한 효과적인 해결책을 제공할 수 있는 효과적인 프로그램과 법, 정책을 도입하고 시행하라.
    ․ 소외된 개인과 집단에 대해 적극적으로 역량 강화하고 개인적 행위성을 존중하며 인권의 실현을 보장할 수 있도록 적절한 지원을 하고 고용과 교육에 대한 기회를 제공하라.
    ․ 성노동 영역에서 흔히 드러나는 소외된 개인과 집단에 대한 차별(고용에서의 차별을 포함)을 근절하기 위한 모든 필요한 조치를 다하라.
    ․ 관련 정책과 프로그램을 개발함에 있어서 성노동자들(여러 형태의 차별을 경험하는 자들을 포함)을 참여시키고 그들의 조언을 얻으라.
     

    이 네 가지 권장사항을 읽으면, 성노동의 유입과 관련해 각 국가가 어떤 정책을 취해야 하는지 그림이 그려지시는가? 네 번째 사항을 빼면 도대체 뭘 하라는 소리인지 구체적으로 감이 잡히지 않는다. 온통 ‘효과적인’, ‘적절한’, ‘모든 필요한 조치’와 같이 모호하면서 아름다운 단어들로 채워져 있다. 무엇이 효과적이고 무엇이 적절하며 무엇이 필요한 조치인지는 니네가 알아서 찾아내라는 것이다. 
     
    사실 앰네스티가 유일하게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정책은 성매매의 전면 비범죄화뿐이다. 자, 어디까지 구체적으로 나가는지 한 번 10쪽을 들여다보자.
     
    성노동의 범죄화에 의한 인권 침해에 대응해, 각 국은 다음과 같이 해야 한다.
    ․ 상호 동의하에 성적 서비스와 보수를 교환하는 행위를 (직접적으로 또는 실제적으로) 처벌하는 법을 폐지하고, 이러한 법을 도입하지 않도록 하라.
    ․ 성노동의 운영적 측면에 관한 형법적 금지는 (권위의 남용을 통해 성판매를 강요하는 등의) 명확히 성판매 강요로 읽혀질 수 있는 행위에 연루된 자들로 제한하라.
    ․ 성노동에 국한된 법 뿐 아니라 노숙, 공공장소 소란행위, 이민 등에 관련된 다른 법에서 사실상 성노동 또는 성노동자를 범죄시하여 차별적으로 시행되는 일이 없도록 하라.
    ․ 성노동자들이 법 제도 하에서 동등한 보호를 받고 노동과 건강, 안전 등의 다른 법 적용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하라.
     

    자, 차이가 느껴지시는가? 성판매자의 인권 보호와 관련해서는 ‘효과적인’, ‘필요한’ 등의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하여 모호하게만 표현하며 두루뭉실 넘어갔는데, 성매매의 비범죄화 관련해서는 굉장히 구체적인 정책들을 제시하고 있다. 비범죄화의 영역을 어디까지 해야 하는지 밝히고 있으며(성구매, 성매매업소 운영 등까지 비범죄화해야 한다), 성매매 관련법 뿐 아니라 다른 법들에서도 성매매를 범죄시하지 않아야 한다고 하며 구체적인 예까지 들고 있다. 이 정책안에서 앰네스티가 가장 이야기하고 싶었던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며, 사실 구체적인 주장은 이 부분밖에 없다. 앰네스티의 의도가 그리 착하거나 순진하지 않다고 판단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모든 규제는 위험하다. 그러므로 다 없애자?

    앰네스티는 성매매의 비범죄화와 관련해서는 결벽증에 가까울 정도로 모든 처벌과 규제를 꺼리는 입장이다. 심지어는 성구매와 성매매업소 운영에 대해서도 규제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인데, 이 역시 성판매자의 인권과 안전을 위해서란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앰네스티가 이번 정책과 관련하여 발표한 Q&A에 잘 나타나 있다. 노르딕 모델이라 불리는, 성판매자만 비범죄화하고 성구매자 및 알선자를 처벌하는 모델에 대해 앰네스티는 이 같은 제도가 성판매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이들을 착취에 취약하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가령 성구매자가 경찰에 적발될 것을 두려워해 성판매자들을 자신의 집으로 오도록 만드는 경우가 많으며, 그러면 성판매자가 위험에 처할 확률이 더 높다는 것이다. 성매매 알선을 범죄시하면 안 되는 이유에 대해서는, ‘성매매 업소 운영’이나 ‘홍보’를 처벌할 경우 성판매자들까지 범죄화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란다. 예를 들어 두 명의 성판매자가 함께 일할 경우 ‘성매매업소’로 간주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성구매와 성매매 알선까지 비범죄화해야 한다는 과감한 의견 치고는 근거가 빈약하다. 앰네스티가 오로지 드는 근거는 이러한 처벌과 규제가 성판매자에게 이롭지 않다는 것이다. 성판매자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아마도 유일한) 구체적인 방법으로, 성구매자와 성매매 알선자를 처벌하지 말자고 한다. 어떻게 이렇게 와일드한 결론으로 껑충 뛰어버릴 수가 있지? 머리가 띵하다. 그래도 뭔가 더 근거를 갖고 있겠지 기대하며 앰네스티가 정책안 뒤에 덧붙여 놓은 「국제앰네스티 연구 결과 요약」을 읽어 보았다. 여기서는 더 가관이다.
     
    여기서는 연구의 핵심 결론으로 성매매의 범죄화가 위험한 이유 네 가지를 들고 있는데 그 중 두 번째 이유를 보자. 여기서는 “성노동자들은 다양한 성노동 관련법에 의해 처벌되거나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데, 여기에는 성판매와 직접 관련된 법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한다. 즉, 성판매를 직접적으로 금지하는 법 뿐 아니라, 성판매와 관련된 다양한 행위(예를 들어 호객), 성구매, 성판매 홍보, 성매매업소 운영 등을 규제하는 법에 의해서도 성판매자가 처벌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르헨티나에서는 거리 성매매는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지 않지만 공공 장소에서 드러내놓고 성판매 또는 성구매를 제안하는 것은 처벌된다고 한다. 홍콩에서도 성판매 행위는 불법이 아니지만 호객 행위는 처벌 대상이며, 혼자 일하지 않고 두 명 이상의 성판매자가 함께 일하면 ‘부도덕 업소’로 간주되어 법을 위반하는 것이 된다. 앰네스티는 성판매 뿐 아니라 호객, 성매매 업소 운영의 다양한 측면들에 대해서도 비범죄화해야 성판매자들의 안전이 지켜질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쯤 되면 성매매와 관련한 거의 모든 규제를 풀자는 말이나 마찬가지다. 물론 앰네스티가 모든 규제를 없애야 한다고 명백히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각 국가가 자국 상황에 맞도록 규제를 만들어야 하며, 그러나 그 규제들은 성판매자의 자율성을 인정하고 그들이 착취당하지 않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아름다운 말씀을 되풀이할 뿐이다. 
     
    그러나 앰네스티는 분명히, 성판매자가 처벌되거나 그들의 안전에 조금이라도 위해가 되는 규제는 위험하다고 한다. 그런 규제는 그것이 성구매에 대한 것이든, 성매매 업소 운영이나 성매매 알선(포주 행위)에 대한 것이든 나쁜 규제이며 없어져야 한다고 한다. 심지어는 거리에서의 성매매 호객까지 처벌해선 안된다고 하니, 앰네스티의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할 ‘성매매 규제’란 찾기 어려울 것 같다. 그렇다면 성매매에 관한 모든 규제가 풀리면 어떤 세상이 올 것인가? 돈으로 섹스를 사는 것도 합법이고 성매매업소 운영과 홍보도 합법이며, 어느 장소에서든 성매매 호객을 하는 것도 합법이라면 말이다. 상상은 각자에게 맡기고 싶다.
     

 (3편에서 이어집니다)

논평성명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