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체계적 망각, 기억으로 연결한 역사>북토크 후기 3탄 by. 레나

*북토크에 와주시고, 부스를 지키며 큰 도움 주셨던 이룸의 친구, 회원 레나님의  청량리 북토크 후기를 공유합니다. 기꺼이 내어줬던 도움과 꼼꼼하고 세심한 후기에 깊이 감사드려요:)

 

2018년 11월 30일, 역을 나오자마자 눈물이 핑 고일정도로 추운 날씨였다. 일과가 끝나고 나니 몸은 천근만근이지만 자원봉사하기로 약속했기에 발을 바삐 움직여 북토크가 열리는 스페이스 노아로 향했다. 손님 맞을 준비로 바쁜 이루머들이 눈에 들어왔고, 피곤함을 제쳐두고 몸을 움직이며 청냥이, 청량리 책, 불량언니 작업장에서 만든 물품을 꺼내놓고 응대를 하다 보니 금세 자리가 찼다. 귀여운 청냥이와 책을 받아보고 좋아하는 참여자들과, 여성들과 이룸이 함께 찍은 사진들을 감상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을 부러운 눈길로 흘끔 보다가 곧 북토크가 시작한다는 안내가 나왔다. 이룸에서 준비한 알찬 간식을 한손에 챙기고 자리에 앉아 마련해준 커피를 마시며 한 숨 돌리니 이루머들이 자리에 앉으며 “<청량리 : 체계적 망각, 기억으로 연결한 역사> 북토크”가 시작됐다.

 

시작 멘트로 책 제목에 대한 소개가 있었는데, 책의 부제 ‘체계적 망각, 기억으로 연결한 역사’의 의미가 인상 깊었다. 청량리 집결지라는 공간은 외부의 시선으로, 환상과 낙인으로 얽혀 재단되고 평가되어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여겨지는 공간이었다. 하지만 그곳에서 살아온 여성들이 있고, 이들의 기억을 기반으로 집결지에 얽혀있는 지배구조를 풀어내기 위해 애썼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듣자, 이번 책에 인터뷰어로 참여한 여성들의 녹취록을 작성하는 작업을 할 때 여성들의 서사를 들으며 ‘빈곤’과 ‘자원이 없는 여성’이라는 키워드가 잡혔던 기억이 났다. 책에서 이 단어들이 어떻게 서술되고 표현될지 매우 기대됐다.

 

북토크는 1,2,3부로 진행됐는데 1부에서는 역사문제연구소 인권위원회의 김대현, 김아람, 장원아, 한봉석 연구자들과 이룸이 함께 작업을 진행하게 된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네 분 모두 역사연구자로서 이 작업을 함께하게 된 자신의 맥락, 함께 하면서 느꼈던 점들을 말씀하셨는데, 말씀을 정말 재치있게 잘하셔서 즐겁게 듣다가 공감되는 이야기를 기록해두었다. 한 연구자는 이룸과 함께 작업을 하기 이전에 역사문제연구소와 그리 멀지않은 청량리 집결지에 관심이 생겨 자료조사를 했는데, 기존 연구 수도 굉장히 적고, 그나마 있는 연구 중 대다수는 여성주의적이지 않았으며 심지어 성구매 후 작성한 논문을 발견했다고 한다. 여성이 성판매를 하게 된 사회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접근과 고민 없이, 사회에서 인식하는 “성매매여성”으로만 바라봤을 때 나타날 수 있는 결말 같아서 탄식이 절로 나왔다. 또 다른 연구자는 이번 연구를 하며 ‘감정/기억을 역사라고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연구를 진행했다고 한다. 그렇기에 어떤 답을 내리고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들의 구술을 따라가다 보니 청량리 집결지라는 공간에 대한 희로애락이 존재하고 있음을 알게 됐고, 이 기억과 감정들을 어떤 틀에 끼워 맞추지 않고 연결해 나가는 것에 집중했다고 하셨다. 앞선 이야기와 대비되기도 하고, 그 차이가 무엇일까 생각해보면 집결지에서 일하는 여성들을 기존 사회에서 이야기되는 ‘성매매여성’으로 대상화하여 바라 보는게 아닌 집결지에 사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을 직시하고, 외부인이라면 모를 수밖에 없는 그 안의 이야기를 듣고, 청량리 집결지 외부/내부로부터 겹겹이 쌓여 작동하는 지배구조를 찾아내어 이 구조가 어떤 식으로 여성들의 삶에 파고든 것인지 알아내려는 태도 같다. 여성들에게 적절한 질문을 하고 가감 없이 해주는 이야기를 듣고 이를 구성하는 것, 나열해놓으니 굉장히 단순해보이지만 이를 해나가며 치열한 고민이 수반된 것 같아 책에 대한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다.

 

2,3부는 이룸이 처음에 현장지원센터를 만들면서 청량리 집결지와 연결되고 이후 청량리 재개발로 인해 생겼던 일들과 불량언니 작업장이 만들어지기 까지 이룸과 이루머, 불량언니작업장의 이야기로 가득 찼다. 이룸은 처음에 현장지원센터를 설립하며 여성들에게 의료, 법률 지원을 하는 과정에서 정부지원조건이 ‘탈성매매 시 지원’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정부가 성매매를 자발/비자발적 성매매라는 관점으로 구분할 뿐 성판매를 하게 되는 여성의 상황을 보지 않고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하고 성매매에 대한 문제의식과 고민의 부족함을 느꼈다고 한다. 이후 정부의 여러 요구와 조건들이 이룸의 판단과 다르다고 결론짓고 현장지원센터를 반납하기로 결정하는 과정을 듣던 중 ‘성매매를 낭만화 하지도, 피해자로만 낙인찍지 말자’는 태도가 인상 깊었다. 성판매 여성들에게 집결지는 일하는 곳, 먹고 자던 곳,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있던 곳이지만 여성들을 대상화하고 성구매자들의 폭력이 존재함은 물론이고, 업주와 펨푸(중간착취자)가 존재하고, 업주가 여성들을 돌본다고 하더라도 ‘착취’의 맥락을 완전히 떼놓고 볼 수 없고, 그렇다고 집결지의 폭력성에만 매몰되면 여성들이 어떻게 삶을 꾸려왔는지, 그들의 삶에서 느껴지는 역동적인 모습들을 소거할 수도 있기에 ‘낭만화와 피해자화’를 견제해야한다고 했다. 여성들의 삶을 그저 소비하거나 삭제하지 않기 위해 입체적으로 봐야한다고 생각하는데, 입체적으로 본다는 것은 낭만화/피해자화 하지도 않는 것은 당연하고, 있는 그대로의 삶을 직시하는 것도 방관하듯 손 놓고 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삶이 나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고민하고, 같이 살아내고 있는 이 사회와 어떻게 연결시킬지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불량언니 작업장의 탄생은 청량리 집결지 재개발 이슈와 밀접하게 연관되어있는데, 청량리 집결지는 거대 자본이 개입하기 전에 국가가 나서서 집결지를 조장, 방관해왔고, 그 안에서 성판매 여성들은 억압 받으며 생존을 위해 머물렀고, 여성들을 억압한건 국가뿐만이 아니라 집결지 내부에 있는 이해관계가 다른 착취자들이 있었으며, 재개발 과정에서 여성들은 이들과 동지라는 이름으로 한 깃발아래에 함께 있었다고도 한다. 물론 재개발이 강행되면 업주와 건물주의 입장에서 내쫓기는 상황이고, 여성들에게도 삶을 이어나갈 자원을 마련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모두에게 부당하다고 볼 수 있지만 그렇다고 이들의 이해관계가 같은 것은 아니었다. 이는 재개발이 본격화되면서 두드러졌는데, 업주와 건물주들은 분명 얼마 전까지 자신들이 알선하던 성매매를 불법이라고 하며 여성들을 쪽방촌에서 내몰기 시작했고 이는 재개발 보상금과 관련되어 벌인 일이라고 한다. 복잡다단한 집결지를 두고서 이룸 역시 여러 고민과 행동을 보이다가, 여성들과의 연결에 초점을 맞추고 불량언니 작업장을 시작했다고 한다. 이런 상황들로 힘이 잔뜩 들어갈 법도 한데, 불량언니 작업장의 시작은 힘이 잔뜩 들어가지도, 거창하지도 않아서 좋았다. ‘밥 한번 먹어요’라고 말해 약속을 잡고 꾸준히 만나면서 사람을 모으고, 모인 사람들과 ‘우리 다음번에는 뭐할까?’ 이야기하며 허물어져가는 청량리에 들어가 사진을 찍고 전시회를 열고, 실을 받아 뜨개질 하고 레몬청을 담구고 비누도 만들며 단순한 일을 공동으로 작업하면서 서로의 자존감을 높이고 지지할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어 나갔으며, 여러 외부행사에 참여하며 청량리 집결지 폐쇄의 문제점과 불량언니 작업장이 함께하는 의미를 설명하며 여성들과 함께 만들어 나가기 시작했다고 한다. 불량언니 작업장은 이런 점에서 특별하게 와 닿는다. 한국사회에서 기술/경력/학벌과 같은 ‘능력’이 없다고 여겨지는 노년여성이 어떻게 살아나갈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그 대안이 또 다른 착취의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나가는 것, 그리고 서로의 지지기반이 되면서도 함께 생존할 수 있는 공동체를 꾸려나간다는 점에서 인상 깊었다.

이후 북토크에서만 볼 수 있는 특전(!)이 펼쳐졌다. 청량리 책 집필을 위해 여성들과 의 인터뷰 도중 여성들과 이룸과의 관계, 불량언니 작업장에 대한 이야기, 여성들이 느껴온 삶의 감각들이 담긴 영상이었다. 말을 재밌게 잘하셔서 박수를 치고 웃다가 어느 대목에서는 뭉클하기도 하고, 길지 않은 영상인데도 다채로웠다. 또 여성들이 직접 오셔서 자신들의 삶이 역사로, 책으로 나타나 벅찬 기분과 행복한 소감을 나누었고, ‘우리 이룸’ ‘우리 불량언니 작업장’이라는 말을 듣고 소속감을 느낀다고 생각해 인상 깊었다. 내가 이루고 있는 삶은 계약직사원이 정규직이 되고 싶은 마음을 건드리며 ‘정규직 보다 열심히 일할 것’을 종용하고, 또 ‘어느 회사 다녀요’라고 했을 때 정규직/비정규직이냐를 묻는 질문으로 인해 소속감을 부여해도 괜찮을지 고민할 때가 있다. 이렇게 파편화 된 환경에 있다가 약자를 착취하지 않고 혐오하지 않는 공동체의 일원이 소속감을 느끼고 직접 이야기해 주었을 때, 불량언니 작업장의 지향이 한층 와 닿고 가슴에 새겨진 거 같다. 공간 사용시간 초과 직전까지, 꽉 채워진 북토크 내내 던져진 문제의식과 고민들은 고스란히 책에 담겨져 있다고 한다. 꼭 책을 읽고 여성들의 기억으로 연결된 청량리를 만나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몇 시간 전에 추웠던 날씨는 잊혀질 정도로 열기가 돋아나던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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