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촌, 지워지는 역사를 페미니즘적으로 균열내고 기억하며 개입하기>
동두천, 의정부 답사 후기_두 번째
이재임
지난 5월 23일 토요일의 “기지촌, 지워지는 역사를 페미니즘적으로 균열내고 기억하며 개입하기” 답사는 동두천 성병관리소, 동두천 보산동 클럽거리, 상패동 공동묘지, 빼벌 마을을 둘러본 뒤 간담회(사회: 역사문제연구소/발제: 두레방, 이룸)와 뒤풀이를 하는 것으로 구성되었다. 각 답사 장소에서 지완, 우영, 원아 선생님들(역사문제연구소)과 최희신 활동가님(경기북부평화시민행동), 정강실 활동가님(두레방), 나길 활동가님(두레방)의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경기북부평화시민행동에서 진행하는 동두천평화역사탐방을 여러 번 다녀온 적 있고 두레방에서 자원활동을 해왔기에 답사 장소는 익숙했지만, 세 단체가 어떻게 의기투합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위와 같은 멋진 주제를 내건 간담회에서 어떤 이야기들이 나올지 궁금해서 참여하게 되었다.

답사 자체의 후기는 (쫄래쫄래 따라다니긴 했지만, 설명을 열심히 듣지 않은 불성실한 참가자로서) 뒤풀이에서의 대화에 대한 감상으로 대신하고자 한다. 뒤풀이에서는 투어의 다양한 참여자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같은 테이블에 앉은 한 분(이룸의 활동에 관심이 많으신 페미니스트이셨다)은 박순자의 묘에서 매우 벅찼다고 하셨다. 답사한 장소에서 몸이 열리고 어떤 느낌을 받았다는 말에 나는 오히려 압도당했다. 그때 내가 이곳들에 너무 익숙하다는 것, 그래서 무감각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물론 정강실 선생님 덕분에 보산동에서 두레방과 새움터의 옛 사무실이 있던 자리를 찾아볼 수 있었을 때는 기쁘긴 했지만…)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현장을 다르게 감각하는 몸들과 더 연결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이 ‘페미니즘적으로 균열내고 기억하며 개입하는’ 아카이브를 만드는 출발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간담회는 ‘각각 의정부 뺏벌(두레방)과 청량리 및 이태원(이룸) 현장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이며 활동해 온 두 단체가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제일 기대했던 순서였다. 간담회의 인상적인 이야기들을 (기억에 의존해서 쓰느라 부정확할 수도 있지만) 내가 이해한 바대로 풀어보고 싶다.
첫째, 과거 이태원 미군 클럽에서 일했던 한국 여성들도 지원하는 이룸의 고민에서 나온, 언니들을 오랫동안 돌봐온 두레방의 노하우에 무엇이 있는지에 대한 대화였다. (고백하자면 두레방 언니들의 과거에 관심이 있던 연구자로 두레방에 들어간 나는 아프고 나이 들어가는 몸을 마주하고 있는 현재의 언니들과 두레방의 일원으로서 관계를 맺게 되었다. ‘나는 무엇을 위해 연구를 하는 거지?’라는 혼란스러움이 찾아왔다는 이야기는 줄이고…) 김은진 두레방 원장님의 답과 그간 두레방 아카이브로 배운 바에 따르면 두레방은 1986년 의정부 기지촌에 자리를 잡은 이래 언니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존재했다. 두레방의 활동은 밤새 언니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에서부터 출발했고, 현재는 언니들의 나이듦과 죽음(장례부터 운동의 방향성까지)을 고민하고 있다. 두레방의 역사와 두레방 언니들의 현재가 과거의 연장선상에서 이해되는 것을 넘어서 이룸과 이룸의 언니들의 현재와 미래로 연결되는 식으로 볼 수 있구나, 시야가 확 트이는 듯했다.
둘째, 기지촌 여성 인권운동이 진행되어 온 바에 이룸이 합류 또는 개입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하고, 그것을 통해 이 운동이 어떻게 확장되고 변모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였다. 김주희 선생님이 유족을 중심으로 한 한국의 과거사 운동(특히 기억의 차원에서)과 달리 기지촌 여성운동에는 중심이 될 유족이 없었다는 점, 여성들은 여러 지역의 기지촌들을 순환했으나 각 지역에 자리잡은 단체들에 의해 분리되어 다뤄져 온 바를 짚어주셨다. 또한, 이룸의 언니들은 이번 ‘기지촌 미군 위안부 주한미군 대상 손해배상청구소송’에는 왜 참여하지 않았는지를 질문하셨다. 향후 이룸이 내놓을 답이 궁금하다. 그리고 위와 같은 운동에 대한 고민은 이룸에게만 던져진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며 답을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기지촌 여성 인권운동의 내용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지촌 여성 인권운동의 계보를 살피고, 그간의 운동의 흐름과 향방을 세밀하게 검토하고, 급진적 상상력으로 뻗어나가야 한다는 엄청난 과제가 주어진 게 아닌지?
뛰어난 기획력과 실행력으로 멋진 투어를 만들어 낸 세 단체, 이룸, 두레방, 역사문제연구소에 투어 참여자로서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