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룸의 조직문화 샅샅이 훑어보기

아래의 내용은 2014년 이룸 10주년을 맞이하여 작성된 글입니다. 이룸은 오랫동안 아래의 조직문화를 원칙으로 운영해왔습니다. 2020년부터는 조직의 안정적인 운영과 지속적인 성장을 모색하며, 조직점검 사업을 거쳤습니다. 이룸 활동의 중점 가치를 점검하고자 이룸의 비전, 목표를 정리하고 활동의제와 장기계획을 세워나갔고, 더불어 이룸의 조직 구조와 활동 방식, 의사결정 구조에 관한 오랜 논의와 고민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룸은 오랫동안 직제 없는 평활동가 체계, 만장일치제 의사결정을 원칙으로 운영하였습니다. 이러한 조직 구조와 운영 방식을 통해 이룸이 견지할 수 있는 태도와 심화할 수 있는 관점이 있었고, 지금의 이룸이 가능했습니다. 그리고 이룸은 장고 끝에 새로운 시도를 결심하였어요. 그간의 이룸이 견지해온 태도와 관점을 디딤돌 삼고 민주적 소통구조를 계승하되, 조직과 활동가가 상호 유기적으로 성장하는 조직 운영을 지향하며 조직 구조를 새로이 정비하였습니다. 조직의 원활한 운영, 조직과 활동가의 유기적인 성장을 위해 직제가 필요하다는 평가를 통해 직제를 두었고, 의사결정이 ‘민주적’으로 이루어지는 데에 있어서 만장일치제가 능사인 것은 아니라는 평가를 하며, 만장일치제를 원칙으로 삼기보다는 민주적인 의사결정을 위한 논의와 고민을 멈추지 않는 것으로 결정을 하였어요. 

이룸의 새로운 시도도 새로운 고민지점을 낳을 수 있겠지만, 고민을 멈추지 않고, 노력을 멈추지 않는 것만이 ‘민주적이고 평등한 조직’을 위한 유일한 방법이지 않겠냐는 의논도 하였습니다. 민주적이고 평등한 조직을 위한 앞으로의 이룸의 앞날도 지켜봐주세요. 

– 2023년 3월 이루머 올림 

 

 

이룸의 조직문화

 

어느덧 이룸이 10년이 되었습니다. 10년의 세월 동안 이루머들은 평등이라는 가치를 최우선으로 지켜내기 위해 애써왔습니다. 그 이유는 이룸 탄생에 관한 글(보러가기)을 참조해주세요. ‘평등이라는 추상적인 가치를 지키기 위해, 현실계에서 얼마나 많은 고민과 실험들이 있었을까요. 그 모든 걸 다 살펴볼 순 없지만, 굵직한 몇 가지의 이룸의 실천들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하나. 별칭으로 부르기

 

이룸은 나이와 근속년수에 상관없이 서로를 별칭으로 부릅니다. 신입 활동가와 10년차 활동가 사이에도! 띠동갑 나이 차이 나는 동료 활동가끼리도! 모두 별칭으로 부르기 때문에 나이 차이나 위계가 느껴지지 않을 수 있는 것 같아요. , 별칭쓰기는 이미 다른 여성단체나 시민단체들도 많이들 하고 있는 것이라서 놀라울 게 없다고요? 그럼 다음의 얘기들은 어떠신가요.

 

두울. 직책 없는 이룸

 

이룸에는 대표소장이 없습니다. 물론 형식상 서류상에 올라가는 이름은 있지요. 하지만 이룸은 특정 한 사람이 그 권한을 갖지 않도록 애써왔습니다. ‘소장혹은 대표가 가야 하는 외부회의에는 내부 구성원이 돌아가면서 참석을 했고요. 내부적으로는 그런 역할이 아예 존재하지 않을 수 있도록 모두가 권한과 책임을 나누어 가졌습니다.

소장대표팀장도 없는 이룸.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이룸이 규모가 작은 조직이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늘 위계에 대해서 경계해왔기 때문인 것 같아요. 이로 인해 모두가 평등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분위기가 마련되었고, 이 덕분에 누군가의 명령에 따른 것이 아닌 자발성에 기대어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모든 것에는 명암이 있는 법! ‘자유에는 책임이 뒤따른다.’고 했던가요. 아무래도 위계가 없다보니 느슨해지기도 쉬운 것도 사실이었나 봅니다. 일례로 잦은 지각이 이룸에서 문제가 되기도 했다는데요. 그래서 고안해 낸 묘책! 지각을 할 경우, ‘지각 사유서를 써서 문서로 제출하기! ‘지각사유서를 내기 싫어서라도 지각을 안 하려고 긴장이 되었을 것 같은데요. 그 문서들을 모아놓은 파일철을 읽다보니 구구절절한 지각 사연들에 웃음 짓게 됩니다. 이래 저래 고생들이 참 많았습니다.

 

세엣. 논의의 끝장판, 만장일치제

 

누군가는 이룸이 만장일치제를 시행한다는 얘기를 듣고 끔찍한 제도다라는 평을 했다고 하는데맞습니다. 만장일치제는 다수결에 따라 결정되는 방식보다도 더 많은 논의를 필요로 하기에 사실 좀 체력이 딸릴 때도 있습니다. 면접을 보고 사람을 뽑을 때도, 내규를 정할 때도, 사업 계획을 잡을 때도 모두 만장일치제라는 전제를 가지고 논의를 합니다. 그래서인지 논의가 매우 길어질 때도 많습니다. 그럴 때는 만장일치제가 끔찍하게 느껴지고 대충 다수결로 가는 게 좋겠다 싶기도 해요. 하지만 마음 한 켠에는 나 혼자만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더라도 언제라도 그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는 생각이 있기에 안정감을 주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여러 힘든 점들에도 불구하고 한 명의 의견이라도 쉽게 소외되지 않는 이룸을 위해 오늘도 이루머들은 논의에 논의를 거듭합니다.

 

네엣. 이룸의 자랑, 내규!

 

, 마지막은 이룸의 자랑거리인 내규에 대해 말해보려고 합니다! 이룸의 내규는 지금까지 총 11번의 개정을 거쳐 왔는데요. 그때마다 이룸의 가치를 잘 담아내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역력합니다. 내규라는 게 멋진 말들을 가득 담은 채, 하지만 먼지가 뽀얗게 쌓인 채로 방치되기도 쉽잖아요. 하지만 이룸은 늘 현재의 상황과 맞닿아 있을 수 있도록 개정에 개정을 거듭해 왔습니다. 그래서인지 이룸의 현재 상황과 내규는 100% 싱크로율을 자랑합니다.

 

그 중에서도 이룸의 고민이 잘 담겨있는 특별한 내규를 몇 개 소개 할게요.

이룸에는 비혼 휴가가 있습니다! 이루머가 재직 중에 결혼을 하게 되면 5일의 휴가와 10만원의 축의금을 받을 수 있는데요. 결혼을 하지 않고 비혼으로 살겠다는 결심을 하고 비혼 휴가를 신청하게 되면, 똑같이 5일의 휴가와 10만원의 축하금을 받게 됩니다! (물론 결혼과 비혼 모두 합쳐서 1회만 가능해요)

또 하나! 반려자의 출산과 사망 등에 대한 경조사 지원인데요. 여기서 반려자의 의미는 상호 반려관계로 인정하는 자로서 이 범위는 동물까지 포함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법으로 인정되는 부부관계에서의 반려자뿐만이 아니라, 나와 함께 하고 있는 파트너 혹은 반려동물까지도 포함하는 것이죠. 다양한 삶의 형태에 대한 고민까지 세세히 녹아있는 이룸의 내규, 멋있지 않나요?! (엄지 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