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청량리와 이태원 아웃리치 후기 (with 윤정원, 강유가람)

10월에도 어김없이 청량리와 이태원 아웃리치를 다녀왔습니다.
청량리는 10월 5일, 이태원은 10월 6일에 다녀왔는데요.
이번에는 특별히 윤정원(a.k.a 모름)님과 강유가람(a.k.a 고래)님이 아웃리치 후기를 써주셨습니다. 예~
윤정원 님은 청량리 아웃리치에, 강유가람 님은 이태원 아웃리치에 함께하고 계십니다. 

 

 

청량리 아웃리치 후기 (글쓴이 윤정원, 녹색병원 산부인과 과장)
 

이룸 후원회원이 된지 반 년이 넘어갑니다. 지역사회에서 산부인과의사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과, 그러던 중 학생때의 친분이 있던 유나와의 인연으로 이룸에 처음 발을 들여놨습니다. 진료연계? 의료상담? 정말 아무 밑그림도 없이 막연하게 이것저것 던져보는 저에게, 이루머들은 아웃리치를 같이 가볼것을 제안했습니다. 
 
아웃리치 구역은 크게 유리방 구역과 쪽방구역, 여인숙 구역으로 나뉩니다. 유리방은 흔히 많은 사람들이 정육점 불빛으로 알고있는 그 이미지이고, 상대적으로 젊은 여성들이 있습니다. 여인숙은 펨푸(pimp, 집결지 골목에 나와 있으면서 성판매여성과 손님을 연결해주는 포주. 주로 중장년여성) 들이 운영하고 수명의 여성들이 고용된 형태이고, 쪽방은 생애주기 가장 말년의 단계 언니들이 거주하는 곳으로, 청량리에서도 한쪽 구석에 위치해 있습니다.

여기 오는 사람들마다 다른것들을 보겠죠. 깊이 파인 언니들의 가슴골이 보일수도, 빨간 불빛으로 기억할수도, 차창을 조금 내린채 천천히 지나가는 차들을 기억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제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온건 평균 15cm 가 넘는 높은 힐, 담배를 물고 다리를 꼬고 걸터앉아있는 바 의자였습니다. 틀림없이 신체활동이 적은 직업이고, 햇빛을 적게 보기 때문에 비타민D 가 부족하여 뼈와 치아가 약할 것이고, 거기에 잘못된 자세와 허리에 무리가 가는 힐까지. 유리방 언니들의 자세에서 든 생각은, 쪽방 언니들과의 만남에서 명확해졌습니다. 중장년으로 갈수록, 이룸이 지원하는 부분은 의료지원부분이 점점 커지는데요, 디스크와 골다공증, 치아문제 같은 부분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첫 아웃리치의 마지막 루트정도에서 눈길을 끈건 어느 한 유리방이었습니다. 쇼윈도 유리창 공간 뒤로, 방으로 추정되는 공간이 그야말로 1m 정도 남짓밖에 안되는 겁니다. 고시원과 비교가 될까요. 고공농성 진료지원을 자주 다니는 친구가 이야기해준 농성장 모습이 오버랩 되었습니다. 하늘 위, 바람이 세게 불어 첨탑 주위로 60cm 남짓하게 밖에 공간을 만들지 못해, 몸을 구겨 가둔 잠을 자고 떨어질까 공포심이 계속 든다는 이야기. 서울시내 한복판 가장 번화가지만, 몸을 가둘 공간은 겨우 1m. 저기서 섹스가 가능해 라는 말이 입밖에 나오려다가 쑥 들어갔습니다. 열악한 노동의 공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겁니다.
 
어쨌든 이 언니들은 존재하고, 열악한 상황에서 노동하고 있으며, 건강에도 좋지 않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성병과 피임 인공임신중절 정도 생각하고 시작한 이룸 후원이었지만, 아웃리치를 통해 이들의 삶과 노동을 조금은 가까이 볼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세번정도의 아웃리치를 함께 했지만, 제가 눈썰미나 친화력이 안 좋아서인지, 언니들이 자주 들고나서인지. 아직도 항상 서먹서먹하고 어색합니다. 그래도 우리에겐 아직 시간이 많으니까요. 라고 썼는데 11월에 청량리를 완전히 철거한다고 합니다. 이들은 또 어떤 공간에서 어떤 노동을 하게 될까요.
 
 10월 6일 이태원 아웃리치 후기 (글쓴이 강유가람, 다큐멘터리 <이태원> 감독)

 

이번 아웃리치는 언니들과 유난히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1년 넘게 만나면서도 한 번도 가게 안에 들어와서 앉으라고 이야기 해주시지 않았던 

F언니도 들어와서 커피를 타주시면서 정치이야기, 추워져서 그런지 밖에 눈이온다며 

농담을 계속 하시기도 했습니다. 

 

S언니는 애지중지하는 반려견이 뺑소니에 치여서 다친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경찰에 신고할 예정이라고 하셨는데, 치료비도 많이 나왔을 텐데 

꼭 뺑소니범이 잡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갈 때마다 차를 대접해 주시던 A언니는 이번에는 신기한 미숫가루라떼를 주셨네요. 

진상 ‘손님’들에 대한 불만, 술을 많이 먹어야해서 숙취 때문에 힘들다는 이야기, 

그리고 이런 일 하는 사람은 오래 살면 뭐하냐는 한탄까지.. 

그동안 들을 수 없었던 속내를 털어놓아주셨습니다.

 

한 언니는 자기 업소에 있던 언니가 쉘터에 갔는데 적응하기 힘들어 한다는 이야기를 해주시기도 했구요, 

다른 업소에서는 이태원 업소 초입에 있는 가게 두 곳에 팻말이 쳐진 곳은 곳 이제 철거되고, 

재개발이 될 거라는 정보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언니들의 환대를 받을 수 있었던 건 

이룸로고가 새겨진 이번 아웃리치 물품 보온병의 인기 때문이 아니라 

그동안 지속적으로 방문해온 이룸에게 언니들의 신뢰가 쌓였다고 믿고 싶네요. ^^ 

물론 이름은 아직도 잘 기억 못하시지만 ;;; 

 

아무튼 공간의 변화에 따라 언니들의 삶의 맥락에도 변화들이 많이 생겨날 텐데요.

다음 달에도 이태원 언덕배기 언니들의 이야기를 좀더 많이 들을 수 있기를 바라며 

이번 후기를 닫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