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회원이 알고싶다①]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연결하는 자 ‘승짱’을 만나다_승짱

[회원 인터뷰 사업_그 회원이 알고싶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연결하는 자, '승짱'을 만나다
 
인터뷰이_승짱
터뷰어_달래

 

내가 만난 성판매 여성들 중엔 술과 담배 중독은 물론이고 우울증 약과 신경안정제 약을 달고 사는 여성들이 꽤 있다. 어떤 분은 약물중독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하기도 하고, 본드 중독으로 정신을 놓는 여성들도 있다. 약물에 대한 훈련을 받아본 적이 없는 나는 어떻게 대처를 하고 어떤 정보를 여성들에게 줘야하는지 몰라 무력해질 때도 있고, 지켜보는 것밖에 할 수 있는게 없다는 자책감으로 한동안 다운된 기분에서 헤어 나오질 못할 때도 있다.
 

일본 약물 의존 여성 당사자 모임 대표 가미오카 하루에 강의가 있다는 소식에 달려간 자리에서 승짱을 만났다. 그녀가 얼마 전 우에노 치즈코의 ‘여자들의 사상’ 책을 번역하여 출판되었다는 소식은 들었는데, 다시 일본과 한국의 여성들을 연결하는 통역자로 마주하게 되었다.
 

가미오카 하루에와 최고의 호흡으로, 승짱의 통역은 굉장히 안정적이고 깔끔했다. 단순히 언어를 바꾸어서 전달하는게 아니라, 강연에서 하고자 하는 내용을 듣는 이들이 쉽게 이해할수 있도록 전달하였고 강연자는 그런 통역자를 신뢰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 다르크(Darc, Drug Addiction Rehabilitation Center 약물의존재활센터) 여성 하우스에 대해서 소개하고 있는 가미오카 하루에 대표의 강의와 승짱의 통역 모습

 
외국어를 능숙능란하게 잘하는 이에게 요상한 질투심과 매력을 느끼는 나는 승짱이 궁금해졌다. 그녀는 어떻게 일본어를 하게 되었을까부터 그녀는 왜 여성주의자들의 모임들을 연결시키고 있는 것일까, 그녀는 대체 어떻게 살고 있고 무엇에 관심 갖고 있는 사람일까, 호기심이 일면서 회원 인터뷰 첫 대상자가 되었다.

 

: 이룸과 인연을 맺게 된 이유?

승: 이룸이 성매매 여성들 주민번호 사건* 관련하여 사업을 정리하는 것을 듣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

달: 승짱의 요즘 관심은 무엇인가?

승: 가미오카 강연 후 책에 대한 요청이 들어왔고 관련 책들이 좋아서 번역 기획을 하고 있는 중이다. 이 책을 기획하고 출판사에 제안서를 작성하는 일을 준비 중에 있다. 가미오카 강의 온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싶다고 하셔서 번역되면 좋겠다.

달: 승짱이 책을 고르는 기준이 있나?

승: 제가 번역한 책이 두개 밖에 없긴 한데..그 전에 골랐던 것들 중엔 안 된 것도 있다. 일본 여성 임금격차 시정 관련한 책이였는데 한국에서 이 책이 받아들여지지 않아서 출판되지는 않았다. 보통 여성 관련한 책에 관심을 두고 있다.

 

그녀는 무엇을 엮어내고 있는 것일까?
 
일본 유학시절 우연찮게 우에노 치즈코 교수의 수업을 들으면서 여성주의에 한 걸음 다가간 승짱은 약물 의존자 하우스에서 살게 되면서 여성들의 약물중독 상태를 지켜볼 수 있게 되었다. 그 때 만난 가미오카 하루에와 우에노 치즈코와의 인연은 지금까지도 이어져 오고 있고, 한국의 많은 여성주의자들에게 그들의 사상과 활동을 전달하고 있다.
 

승: 가미오카씨는 제가 일본에 있을 때부터 한국 약물 의존자들과 함께 일을 하고 싶어했다. 한국에서는 약물 의존자 당사자 운동이 별로 없었고 가미오카씨는 한국의 약물 의존자 여성들과 함께 일을 꼭 하고 싶어했다. 중간에 그 역할을 제가 해주길 바랬다.

달: 어떤 의미에서 도움이 되나?

승: ‘이번에 한국에 가면 같은 약물 의존자들을 만날수 있대 오늘부터 잘 자고 잘 일어나야지’이런 일상생활의 목표가 생기고 곧 한국 친구도 생긴다는 기대도 갖게 된다. 약물 의존자 당사자 모임의 컨셉이 남을 도움으로써 자기도 회복된다인데 그런 게 너무 좋았다.

달: 왜 여성문제에 관심을 두는가?

승: 여자들의 어떤 관계, 여자들의 연결, 여자들의 삶, 이런거가 없었다면 사는 게 힘들었거다. 일본 유학 중에 우연하게 우에노 치즈코 수업을 듣게 되었고 약간 운명 같은 느낌이다. 고비고비마다 손을 잡아주고 길을 알려주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게 다 여성주의자들이고 요즘도 그게 신기하다. 여성들의 삶이 힘들 때 정신적으로 기대고 서로서로 밥 한끼 같이 먹고 그런 친구 같은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달: 승짱에게 번역과 통역의 의미는 무엇인가?

승: 통역을 하는 의미는 뜻이 맞는 사람들을 만나게 해주고 싶었다. 찾아주고 싶고 만나게 해주고 비슷한 사람들을 엮고 싶고 그런 게 되게 좋았다. 그 전에는 가미오카 씨도 혼자 알고 혼자 이야기를 듣고 했는데 일단 알리니까 사람들도 붙고 내가 하는 일이 가치가 있는 느낌도 들고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아니지만 돈 벌 기회도 얻고 좋다.
 

강연에서 만난 승짱은 조용하면서도 당당한 모습이였는데 인터뷰 내내 그녀는 자신이 하는 일이 사소한 것임을 강조하는 부끄러움이 많은 사람이였다. 사람들을 귀하게 생각하고 그 안에서 만남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승짱과의 인터뷰를 마무리 지으며,

달: 마지막으로 승짱이 연결하고 싶은 작업이 있나요?

승: 확실히 있는데 지금 후쿠시마쪽에 많은 여성들이 반핵운동을 하고 있다. 일본정부가 진실을 감추고 있고 급성백혈병으로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고 인과관계를 밝히지 못하고 있을 뿐 이미 사람들은 알고 있다. 그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성들이 굉장히 많다고 하는데 그 분들의 활동을 알리고 싶다. 일본도 우리 민주화 운동도 그렇고 우리 여성 운동을 보면서 많이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 날아라 승짱!

그녀는 이룸에게도 큰 선물을 주었다.
우에노 치즈코와의 만남을 성사시켜준 것이다. 한국에 있는 반성매매 인권행동 「이룸」과 일본 여성주의 사상가를 연결시켜 준 것이다. 우리들의 만남이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일이지만, 우린 분명 이 과정 자체가 흥분된 연결임을 직감할수 있다. 어쩜 승짱은 서로 다른 사람들을 연결할 때 발생하는 예측할 수 없는 효과를 짜릿하게 지켜보고 있는게 아닐까
 

*청량리 집결지 현장지원사업을 하고 있던 이룸은, 2008년 여성가족부의 지원 대상자 주민등록번호 제출 요구에 불응하면서 현장지원사업을 반납하게 된다.